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위는 최근 삼성 등 43개 대규모 기업집단의 계열사간 내부거래 현황을 공개했다. 내부거래란 계열사간 상품이 오가거나 인력을 지원해주는 행위를 뜻한다. 즉 계열사와 외부회사를 차별해 원천적으로 경쟁을 차단하는 불법행위다. 이같은 이유로 기업의 일감몰아주기는 공정거래법상 명백한 부당지원 행위에 해당된다.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국내 43개 대기업의 내부거래 비중은 12%인 145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5대그룹의 내부거래 비중이 70%를 넘었다. 삼성(35조3000억), 현대차(25조1000억원), SK(17조4000억원) LG(15조2000억원) 포스코(10조5000억원)등 5대그룹의 내부거래 금액합계만 103조원에 이른다. 내부거래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STX(23.49%), 현대차(21.05%), OCI(20.94%), 현대백화점(18.61%), CJ(17.47%)순으로 많았다.
특히 총수가 있는 상위 10대그룹의 ‘일감 몰아주기’가 압도적으로 많았고 노골적이었다. 이중 총수 일가 지분이 많은 광고, 시스템통합(SI), 물류, 부동산, 도매와 같은 사업서비스 업체들의 내부거래 비중이 유난히 높았다. 실제로 정몽구 현대차 회장 등 특수관계인이 지분 30.17%를 보유한 현대모비스는 현대차·기아차와의 내부거래로 올린 매출이 6조5000억 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97.7%를 차지했다. 또 현대모비스가 지분 90%를 보유한 현대IHL은 현대모비스와의 내부거래가 2000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79.4%를 차지했다. 삼성그룹의 경우 삼성전자가 50%의 지분을 보유한 에스엘시디가 올린 매출 6조4000억 원 전액이 삼성전자와의 내부거래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회사를 통해 변칙증여와 탈세를 통한 부의 대물림이 조직적으로 행해진 결과로 해석된다.
이처럼 대기업의 내부거래가 상당하지만 뚜렷한 혐의 없이는 처벌이나 시정조치가 쉽지 않은 가운데, 해법으로 세법 개정안에 포함된 과세강화 법안이 대세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연합은 논평을 통해 재벌 계열사 일감몰아주기가 불공정 거래행위라고 지적하고 과세강화는 물론,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엄격히 방지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당국의 움직임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미 지난달 세법개정안을 마련하면서 일감 몰아주기 거래액이 매출액의 30%를 초과한 계열사의 지분 3% 이상을 보유한 대주주에 대해 증여세를 몰리는 방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법안의 주 골자는 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같은 부당한 부의 대물림을 막는 데 있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우리사회가 한 발짝 더 공정사회로 가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다만 법안 통과 이후 행여라도 시행상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책당국의 세심한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무엇보다 기업 스스로 법의 잣대를 통한 강제조정보다 불공정 편법행위를 엄격히 통제하고 조정하려는 자구노력이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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