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전현진기자] 소비자시민모임ㆍ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만나 지난 연말 출범한 의약품리베이트감시운동본부(감시운동본부)가 환자들이 제약사의 리베이트 행위로 손해 입은 금액(약가)을 돌려받겠다며 조프란(GSK)과 푸루나졸(대웅제약)에 대한 리베이트 환수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나섰다.

또 감시운동본부는 추가 소송과 불매운동까지 펼칠 예정이며 대국민 캠페인, 외국의 시민단체와 국제연대를 하는 등 그 활동범위를 넓혀가겠다고 밝혔다.
◇ 첫 제소 대상 ‘조프란’ㆍ‘프루나졸’, 왜?
감시운동본부는 지난 15일 오전 서울대학교병원 동문 앞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리베이트 적발 32개 제약사를 공개하고 의약품 리베이트 민사 소송단 모집을 위한 홍보 캠페인과 세부 일정을 공개했다.
오는 28일 손해배상 청구 소송 소장 제출을 앞두고 국민들의 관심 유도와 함께 추가 소송단 모집에 나선 것이다. 현재까지 소송단은 조프란 5명과 푸루나졸 3명을 모집했다.
이날 행사에는 감시운동본부 회장을 맡은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를 비롯한 관계자 30여명이 참여해 자체 제작한 리플렛을 시민에게 나눠줬다. 안 대표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닌 지속해서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범국민 캠페인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운동본부가 첫 제소 대상으로 정한 약물은 항구토제 ‘조프란’(GSK)과 항진균제 ‘푸루나졸’(대웅제약)이다. ‘조프란’, ‘프루나졸’을 첫 제소 약물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묻자, 안 대표는 “‘조프란’은 역지불합의(신약 특허권자가 복제약 출시를 늦추는 것을 조건으로 복제약 생산업체에 대가를 지불하는 행위)의 상징적인 약”이라며 “동아제약이 ‘조프란’의 복제약을 출시하려고 하자 GSK가 이를 막는 조건으로 동아제약에 ‘조프란’ 등에 대해 독점판매권을 준 것이다. 제약사가 제약사에 제공한 리베이트인 셈이다. 의사한테 주든 제약사에 주든 판매촉진을 위해 제공하는 게 리베이트다. 환자 입장에서는 약가인상을 가져온 명백한 리베이트”라고 설명했다.
이어 “역지불합의의 경우 외국에서는 이미 사회적 이슈가 됐던 것으로, 이번 소송을 맡는 남희섭 변리사가 먼저 역지불합의는 제소해도 승소가능성이 있다고 제안했다”고 덧붙였다.
또 “‘푸루나졸’은 약사법상 지급의무가 없는데도 시판 후 조사 명목으로 리베이트를 준 PMS(시판후 조사) 관련 건이다. 현금, 현물 등은 리베이트 규모를 계산하는 게 어렵지만, PMS건은 수월하다. 리베이트 금액을 특정지을 수 있는 약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 “앞으로 불매운동까지 펼칠 것”
감시운동본부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환자 처방이 가장 많은 고혈압과 고지혈증, 당뇨약 중 1개 품목을 선정해 1차 소송 이후에도 추가적인 소송 준비를 착수하기로 했다.
안기종 대표는 “일반적으로 많이 복용하는 고혈압ㆍ고지혈증ㆍ당뇨약 중 가장 승소가능성이 높은 약 딱 1개만 선택해 제소할 것이다. 검토하는 약제는 모두 공정위로부터 적발돼 처분을 받은 약제다. 오는 28일 기자간담회에서 약물명을 공개할 것이다”고 밝혔다.
그 이후 제약사 삼진 아웃 개념을 도입해 세 번째 적발 시 일반의약품 대국민 불매운동을 벌일 예정이다.
안 대표는 “제약사가 리베이트를 하면 회사 이미지 손상 뿐 아니라 소송까지 당하고 한마디로 패가망신을 당한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 국민들이 불매운동을 하는 모습까지 보여줘야 한다”며 “3회나 대규모 리베이트가 발각된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은 소비자의 당연한 권리찾기라고 볼 수 있다는 법률 자문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환자가 소송을 제기하면 정부도 움직인다. 외국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형사고발, 민사소송도 제기한다. 우리의 궁극적인 방향도 그것이다”라며 “조프란 복제약 출시가 2년 늦어져 환자들이 입은 피해에 대해 국회가 정식으로 다뤄주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 “시민의 행동을 보여주자”
최근 제약사 불법 리베이트가 또 다시 불거지자 지나가는 시민도 발걸음을 멈추고 리플렛을 자세히 살펴보는 등 이번 캠페인을 관심 있게 지켜봤다.
시민 한모씨는 “제약사 리베이트 규모가 이렇게 클 줄 몰랐다”면서 “지속적인 운동을 통해 이런 관행이 사라지도록 관심을 갖고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캠페인 장소를 지나가던 대학생 좌모씨는 “의약품 리베이트는 문제가 계속 제기되면 될수록 환자나 소비자들의 불신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지속하면 환자나 의료계, 제약업계 모두 손해”라고 지적했다.
한편 소비자시민모임 김자혜 사무총장은 “국제소비자기구도 5년 전부터 다국적 제약사의 국제적으로 리베이트를 척결하자는 운동이 있어왔다”며 “이번 검찰에 적발된 의약품 리베이트 사건이 계기가 됐지만, 오늘 캠페인과 민사소송은 의약품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대국민 홍보와 소비자 활동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소송단 모집을 통해 재판에서 이겨도 개인에게 돌아가는 부분은 미약하지만, 소비자들이 이 문제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은영 한국백혈병환우회 사무국장은 “올 초부터 거론되는 리베이트 뉴스가 불편할 수밖에 없는 것은 어떤 제약회사도 리베이트에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라며 “뿔난 시민의 행동을 보면서 제약업체 스스로 자정활동을 벌이기를, 그리고 정부도 더 엄격한 감시가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경실련은 보도자료를 통해 “리베이트 수법이 갈수록 음성화되고 교묘해지고 있어 검찰의 수사와 처벌만으로는 불법적인 리베이트를 근절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지능화되고 있는 불법 리베이트는 내부고발이 아니고서는 적발하기 쉽지 않은 현실을 고려해 볼 때, 포상금제도 확대로 유인책을 마련하고 공정위와 검찰의 기획수사를 보다 확대하는 등 적극적인 감시가 필요하다”고 논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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