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형수(46) 통계청장은 “특정지역 사정을 정확히 파악하려면 전국뿐만 아니라 시군구까지 거미줄 조사가 이뤄져야 하나 여기에 필요한 투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통계에 대한 무관심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박 청장은 최근 문제가 된 통계 조작설과 관련, “통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와 중립”이라며 “통계청은 통계를 생산하는 곳으로 ‘조작’은 있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그는 “물가통계가 체감물가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공감한다”며 “이런 괴리를 줄이기 위해 지난해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반영, 가중치를 개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박 청장은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와 맞춤형 고용·복지 등 주요 국정목표를 뒷받침하는 시의성 있는 통계를 만드는 작업이 취임 후 첫 작업”이라며 “중소기업 육성, 중산층 재건 등에 필요한 통계를 적극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영어로 정치인(politician), 통계학자(statistician), 마법사(magician)는 마지막 음절의 발음이 같을 뿐 아니라 ‘거짓말을 잘 한다’는 공통점을 가졌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최근 통계 발표 시점 조작 등으로 통계 자체에 대한 신뢰가 크게 떨어졌다.
“통계에서 중요한 것이 신뢰와 정치적인 중립이다. 이런 것들은 거버넌스 구조가 있어서 어느 날 이뤄지는 게 아니다. 사실 제도적으로 가장 좋은 것은 통계청 위에 무언가가 없는 것이다. 통계청에서 제일 중요한 기관은 국가통계위원회다. 기획재정부 장관이 위원장으로 있고 이곳에서 부처 간 이견을 정리해 결정한다. 이 때문에 밖에서 보기에는 ‘통계가 경제 부처 논리에 따라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통계청은 생산부분을 맡고 있는데 여기서는 조작이 있을 수 없다. 단, 활용할 때는 오용이나 왜곡 등이 있을 수 있다. 자신에게 유리한 방안으로 통계를 이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에는 통계가 정치나 지자체에서 바로미터로 사용된다. 얼마 전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자성해야 할 중요 지표를 모아 비석처럼 세워놓은 것을 봤다. 그만큼 통계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이다.”
-우리는 정태적 통계가 대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이, 성별 등을 기준으로 한 특정 집단(cohort)의 동태적 특성을 파악할 수 있는 통계는 그리 많지 않다. 개선 방안은 없나?
“동태적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축적돼야 한다. 베이비부머들의 경우에도 출생부터 지금까지 해왔더라면 평생에 걸친 데이터들이 쌓였을 텐데 과거에는 그렇지 못했다. 그들의 20대와 지금의 20대는 다르기 때문에 계층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알기 위한 조사가 필요하다. 통계 역사가 짧다보니 우리에게는 이런 조사가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요즘에는 수요가 생겨서 다행이다.”
-대통령께서도 통계의 체감도를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라고 했다. 지금 어떤 노력이 진행되고 있나?
“우리나라는 자영업자의 비중이 높고, 실업급여 수급기간이 짧아 미국과 유럽 등에 비해 실업률이 낮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자영업자는 구직활동 없이 비경제활동인구에서 취업자로 가거나 일을 그만 둔 경우 취업자에서 비경제활동인구로 바로 가기도 하기 때문이다. 오는 10월이면 국제노동기구에서 실업률 보조지표에 관한 국제 기준을 발표한다. 우리나라도 국제기준이 확정되면 내년 하반기에는 실업률 보조지표를 개발해 공표할 예정이다.”
-물가지수에 대한 지적도 있다.
“일부에서 ‘물가통계가 체감물가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소비자물가의 소비항목은 가격상승률을 가중 평균하는데 비해 체감물가는 소비자가 자주 구입하는 일부 품목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또 가구 소비구조 변화가 빨라 품목의 중요도가 변화할 때도 체감지표와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지난해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반영해 가중치를 개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 결과물이 나오면 이 같은 불만이 어느 정도 희석될 것으로 본다.”
-한때 GDP와 산업 활동에서 나타난 동향이 서로 달라 비판을 사고 있다. 한국은행 통계와 통계청 통계의 차이점은 무엇이고,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GDP는 산업동향통계를 비롯한 다양한 기초통계를 이용해 추계하는 작업이다. 이에 반해 산업동향 통계는 사업체를 직접 조사해 작성한다. GDP와 산업동향통계를 작성하기 위한 기초자료와 작성방법들 간에 차이기 나기 때문에 두 통계의 결과가 다소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최근처럼 경기의 등락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간혹 지표들 간에 일시적으로 차이를 보일 때도 있다. 하지만 두 통계의 추이를 장기적으로 보면 동일한 경기 국면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을 볼 수 있다.”
-청장 취임 후 새롭게 만드는 통계는 무엇이 있나.
“무엇보다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와 맞춤형 고용·복지 등 주요 국정목표를 뒷받침할 시의성 있는 통계가 필요하다고 본다. 일자리 정책을 위해서는 청년·경력단절여성·베이비부머 등 정책대상별로 보다 다양한 통계를 생산할 예정이다. 또 중소기업활성화 정책 지원을 위해서는 프랜차이즈 통계와 중소기업 가동률, 중소기업 서비스업생산지수 등 정책맞춤형 중소기업통계를 개발할 방침이다. 더불어 중산층의 재건 정책을 위해 소득분배 구조를 보다 면밀히 분석할 수 있도록 관련 통계를 개선하겠다.”
◇박형수 청장은
1967년 전라남도 화순 출생. 서울대학교 경제학 학사·캘리포니아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0년 한국은행 외환관리부를 시작으로 국제부와 조사국을 거쳐 △한국조세연구원 예산분석센터장 △한국조세연구원 기획조정실장 △한국조세연구원 재정분석센터장 △한국조세연구원 연구기획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현재 14대 통계청 청장으로 재직 중이다.
정리 : 홍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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