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영화에서는 다르다. 1998년 ‘기막힌 사내들’(감독 장진) 이후 15년 만에 등장한 ‘남쪽으로 튀어’(감독 임순례)에서 오연수는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줌마다.
◇ 15년 만에 스크린 복귀
오연수는 최해갑(김윤석)과 그 가족들이 진정한 행복을 찾아 무작정 남쪽으로 떠나는 이야기를 담은 ‘남쪽으로 튀어’에서 최해갑의 아내 안봉희를 연기한다.
처녀 때는 사회운동을 했지만 지금은 ‘최해갑’의 곁을 지키며 평범한 엄마이자 아내의 삶을 살고 있는 주부 ‘안봉희’다. ‘TV수신료 거부’, ‘국민연금 거부’, ‘가출한 자녀 칭찬’ 등 평범하지 않은 남편을 지지하는 비현실적인 인물이다.
오연수는 “내가 맡은 ‘안봉희’는 감정의 업과 다운이 심하지 않다. 감정을 내세우는 역할이 아니라 누가 해도 상관이 없을 정도로 크게 연기력을 요구하는 역할도 아니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런데도 출연한 이유에 대해 묻자 그는 “빛나는 역할이 욕심나지 않아서”라고 밝혔다.
이어 “오랜만에 영화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영화를 피하고 드라마를 고집한 것은 아니지만 스케줄 등의 이유로 영화를 할 수가 없었다”며 “오랜만에 하게 된 영화지만 내가 부담감을 짊어지고 어깨를 무겁게 하는 것보다는 영화계에서 제일 잘 나가는 김윤석에게 묻어가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김윤석보다 내가 튀어 보이면 영화가 망가지기 때문에 지지대 역할에만 충실했다”고 말했다.
15년 만에 스크린 복귀가 부담스럽지는 않았을까? 그는 “15년 만에 영화를 촬영했지만 낯선 기분은 들지 않았다. 감회가 새롭기는 했지만 요즘엔 드라마도 영화를 찍는 장비로 찍는 경우가 많아 적응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며 “이번 작품을 하면서 제일 고마웠던 것이 배우들이 자기 몫을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잘해 주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남쪽으로 튀어’ 관계자는 “오연수는 실제 두 아들을 둔 엄마답게 현장에서도 아역 배우와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며 가족같이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며 “오연수의 연기변신과 현장 장악력에 많은 스태프가 놀랐다”고 설명한 바 있다.
◇ ‘안봉희’로 완벽 빙의
‘최해갑’의 영원한 1호팬 ‘안봉희’가 되기 위해 예뻐 보이기를 포기했다. 뜨거운 여름에 이뤄진 촬영에서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바른 선크림을 제외하고는 얼굴에 어떠한 색조도 입히지 않았다.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엄마를 표현코자 몸무게도 늘렸다.
그녀는 “전작들에서 느낄 수 있던 도시적이고 세련된 이미지가 보이지 않기를 바랐다”고 밝혔다
이어 “안봉희는 자신을 꾸미는 것과 거리가 먼 여자다. 그래서 화장을 아예 안 했다. 미용실에 안 가는 게 너무 편했다. 촬영장이 숙소에서 1~2분 거리일 때도 있어서 자다 말고 나가 촬영하기도 했다. 얼굴이 부어도 거울 한 번 안 봤다. 머리도 하나로 질끈 묵고 예쁘게 보이지 않으려고 했다”며 “내가 영화에 어떻게 나오는 지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었다. 물론 다 찍고 난 후에 발가벗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걱정은 있었다”고 덧붙였다.
‘남쪽으로 튀어’에선 여배우 ‘오연수’의 모습은 없다. 그는 “20대였으면 못했을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나는 여배우니 예쁘게 보여야 해’라는 생각이 없다”며 “섬에서 생활하는 안봉희가 아이라인을 그리고 입술 색깔을 칠하고 나오면 관객들의 입장에서 몰입이 안됐을 것이다. ‘안봉희’는 내 모습 중 최고 망가진 모습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더욱이 오연수는 ‘남쪽으로 튀어’에서 8㎏을 찌웠다. 그는 “잘 한 것 같다”며 “화면에서 살냄새 나는 엄마의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다. 뚱뚱한 느낌은 아니더라도 마르게 보이지 않아 좋았다”며 만족해했다.
이어 “처음엔 1~2㎏ 찌우는 것도 힘들었다. 하지만 이후부터는 신진대사가 바뀌고 하루에 1㎏씩 찌기 시작했다. 더 이상 찌면 나중에 뺄 때 감당이 안 될 것 같았다. 원래 입던 바지는 꺼내지도 못했고 재킷도 안 들어갔다. 원래 살이 찌는 체질이 아니어서 하루 세 끼 다 먹으며 밥 양을 늘렸다”며 “아마도 계속 먹었으면 더 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찌는 것만큼 빼는 것도 곤혹스러웠다. 오연수는 “바로 ‘아이리스2’ 촬영에 들어가야 해 이른 시일 내 빼야했다. 다이어트 하는 사람이 힘들겠다고 느끼게 된 계기”라며 “바로 밥 양을 3분의 1로 줄였다. 커져버린 위에 양을 줄이니 배가 고파서 눈물이 날 정도였다. 그래도 꾹 참고 배가 고플 때 간단한 걸로 허기만 달래면서 5㎏은 감량했다. 다이어트 한다고 아예 굶으면 큰일난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 “연기가 즐겁고 소중하다”
오연수는 1989년 MBC 탤런트로 데뷔해 어느덧 데뷔 25년을 맞이했다. 오연수는 “칭찬까지는 아니더라도 스스로 생각했을 때 잘해오고 있는 것 같다. 아무런 사건 사고 없이 슬럼프 없이 가늘고 길게 왔던 것 같다”며 “이 나이에도 일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더 높이 올라가고 싶지도 않다. 지금 상태에서 꾸준히 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누가 나에게 연기를 꾸준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을 가끔 묻는다. 거창한 게 없는데…. 단지 하루하루를 즐겁게 하다 보니 이렇게 세월이 지났다”고 덧붙였다.
연기하는 것이 항상 즐겁다는 그이지만, 옛날엔 연기를 즐기지도, 좋아하지도 않았다. 그는 “원래 연기자가 꿈이 아니었다. 대학 가려고 시작한 것이 연기이다 보니 처음 시작할 때 훌륭한 연기자가 되겠다는 목표 같은 건 세워두지 않았다”며 “CF모델을 하다가 결혼해야지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연기자라는 직업을 사랑하지도 않았다. 결혼 전까지는 배우라는 일을 재미있게 안 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현장의 즐거움도 그야말로 남의 얘기였는데 결혼 후 서서히 연기의 재미를 알게 됐다. 그 전에는 현장에 가도 ‘언제 끝나지’이런 생각뿐인데 연기에 대한 고마움과 소중함을 알게 된 후에는 달라졌다”며 “이젠 현장에 나가는 게 너무 즐겁고 행복한 일이 되어버렸다. 재밌는 연기를 끝내고 나서 그걸 바라보는 기쁨과 즐거움이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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