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크로스 혼전, 게임은 정당하게

정해용 / 기사승인 : 2012-12-17 11:2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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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용의 관전상황실>

1.
선거 캠페인 긴 레이스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더는 물러설 수 없는 마지막 며칠. 선거란 어느 때나 치열한 법이지만, 이번 선거는 유난히 긴장감이 더한 것 같다.


캠페인 초기부터 눈에 띈 두 당의 대선 핵심기구는 바로 ‘국민대통합’을 모토로 한 위원회였다. 종전 선거에서 각 당이 자기 정책이나 색깔에 동조하는 지지자들을 끌어모으는 데 중점을 두었다면, 이번에는 다양한 색깔의 국민들을 끌어안을 수 있다는 포용력을 다투어 과시하기라도 하려는 듯 다양한 인물들을 서로 끌어들였다. 김대중 정부 때의 각료나 대통령 참모들이 새누리당 캠프에 들어갔고, 유신 이래로 공화-민정-한나라당만을 위해 일하던 정객이 민주당 캠프에 영입되기도 했다. 부산하게 벌어진 합종연횡은 거대한 지각변동의 예고편이었다.


여기에 안철수라는, 그 어느 정당과도 인연이 깊지 않아 세상이 ‘시민후보’라 이름붙인 제3의 후보가 일대 태풍을 몰고 등장했다. 그 역시 ‘새 정치’가 필요하다는 구호를 내세웠는데, 여기에 시민들이 열광이 과연 ‘태풍급’. 국민이 원하는 것은 오직 ‘새로운 정치’임이 더욱 확연해졌다. 이번 선거를 통해 확연히 드러난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적 갈망. 당연하게도,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유세 때마다 자기 손으로 새 정치를 이끌겠다고 공약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새로 태어나는 정권이 이 갈망을 잊지 않고 새 정치 실현에 심혈을 기울인다면 과연 이 나라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역사의 궤적을 만들어나가게 될 것만 같다. 안철수 후보 자신은 야권후보 단일화라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중도 사퇴했으나, 그가(또는 그를 매개로 하여 분출된 정치 사회적 현상이) 한국 정치에 미친 영향은 정치사에 남을 듯하다.


2.
‘대통합’이란 명분 탓인지 두 당의 대선캠페인 본부는 모두 과두체제로 출발했다. 다양한 성향,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을 포용하려니 여러 라인의 사람들에게 감투를 씌워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휘계통이 여럿으로 갈린 상태에서는 일사불란한 활동이 어렵다. 새누리당이 김무성 본부장 체제로 선거본부를 정비한 데 이어 민주당도 12월에 들어와 정세균 상임고문을 중심으로 지휘체제를 다잡았다.


두 당의 지휘체제가 단일화되자 각기 구심점이 뚜렷해졌다. 비로소 선거전은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양자대결 구도가 확연해졌다. 먼저 승기를 잡고 대세를 굳힌 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다. 대세가 굳었다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박 후보의 우세는 오래 지속되었다.


그런데 12월10일 정세균 대표는 “2~3일 내에 지지율이 골든크로스를 이룰 것”이라고 예언했다. ‘골든크로스(Golden Cross= 황금의 교차점)’란 주식시장에서 흔히 사용되는 용어다. 지금 주가의 흐름이 최근 평균선(주로 20일 평균선)을 뚫고 상승할 때, 그래프상 두 선이 교차되는 지점을 골든크로스라 한다. 각 매체의 두 후보에 대한 지지율조사(여론조사)에서 역전이 벌어질 거라는 예고였다. 그 반대편에서 보면 ‘데드크로스’다.


대선 1주일을 앞두고 여론조사 결과의 공표가 금지되기 직전인 마지막 날. 12일 각 매체의 조사 결과는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여주었다. 이날 발표된 언론사 조사결과 12개 대부분이 여전히 박 후보가 우세하다는 결과를 보여주긴 했지만, 격차는 예전보다 좁혀진 게 분명했다. 더구나 헤럴드경제-리얼미터 조사에서는 박 후보 대 문 후보의 격차가 47.8대 47.7로 단 0.1%P에 불과했고 가장 늦게 공개된 한국일보-한국리서치 조사에서는 44.9대 45.3으로 오히려 문재인 후보가 0.4%P 박 후보를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두 개 조사에서나마 정 고문이 말한 ‘골든크로스’ 현상을 보인 것이다. 그만큼 선거전은 더욱 치열하게 됐다. 이는 단순한 우열이 아니라 상승세와 하락세라는 흐름의 변화를 보여주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더 이상 흐름은 공개되지 않겠지만, 승부가 더욱 치열해진 건 분명하다.


3.
대선 일주일을 앞두고 0.00%까지의 우열을 다투고 있는 두 후보 진영이 얼마나 속이 타들어갈지는 눈으로 보지 않아도 충분히 짐작이 된다. 마음은 조급하고, 예민해졌을 것이다. 작은 악재에도 애가 타고 작은 호재로도 환호한다. 조울증 상태와 비슷해진다 할까. 이처럼 조바심이 일 때 사람들은 종종 편법의 유혹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나라의 앞날을 가르는, 선거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과연 우리가 얼마나 성숙한 민주시민, 민주국가인지를 증명해보일 수 있어야 한다. 성숙한 국민, 성숙한 공무원, 성숙한 정당, 성숙한 운동원의 자존심을 지켜내지 못한다면 어떤 종류의 승리도 기쁨이 될 수 없다. 12월 19일 대한민국의 성숙하고 공정한 대선 소식이 전 세계에 알려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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