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유상석 기자] 지금 초등학생들에겐 어떨지 모르겠으나, 기자가 국민학생이던 20여년 전, ‘국민학교’ 하굣길은 정말이지 흥밋거리로 가득했다. 학교 앞 문구점에 놓인 ‘뽑기’ 기계며 오락기 따위에는 100원 짜리 동전 하나로 즐거움을 누리려는 아이들로 항상 붐볐다. 그러다가 문구점 안으로 들어가면,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어지는 각종 로봇과 장난감, 미니카 따위가 가득했고, 문방구를 나오면 떡볶이며 ‘똥과자’(서울에서 이를 ‘달고나’라고 부른다는 사실은 어른이 되고서야 알았다) 같은 걸 입에 묻혀가며 먹으면서 친구들과 왁자지껄 떠들다 보면, 하루가 다 가는지도 몰랐다.
항상 학교 앞을 지키던 문구점이며 떡볶이집 외에, 간헐적으로 등장하는 상인들도 있었다. 주로 운동회나 소풍 등 특별한 날에 출몰하던 병아리 상인은 가끔 특별한 행사가 없는 금요일이나 토요일에도 나타나 아이들의 시선을 끌었다. 간혹 진기한 장난감을 소개하며 아이들의 발걸음을 떼지 못하게 하는 이들도 등장하곤 했다.
이들 상인들은 대부분 상품을 파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왕왕 있었다. 장난감 등의 물건은 유인책일 뿐, 실제 목적은 학습지나 전집류 따위를 판매하는 것이 목적인 경우 말이다. 주로 “얘들아, 이 장난감 갖고 싶지 않아? 이 학습지(또는 전집)를 신청하면 이 장난감을 가질 수 있단다. 부모님께 허락받으렴. 그런데 그게 쉽지 않지? 그럼 여기 너희들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를 적어줄래? 아저씨가 말해줄게”와 같은 식이었다. 아무 것도 모르고 자신의 신상정보를 외판원에게 넘긴 아이들은 빠르면 그 날, 아무리 늦어도 며칠 후, 당황한 표정의 부모님에게 호된 꾸지람을 듣곤 했다.
이런 피해 사례는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고도 빈번하게 발생했던 것 같다. 오죽하면 한 학습 교보재에는 “‘워키토키’와 같은 무전기 장난감으로 유혹하는 외판원들에게 당하지 말자”는 내용의 만화까지 수록됐을까.
이번 주 취재를 진행하면서, 기자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얄팍한 속임수로 어린이들을 유인해 어린이 자신과 학부모의 개인정보를 수집한 뒤 마케팅 목적으로 활용하던 20여년 전의 그 악덕 상술이, 새천년 하고도 10년 이상 지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뀐 게 있다면, 20여년 전의 ‘학습지’가 ‘인터넷 동영상 강의’로, 학생의 이름과 주소, 집 전화번호 정도로 한정되던 수집 정보 범위가 학생 및 학부모의 휴대전화번호로까지 확대됐다는 점 뿐이다. 시대의 흐름에 따른 사소한 변화를 제외하면, 그 악습 그대로 답습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 안타깝고 답답했던 것은, 해당 인터넷 강의 제공업체의 태도였다. 어떤 분쟁에 대해 논할 땐, 양 쪽의 말을 다 들어봐야 하는 법이다. 사실 확인을 위해, 업체 측의 입장에 귀 기울이기 위해, 만에 하나 학생과 학부모, <토요경제> 독자들이 오해하고 있거나 오해할 수 있는 점이 있진 않을까 저어되어, 기자는 업체 측에 수차례 연락해 그들의 입장을 물었다. 하지만 이들은 ‘담당자가 자리에 없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메모를 남겨주시면 담당자에게 전달하겠다’기에 기자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알려주기도 했지만, 독자가 이 글을 읽고 있는 지금까지도 해당 업체에서는 어떤 연락도 취하지 않고 있다.
회피는 결코 문제 해결의 방법이 되지 못한다. 오해가 있다면 적극 해명하고, 잘못이 있다면 솔직히 인정하며, 시정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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