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경제=염유창 기자] 지난달 30일 전북 전주에서 일가족 4명 중 3명이 가스에 중독 돼 숨진 사건은 작은아들의 계획된 범행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3일 오후 전북 전주 덕진 경찰서는 이른바 ‘일가족 변사사건’ 브리핑을 열고 “동반자살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너무 많아 수사를 진행했다”면서 “조사결과 범인은 작은아들이었고, 자신도 모든 걸 자백했다”고 밝혔다.
◇ “작은아들 차량바닥에 연탄가루”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오전11시40분께. 119로 20대 남성이 다급한 목소리로 신고를 했다. 이 남성은 “가족 모두 연탄가스에 중독됐으니 빨리 와 달라, 그전에도 119에 신고 전화를 한 적이 있어 집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신고를 받은 경찰과 소방당국은 전주시 송천동 박 모(52)씨의 아파트라는 것을 확인했고,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박 씨와 박 씨의 아내, 큰 아들(27)이 숨져 있었다.
신고한 당사자는 바로 박 씨의 작은 아들(25)이었고, 작은 아들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경찰은 현장에 있던 연탄화덕 등을 봤을 때, 처음에는 일가족 동반자살로 추정됐다.
작은 아들은 경찰에서 “이날 오전 5시까지 형과 함께 술을 마셨다”면서 “깨어나 보니 연기가 꽉 차있었다”고 진술했다.
사건 현장으로 찾아온 A씨의 친구 B(57)씨는 “A씨가 갑자기 죽었다고 해서 찾아왔다. 일주일 전에도 만났었는데 죽었다고 하니 황당하다”면서 “A씨랑 안지는 10년 정도 됐는데 A씨는 평소 조용하고 착실한 성격이었고 가족들 간의 불화는 전혀 보지 못했다”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A씨에게 월세를 내 준 부동산 관계자는 “A씨에게 지난해 10월 월세를 내 주었는데 왜 월세로 방을 구하냐고 물으니 하고 있는 사업이 잘 안 되서 어렵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유서가 없는 점, 작은 아들 진술이 오락가락하는 등 타살 혐의점이 있어 작은아들을 용의자로 선정, 수사를 벌였다.
그 결과 작은 아들이 자신의 부모와 형을 살해한 것을 파악했다.
작은 아들은 사건 발생 당일 오전1시께 부모에게 수면제를 탄 음료수를 먹여 잠들게 했다. 이후 밖으로 나와 형과 술을 마신 뒤, 함께 집에 들어왔고 형에게 수면제를 탄 우유를 마시게 했다. 부모와 형이 모두 잠들자, 미리 준비한 연탄화덕을 피워 이들을 숨지게 했다.
경찰 관계자는 “부검결과 수면제 성분이 검출됐고, 작은 아들의 차량바닥과 슬리퍼에서 연탄 가루 등이 묻어있었다”면서 “집중 추궁한 결과, 범행 일체를 자백 받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피의자 박 씨에 대해 존속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 친형이 범행 저지른 것처럼 위장
5일 전주 덕진경찰서 등에 따르면 박 씨가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했다는 정황이 추가로 발견됐다. 보일러가 있는 베란다와 작은 방 사이의 벽을 어른 엄지손가락 크기만 하게 뚫었다는 것. 경찰 관계자는 “벽을 뚫은 뒤, 이 사이로 가스연기를 주입시키려고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박 씨가 이번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했다는 증거를 포착한 바 있다.
박 씨의 범행은 1월 초부터 시작됐다. 지난달 8일 오전 2시께 박 씨는 일을 끝내고 돌아온 부모가 잠들자 범행을 시도했다. 가스질식사로 위장시키기 위해 보일러 연통을 뜯어내 연기가 집 안으로 들어오게 한 것이다. 그러나 박 씨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 가스냄새로 인해 잠을 자고 있던 부모가 깬 것이다. 당황한 박 씨는 의심을 피하기 위해 119에 신고를 했고, 부모와 함께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올 초 범행이 실패로 끝난 박 씨는 또 한 번의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했다. 박 씨는 자신의 집 구조와 비슷한 원룸을 월세로 얻었다. 원룸을 구한 목적은 바로 모의실험을 하기 위한 것이었다.
범행 일주일 전 철물점과 연탄가게에서 화덕과 연탄, 번개탄 등을 구입한 박 씨는 원룸에서 실험을 했고 범행 준비를 모두 끝마쳤다. 박 씨는 또 수면제를 구입했다. 평소 부모가 잠들기 전, 복분자 음료수를 마신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가스냄새로 부모와 형이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박 씨는 사건당일 부모에게 수면제를 탄 음료수를 먹였고, 친 형에게는 수면제가 들어있는 우유를 마시게 했다.
박 씨는 이 모든 범행을 자신의 친 형이 저지른 것처럼 위장하려고 했다. 부모와 형이 죽은 것을 확인한 박 씨는 아버지 휴대전화를 이용해 “오늘은 공장에 나오지 마라 (나도)나오지 않을 것이다”는 문자메시지를 아버지가 운영하는 콩나물공장 직원에게 보냈다.
또 형의 휴대전화로 형의 여자친구와 친구들에게 “행복해라, 잘 살아라” 등 자살을 암시하는 듯한 내용을 카카오톡으로 보냈다.
이후 박 씨는 형의 옷으로 갈아입은 뒤, 밖으로 나왔고 형 차량 뒷좌석에 연탄과 번개탄을 두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119에 신고를 했다.
또 경찰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박 씨는 부모와 형에게 먹인 수면제를 자신도 먹었다. 이후 박 씨는 경찰 진술에서 “형이 타준 우유를 마신 뒤, 쓰러졌다”고 진술했다. 사건 다음날인 31일에는 장례식장에서 상주 역할을 하며, 조문객을 맞았다.
경찰에 따르면 존속살인 혐의로 긴급체포 된 박 씨는 “동반자살을 하려고 했다”고 진술했다. 자신의 부모는 사기를 당해 경제적으로 많이 힘들어 불화가 심했고, 형 역시 최근 시작한 떡갈비 가게가 영업부진으로 많이 힘들어했다는 것.
박 씨는 “가정불화가 심했다”면서 “이렇게 살 바엔 다 같이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해 범행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 일가족, 보험만 30여개 가입
자신의 부모와 형을 살해한 혐의(존속살인)로 구속 된 둘째아들 박 모(25)씨의 대한 정확한 범행동기가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부모와 형이 가입한 보험은 3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전북경찰청 등에 따르면 보험 가입 여부를 확인한 결과 30여개의 보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씨의 아버지, 어머니 명의로 각각 10여개의 보험이 가입 돼 있고, 형 앞으로도 10여개의 보험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모든 보험금을 수령할 경우 약 2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부모 명의의 재산액은 오늘 오후쯤 나올 것으로 보인다”면서 “보험여부를 확인한 결과 약 30여개의 보험에 가입 돼 있는 것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한편 박 모(25)씨는 범행 후 경찰인 외삼촌의 조언을 받아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전북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부모와 형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연탄불을 피워 숨지게 한 박 씨는 사건 다음날 자신의 외삼촌이자 부안경찰서 소속 A경사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놨다. 경찰은 A경사가 자신의 조카인 박씨에게 “증거가 될 만한 물품 등은 전부 치워라” “차량에 연탄가루가 남아있을 수 있으니 세차해라” 등의 조언을 해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A경사에 대해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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