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경제=염유창 기자] 박정희 독재 정권 때 유신헌법 반대 투쟁을 이유로 옥고를 치렀던 고(故) 장준하 선생이 39년 만에 무죄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부장판사 유상재)는 24일 대통령 긴급조치 제1호 위반 혐의로 지난 1974년 기소돼 징역 15년에 자격정지 15년을 선고받은 장준하 선생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 재판부, 정중히 고개 숙여
재판부는 “대통령 긴급조치 1호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으로 위헌이라는 대법원의 판시에 전적으로 취지를 같이 한다”며 “이 사건 공소사실은 적용법령이 위헌 무효이어서 ‘범죄로 되지 아니한 때’에 해당 한다”고 밝혔다.
검찰도 이날 재판에서 대통령 긴급조치 1호에 대한 대법원의 위헌 무효 결정에 따라 장 선생에게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구형했다.
재판부는 “오늘 이 자리는 권위주의 통치시대에서 큰 시련과 옥고를 겪은 고인에게 국가가 범한 과오에 대해 사죄를 구하고 잘못된 재판절차로 고인에게 덧씌워진 인격적 불명예를 뒤늦게나마 복원시키는 매우 엄숙한 자리”라고 강조했다.
이어 “고인의 숭고한 역사관과 희생정신은 세월이 흘러도 사회 구성원에게 큰 울림과 가르침으로 연연히 이어지고 있다”며 “국민의 사법부가 될 것을 다짐하면서 이 재심판결이 고인에게 조금이라도 평안한 안식이 되길 기원 한다”고 위로의 말을 전했다.
재판부는 “근대 헌법의 기본적 가치가 무참히 핍박받던 인권의 암흑기에 어둠을 밝히는 시대의 등불이 되고자 스스로 개인적인 희생과 고난을 마다하지 않았다”며 수차례 장 선생의 일생을 기렸다.
◇ “사법부 정의 살아 있어 다행”
이날 법정에 출석한 장 선생의 장남 장호권씨는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피해자의 가족으로서 ‘만시지탄’이지만 명예회복이 기쁘고 이제라도 사법부가 정의가 살아있는 것을 보여준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 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이어 “만약 선친에게 ‘무죄를 선고받았다’고 하면 항상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는 분이셨으니 ‘당연한 귀결 아니겠느냐’고 했을 것”이라며 “역사적인 이번 재판의 결정사항이 국민들이 미래로 나가는 대통합의 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 선생 측의 변호인은 향후 국가를 상대로 배상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다.
한편 민주당은 ‘고(故) 장준하 선생에 대한 무죄선고를 환영하며’ 라는 논평에서 “박근혜 당선인에게도 아버지 시대의 죄과를 씻고 본인이 강조하는 국민대통합을 실현하기 위해서 장준하 선생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의 장막을 거둬낼 결단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장준하 선생은 1973년 말 유신헌법에 반대하는 ‘개헌청원 100만인 서명운동’을 전개하는 등 개헌을 주장한 혐의로 1974년 1월 긴급조치 1호가 발동된 지 1주일 만에 체포돼 그해 8월 징역 15년에 자격정지 15년의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았다.
구속 수감된 장준하 선생은 12월 말 협심증 등이 악화돼 병보석으로 풀려났으나 이듬해 8월 경기 포천시 약사봉 절벽 아래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 원인에 의혹이 제기되면서 ‘정치적 암살’ 논란이 일었으며, 암살의혹 규명 국민대책위원회가 구성돼 의문사 의혹 규명에 나선 상태다. 광복군과 임시정부에서 활동한 장준하 선생은 1953년 월간 ‘사상계’를 창간한 이후 유신헌법 반대운동을 전개하는 등 독재에 맞섰던 대표적인 민주화운동 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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