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화성 반도체서 ‘불산’ 누출 사고

염유창 / 기사승인 : 2013-02-01 10: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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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사 STI 직원 1명 사망·4명 부상

▲ 불산 누출로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당한 경기도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 사업장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환경부 공무원, 경기소방재난본부 등으로 구성된 합동 감식반이 현장감식을 벌이고 있다.

[토요경제=염유창 기자]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 사업장에서 불산 가스가 누출돼 협력사 직원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삼성과 경찰,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낮 1시30분께 경기 화성시 반월동 삼성전자 반도체 화성사업장 11라인 외부의 화학물질 중앙공급시설에서 불화수소 희석액(불산)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삼성 측은 불산 저장탱크(500ℓ) 밸브관 가스캣 노후화로 불산이 누출되고 있는 것을 확인, 곧바로 관리 운영사인 STI서비스 직원 5명을 동원해 수리작업에 나섰다. 수리는 지난달 27일 오후 11시께 시작돼 다음날인 28일 오전 4시46분께 완료됐다. 그러나 작업에 나섰던 박모(35)씨 등 전원이 작업 직후 목과 가슴에 통증을 호소했고, 이 중 박씨는 이날 낮 1시3분께 한강성심병원에서 끝내 숨을 거뒀다.


◇ 사망자 방제복 착용 논란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 사업장 불산 유출사고와 관련 사망자 박모(35)씨가 방제복을 착용했는지 여부를 놓고 한때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박씨만 방제복을 입지 않아 사망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는 삼성전자의 발표에 유족들이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유족들이 박씨가 초반부를 제외하곤 줄곧 방제복을 입었다고 주장하고 나서자 삼성전자는 유족의 주장을 일부 시인했다.


박씨 유족들은 지난달 29일 “STI서비스 동료 직원들에게 확인한 결과 불산 유출이 경미했던 사고 초반기엔 가스마스크만 쓴 채 탱크룸에 들어간 게 맞지만 상황이 악화된 후반부엔 방제복을 모두 착용하고 작업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유족들은 “나중에 현장에 들어갈 때는 연기가 뿌옇게 일 정도로 불산 가스 확산이 심각했다”며 “방제복을 아예 착용하지 않았던 것처럼 언론에 공식 발표한 STI서비스가 이를 번복하지 않을 경우, 장례를 치르지 않을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유족의 주장에 대해 삼성전자는 “일부 맞다”며 기존 입장을 번복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의도적으로 속인 게 아니라 기존 보고받은 사항이 ‘1명이 방제복을 입지 않고 작업했다’는 것이어서 그렇게 공표했던 것”이라며 “다시 확인한 결과 작업 초반부엔 박씨가 방제복을 입지 않았지만 후반부엔 입은 게 맞다”고 밝혔다.


◇ 늦장 대처·사고 은폐 의혹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달 27일 불산 누출이 최초로 발생한지 10시간이 지난 뒤에야 벨브 교체 작업에 들어갔다. 사고 발생 후 경기도청에 바로 보고하지 않고 사망자가 발생한 후 해당 사실을 알려 사고를 은폐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또 가스가 누출된 지 10시간이 넘도록 현장 인근에서 근무하고 있던 직원 50여명(생산 11라인)을 비롯해 1만5000여명에 대한 대피 명령을 내리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난달 27일 삼성전자 반도체 화성공장의 불산가스 최초 누출 당시 경고음센서 감지기가 울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28일 오후 10시20분께 삼성측이 사고현장을 기자들에게 공개한 자리에서 가스누출 수습 작업을 담당했던 STI서비스 관계자는 “지난달 27일 오후 1시22분 불산가스 누출당시 경고센서가 작동했다”고 말했다.


이는 경고음 센서감지기가 작동 할 만큼 가스(액체)유출이 이뤄졌고 그것도 10시간 동안 지속됐다는 점에서 당초 삼성전자가 밝힌 유출량(2~3ℓ)보다 많을 것이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삼성전자는 수리 완료 후 작업자들은 현장정리 작업을 하고 있었고 작업 종료 후 상황 파악을 위해 보호장구를 해제해보니 작업자들 목 주변에 반점이 있는 등 이상 현상을 발견하고 관련 부서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STI서비스 직원 박모(35)씨가 작업 직후 가슴에 통증을 호소해 병원에 옮겨지면서 결국 숨졌다.


이에 삼성전자는 사망자가 발생한 오후 1시30분께 신고의 의무가 발생돼 한 시간 경과 후인 오후 2시 40분께 인허가 관청인 경기도청에 신고했다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삼성과 STI서비스 측은 사고 발생 25시간이 지난 지난달 28일 오후 2시 40분에 경기도청에 누출 사고를 신고했다. 유해화학물질관리법상 불산 누출시 해당 업체는 지방자치단체와 환경당국 등에 즉시 신고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측은 “유출된 화학물질은 폐수처리장으로 자동적으로 유입됨으로써 주변 확산 가능성은 없었다”다고 말했다. 또한 “불산이 누출된 직후 경기도청에 바로 보고하지 않은 것은 새는 양이 적어서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사망자가 생기자마자 바로 신고했으며 은폐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전동수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사장은 화성 공장 불산 누출 사고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힘쓰겠다고 전했다. 전 사장은 “화성사업장 내에서 발생한 이번 사고로 인해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족에게 심심한 위로의 뜻을 전한다”며 “아울러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 삼성전자는 이번 사고에 대한 관계당국의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여 항구적인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대한민국의 반도체 산업역군으로서 지역주민과 종업원은 물론, 국민들께 신뢰 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것임을 약속드린다”고 전했다.


◇ 부상자 “냄새로 위험 느껴”
부상자 4명 중 한명인 박모(33)씨는 “현장에 처음 들어갔을 때 냄새로 위급하단 느낌이 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야간근무 교대자였던 박씨는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마스크를 착용하고 평소 신던 신발을 신고 현장에 들어갔는데 처음 봤을 때 냄새로 위급하단 느낌이 들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누출 현장에 들어갔을 때 불산이 새는 부분을 비닐을 받쳐 놨다”며 “그것이 이미 흐른 상태여서 밖으로 나와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태가 심각하다고 파악해 전신 보호구와 마스크, 내산장화를 다시 신고 작업을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사망한 박씨를 담당한 한강성심병원 화상외과 임해준 교수는 이날 “부상자 4명은 현재까지 상태가 비교적 양호하다”며 “상처부위를 치료하며 향후 상처가 어떻게 변하는지, 불산 영향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사망자가 불산에 어느 정도 노출됐는지는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서도 “반응으로 보면 노출이 적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부상자들의 경우 3~4일 정도 여유를 두고 지켜봐야 상처 깊이 등을 알 수 있다”며 “불산은 조직에서 노출된 양만큼 흡수되며 지속적으로 상처가 깊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누출된 불산은 어떤 물질?
불산은 반도체 웨이퍼 세척과정에서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상생활에서도 화장실 청소제나 불소함유 치약에서도 불산이 쓰이고 있으며, 화학비료나 농약에도 활용되고 있다.


29일 의료계에 따르면 맹독성 물질인 불산은 피부에 묻으면 심한 화상을, 기체 상태의 불산을 흡입할 경우 상기도에 출혈성 궤양과 폐수종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일반 화학화상의 경우 피부조직과 만나 조직괴사를 일으키지만, 불산의 경우 피부 조직으로 스며들어 체내 칼슘과 반응하여 전신반응을 일으킨다는 특징이 있다.


피부에 흡수된 불산은 체내의 칼슘, 마그네슘 이온과 결함해 칼슘 수치를 급격하게 떨어뜨린다. 이는 바로 심장에 영향을 미쳐 부정맥을 유발하고 심정지로 이어지게 된다.


한림대학교 한강성심병원 양형태 교수는 “불산은 체내로 흡수되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므로 초기 응급 처치가 중요한다”며 “신속히 병원으로 이송한 후 물로 환부를 세척하고 환부에 칼슘젤을 발라 체내 칼슘 수치가 낮아지는 것을 늦춰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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