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500미터의 ‘상도’

염유창 / 기사승인 : 2013-02-07 14:4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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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경제=염유창 기자] ‘상도’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상업 활동에서 지켜야 할 도덕.’


상업 활동이 아무리 돈을 벌고 이익을 남기기 위한 행위라지만 그것에도 지켜야 할 도리라는 게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국내 최대 프랜차이즈 제과점인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는 그 동안 상도라는 단어의 의미를 몰랐거나 알면서도 모른 척 했던 것 같다. 파리바게뜨 매장 수는 전국적으로 3000여 개에 달한다. 베이커리 업계 2위인 뚜레주르는 1000여 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다. 세 배에 달하는 숫자다.

시장 경제에서 경쟁이 나쁜 것은 아니다. 1위가 나쁘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파리바게뜨가 뚜레주르보다 2000여 개 정도 매장이 더 많다고 해서, 더 많은 수익을 낸다고 해서 파리바게뜨를 비난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문제는 파리바게뜨가 최소한의 상도를 지키지 않았다는 점이다. 파리바게뜨는 1위에 만족하지 않았다. 무분별한 확장으로 상권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들어갔다. 매장 수 늘리기에 급급하다 보니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두 개의 파리바게뜨 매장이 마주보고 있는 광경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게 됐다.

지역 상권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급기야 동네 빵집의 생존 구역인 골목 상권까지 침범했다. 빵을 먹는 것에만 신경 썼지 남의 빵을 빼앗고 있다는 사실엔 무관심했다.

파리바게뜨 가맹주들은 “우린 고래처럼 보이지만 멸치떼”라며 자신들 역시 생계의 위협을 느끼는 동네 빵집 일 뿐이라고 하소연한다. 그들을 탓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가맹주들 또한 몇 십년 간 꼬박꼬박 모은 은퇴 자금으로, 여기저기서 빌린 대출 자금으로 빵집을 차린 우리 같은 자영업자 임에는 틀림없다.
그렇지만 그들 역시 상도를 지키지 않은 무분별한 확장의 수혜자 인 것도 사실이다.


지난 5일 동반성장위원회는 제과업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했다. 우여곡절 끝에 제과협회와 동네 빵집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SPC측 관계자는 “권고안을 따르면 사실상 점포축소인데 그대로 따르기는 어렵고, 동반위와 더 이야기를 해야할 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권고안은 전년 말 기준으로 점포수의 2%내 범위에서 가맹점 신설만 허용된다. 또한 동네 빵집에서 도보로 500m 내에는 대기업 프랜차이즈 제과점을 낼 수 없다. 늦게나마 대기업의 무분별한 확장을 막고 죽어가던 골목 상권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됐으니 환영할 만한 일이다.

상도를 지킬 수 있는 거리 500미터를 기준으로 파리바게뜨와 동네빵집 모두가 상생 할 그날을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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