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티시 공동 42위···박인비의 ‘위대한 도전’ 잠시 보류

홍성민 / 기사승인 : 2013-08-12 11:4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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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락호락하지 않은 박인비의 ‘그랜드슬램’

[토요경제=홍성민 기자] 박인비(25·KB금융그룹)의 여자골프사상 첫 그랜드슬램 달성의 길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마지막 관문인 브리티시여자오픈을 통과하지 못한 박인비는 위대한 도전을 잠시 보류하게 됐다.

박인비는 지난 4일 밤(한국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세인트 앤드루스 골프장 올드코스(파72·6672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브리티시여자오픈(총상금 275만 달러) 최종라운드에서 6타를 잃어 최종합계 6오버파 294타 공동 42위로 대회를 마쳤다.

지난 4월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을 시작으로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6월), US여자오픈(6월)까지 시즌 3개의 메이저 대회를 연속해서 제패한 박인비는 시즌 네 번째 메이저 대회인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추가한다면 전례 없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랜드슬램 달성이라는 부담감이 그녀의 어깨를 짓눌렀다.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지만 대기록 달성을 원하는 전 세계 골프팬들의 마음이 커다란 짐이 됐던 것.

박인비는 경기 후 가진 LPGA 투어 공식 인터뷰에서 ‘18번홀을 걸어 내려오는 동안 실망스러웠느냐’는 질문에 “4라운드는 1번홀 더블보기로 정말 좋지 않은 출발을 했다. 그린 위에서 퍼트를 4개나 했다. 매우 힘든 하루였다. 하지만 이번 대회가 끝났다는 것이 정말로 다행이다. 4라운드 내내 심한 압박감에 시달렸다”고 털어놓았다. 심적 부담감이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로 인해 박인비는 이번 대회에서 이미 극복한 줄로만 알았던 티샷에 대한 불안함을 보여줬다. 박인비는 1라운드 12번홀에서 티샷을 놓치고 난 뒤 흔들리기 시작했다.

1라운드 전반라운드까지 버디만 5개를 쓸어 담으며 단독 선두까지 나섰던 박인비는 후반홀 들어 더블보기 1개, 보기 2개를 내며 롤러코스터를 탔다. 버디 2개를 추가했지만 아쉬움이 남았다.

박인비 역시 1라운드 후반홀을 아쉬운 순간으로 꼽았다. 12번홀 티샷이 흔들린 그 순간이었다. 비록 파로 막기는 했지만 한 번 어긋났던 스윙에 대한 생각은 그를 따라다니며 괴롭혔고 장기인 퍼트까지 흔들리는 요인이 됐다.

그는 “1라운드 후반홀로 돌아간다면 몇 개의 드라이브 샷 실수를 바로잡고 싶다. 정말이지 드라이브 샷 을 실수한 것이 자꾸 떠올라서 한동안 그린 위에서 힘든 경기를 했다”고 전했다.

이어진 13번홀에서 보기를 처음 범한 박인비는 16번홀에서 더블보기, 17번홀에서 보기를 추가하며 흔들렸다. 티샷이 흔들리자 세계에서 가장 퍼트가 뛰어나다는 박인비의 퍼트도 덩달아 흔들렸다.

브리티시여자오픈을 생중계한 J골프 임정빈 해설위원은 “박인비의 샷이 잘못될 때는 항상 오른쪽으로 흐른다. 그린에 올라가서 스윙교정만 생각하다가 퍼트에 있어 거리감을 잃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인비의 그랜드슬램이라는 위대한 도전은 끝난 것이 아니다. 올 시즌부터 메이저 대회로 격상된 에비앙 챔피언십이 남았다.

오는 9월12일부터 나흘 간 열리는 프랑스 에비앙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다면 여자 프로골프 사상 한 해에 4개 메이저대회를 우승하는 생애 첫 그랜드슬래머가 된다.

물론 전통의 4대 메이저 대회 중 하나인 브리티시여자오픈을 건너뛰고 신생 메이저 대회를 우승한다면 그랜드슬램의 진정성 논란을 겪을 수도 있다.

기존 4개의 메이저 대회를 모두 우승하는 것과 5개의 메이저 대회에서 4개만을 우승하는 것은 가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LPGA는 그랜드슬램 논란에 대해 최근 명확한 해석을 내렸다.

LPGA 커미셔너인 마이크 완은 지난달 26일 브리티시여자오픈을 앞두고 미국 골프채널 ‘모닝드라이브’에 출연해 “박인비가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한다면 4연속 메이저 대회 제패로 그랜드슬램이 맞다”며 “에비앙 챔피언십까지 우승을 하면 ‘수퍼 그랜드슬램’이 되고, 이 중 하나만 우승해도 그랜드슬램이 된다”고 밝혔다.

LPGA 투어 공식 인터뷰에서 그랜드슬램 달성을 위한 욕심을 묻는 질문에 박인비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3연속 메이저 대회 우승한 것만으로도 이번 시즌에 충분히 잘 했다고 생각한다. 두 번 다시 이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매우 힘든 과정이었고 이 기록을 넘어서기에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우선 내 플레이를 US오픈 때처럼 최상의 컨디션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이전에 좀처럼 하지 않았던 스리퍼트를 많이 할 정도로 퍼팅에 문제가 많았다”고 말했다.

동기부여가 떨어졌을 것이라는 지적에는 “정상에서 멀어졌을 때 동기부여를 하는 것은 어려운 것 같다. 무엇인가 다른 일에서 영감을 찾기도 힘들 것 같다. 당분간 좋지 않았던 기억은 잊고 좋은 것만 생각하려고 한다”고 했다.

박인비는 “우선 2~3일 동안은 아무 것도 안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싶다. 에너지를 재충전해서 다음 대회를 다시 준비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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