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종교인 과세, ‘의지’가 문제

전현진 / 기사승인 : 2013-01-18 15:5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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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경제=전현진기자]정부가 공평과세를 위해 종교인에게도 소득세를 매기려던 계획이 또 유보됐다. 이에 국민들은 허탈해했다. 대다수 국민들은 “종교인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가?”라며 “어서 빨리 종교인들도 세금을 냈으면 한다”고 바랐다.


종교인 과세 논란은 2006년 종교비판자유실현시민연대가 종교인 대부분이 탈세하는데도 정부가 이를 용인해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국세청은 옛 재정경제부에 종교인 과세가 가능한지 질의했고 재경부는 과세 가능성을 검토했다. 그러나 지방선거로 인해 종교인 과세는 흐지부지 됐다.


그러나 지난해 초 당시 박재완 기재부 장관이 ‘모든 국민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국민개세주의’를 언급하면서 이 문제가 다시 공론화됐다.


작년 8월 세법개정안 발표 당시에는 발언 수위를 한층 높여 박 장관은 “현행법상 종교인을 불문하고 소득이 있는 곳에 납세의무가 따른다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렇지 않으면 이미 자발적으로 낸 종교인의 납세분을 정부가 돌려줘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이르지 않겠느냐”고 압박했다. 이후 기재부는 종교인 과세 추진에 속도를 더했다.


작년 세법개정안 발표 이전에 정부와 종교계 인사들과 서너 차례 협상했고, 종교계가 과세 자체에 거부할 수 없는 사회 여론도 조성됐다.

급기야 지난 8일 백운찬 기재부 세제실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종교인단체들은 대부분 과세에 긍정이다”고 소개하며 종교인 과세에 자신감을 보였다.

또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기자회견에서 “(불교계는) 과세를 조금도 부정하지 않는다”고 강조했고, 진보적 개신교 단체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김영주 총무는 “하루빨리 목회자 납세 문제가 정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혀, 종교인 과세는 긍정적으로 흘러가는 듯 했다.

그러나 정부는 종교인 과세를 2012년 세법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에서 제외했다. 17일 백운찬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종교인의 소득에 과세하기로 한 원칙은 확정됐다”며 “다만, 소규모 종교시설은 납세 인프라 준비가 필요하고, 과세 방식과 시기 등에 대해 조금 더 협의를 거쳐 공감대를 이뤄야 할 사항이 남아있어 이번 시행령 개정안 발표에는 포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로써 종교인 과세는 아쉽게 또 유보됐다. 물론 대다수 사람들은 종교시설 납세 인프라 준비와 과세 방식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종교인 과세 논란은 2006년에 제기됐다. 6년이 흘러서도 정부는 “과세방법, 인프라 구축, 과세시기를 결정하는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입장을 밝힌다. 이런 정부의 입장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또 대부분의 종교인 단체들도 “과세에 긍정적이다”라고 밝힌다. 그러나 종교계의 자발적 납세 움직임은 크게 보이지 않는다. 종교인 과세에 대한 정부와 종교계의 의지가 강했다면 이렇게 또 유보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는 종교인 과세에 대한 ‘의지’를 보여줄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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