
◇ “명예 훼손에 국론 분열”
재판부는 고의성이 없었다는 조 전 청장의 주장에 대해 “개인적으로 들은 얘기를 공적인 자리에서 밝힌 것은 피해자의 명예가 훼손될 것이라는 ‘미필적 고의’가 있던 것으로 인정 된다”며 “경찰청장으로서의 발언은 사회적으로 비중 있게 전달되어 위력적 정보로 작용하게 되는데도 근거 없이 허위사실을 공표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국론을 분열시켰음에도 발언의 출처인 ‘믿을만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며 “개인과 조직을 감쌀 것이 아니라 발언의 근거를 밝히는 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조 전 청장은 법정에서도 차명계좌가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의혹을 제기해 논란이 일파만파 확대됐다”며 “유족들에게 사과를 하면서도 허위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태도는 모순이다. 진정한 반성으로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조 전 청장은 2010년 3월 당시 일선 기동대장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2009년 노 전 대통령이 사망하기 전날 10만원 권 수표가 입금된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됐다”는 내용 등의 발언을 했었다.
또 “권양숙 여사가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가 발견된 것을 알고 그 사실이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해 특검수사를 못하도록 지시했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노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는 유족 대표로 2010년 8월 조 전 청장을 고인에 대한 사자의 명예훼손 혐의와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소·고발했다.
조 전 청장은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발언의 출처에 대해 “강연을 하고 난 이후 검사 1명과 수사관 1명에게서 추가로 차명계좌에 대한 얘길 들었는데 검찰 조사에서는 강연 전에 모두 ‘유력인사’로부터 들은 것처럼 섞어서 얘기했다”며 진술을 번복하기도 했다.
그러나 조 전 청장은 허위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도 재판이 끝날 때까지 자신에게 정보를 건넨 인사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다만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의사는 추호도 없었다”며 유족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이날 법정은 조 전 청장의 선고를 지켜보기 위한 경찰 관계자와 시민들로 북적였다. 조 전 청장은 실형이 선고되자 당황한 기색 없이 담담한 표정으로 법정 옆 구속피고인 대기실로 향했다.
앞서 검찰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발언으로 사회적 갈등을 야기시켰다”며 조 전 청장에게 징역 1년6월을 구형했다.
◇ 경찰들 “자존심에 상처” 당혹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지난 20일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자 경찰 관계자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찰이 이날 법원의 판결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지는 않았지만 조직 내부에서는 전직 경찰청장이 두 명 씩이나 법정 구속 돼 경찰로서 자존심이 상한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내부 워크숍에서 나온 이야기를 가지고 법정구속이 될 줄은 몰랐다”며 “대부분 집행유예 정도를 생각했는데 이례적인 판결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조 전 청장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경찰로서 자존심이 상한다는 반응이 많다”며 “이번 일은 조직의 문제가 아니라 조 전 청장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당혹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는 “조 전 청장이 조직원의 사기를 높이려고 많이 노력했고 어딜 가도 당당할 것을 요구한 분이었는데 기운이 많이 빠진다”며 “검·경 수사권 이슈도 강력하게 추진했던 분인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일선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경찰관들도 이날 점심식사를 하며 판결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경우가 많았다. 조 전 청장의 발언이 경솔했지만 형량은 과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서울 시내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한 팀장급 간부는 “사자 명예훼손으로 구속되는 경우는 별로 본 적이 없는 것 같다”며 “조 전 청장이 그 발언을 악의적으로 반복한 것도 아닌데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다른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간부는 “이렇게 심각한 문제라고 느꼈다면 사건 당시에 빨리 처리했어야지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 실형을 선고한 것에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의구심을 표시했다.
반면 조 전 청장이 무책임한 발언으로 경찰의 명예에 상처를 입혔다는 비판도 나왔다.
한 경찰관은 “경찰 수장으로서 부적절한 언동을 했다”면서 “사회적 위치를 생각했다면 말을 더 신중하게 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강희락 전 총장도 복역 중인 상황에서 총수들이 연이어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리니 사기가 저하되는 측면이 있다”며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본받고 더 열심히 할 텐데 그렇지 못해 안타까울 뿐이다”고 한탄했다.
◇ 野 “지극히 당연한 결정”
야권은 지난 20일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것과 관련, “지극히 당연한 결정”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민주통합당 박용진 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그의 경거망동과 전직 국가원수에 대한 계획적이고 무례한 범죄행위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라며 “오늘 판결로 짓밟힌 노 전 대통령의 명예가 회복되는 계기가 되길 기대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현 대변인도 “고인의 명예가 회복돼 그나마 다행이며 재판부의 결정을 환영 한다”며 “조 전 청장에 대한 수사가 지지부진 할 때 1000명 가까이 1인 시위를 하면서 사건의 진상이 규명될 때까지 함께해준 많은 분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 드린다”고 밝혔다.
진보정의당 이지안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이제라도 고인을 괴롭히던 유언비어에 대한 진실이 밝혀져서 참 다행”이라며 “노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고 유가족에게 고통을 안겨준 조 전 청장은 마땅히 죄과를 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부대변인은 “조 전 청장은 감옥 안에서 자신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깨닫고 뼈저리게 반성하길 바란다”며 “노 전 대통령과 유가족에게도 공개적으로 사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