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걱정의 책임은 유권자의 몫

정해용 / 기사승인 : 2012-11-26 13:3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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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용의 관전상황실>

바야흐로 시국은 선거의 계절이다. 지난 7일 미국의 대선이 끝난 직후 중국에서도 시진핑(習近平) 공산당 총서기가 이끄는 새 지도부가 출범했다. 선거의 시스템은 다르지만 미-중 두 강대국이 정치권력의 새로운 단계로 들어선 것은 앞으로 지금부터의 세계 권력의 재편에 주요한 틀이 확정된 것을 의미한다. 오바마 2기의 미국이, 시진핑 체제의 중국이 어떤 세계전략을 갖는가에 따라 세계사의 향방이 결정될 수 있다. 때마침 우리나라도 대통령 선거를 맞고 있다. 차기 대통령 선택 요건 중에는 오바마-시진핑 시대의 국제환경 속에서 누가 더 국익에 맞는 외교와 경제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가도 참고사항이 될 수 있다.


물론 국제환경을 이해하고, 그러한 이해를 전제로 아홉 명의 대선 후보 가운데 누가 가장 적합한가를 따져보는 건 일반 시민들로써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를테면, 국제 환경이 치열한 시장경쟁을 예고한다면 시장 전략에 보다 유능한 후보가 유리할 수 있을 것이며, 국제 환경이 무력전쟁의 가능성을 예고하는 것으로 비쳐진다면 누구보다 국가안보에 유능할 것으로 판단되는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판단은 단지 강대국들의 동향을 눈치 보아야 하는 약소국이어서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강대국이라 해도 그들의 지도자를 뽑을 때는 당연히 국제환경의 흐름은 매우 중요한 참고 항목이다.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에서 국제환경이란 이슈가 소홀히 여겨지고 있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최근 이스라엘은 가자 지역을 지배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하마스에 대해 무자비한 공중폭격을 퍼부었다. 폭격기들이 1천5백회나 출격하여 하마스의 주요 핵심지역들을 폭탄으로 두들겼는데, 이에 맞선 하마스의 반격은 로켓탄 1천여 발에 불과했다. 수량적으로 비교가 안 되는 이 공방에서 양쪽이 공식 확인한 사망피해자는 160명인데, 사망자 숫자도 극과 극이다. 팔레스타인에서 죽은 피해자는 155명, 이스라엘에서 죽은 피해자는 5명이다. 팔레스타인 사망자 중에는 하마스 군 사령관도 포함돼 있다. 수천 명으로 추산되는 일반 부상자의 태반은 역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다.


이스라엘이 압도적인 공군력으로 팔레스타인을 폭격하며 지상전을 위해 7만명 규모의 예비군 소집령을 준비하고 있을 때 세계 여론은 이스라엘의 자제와 공격 중단을 요구했다. 하마스는 어떠했을까. 아무리 자살폭탄을 자원할 만큼 전의가 충만한 하마스라 하더라도 이같은 공세 앞에서는 휴전을 원할 수밖에 없다. 이집트 대통령과 미국, 그리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직접 날아가 전쟁의 중단을 촉구한 결과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다시 휴전에 합의했고 한 달여의 치열했던 포성은 멎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한 달간의 전쟁’이라는 이 충돌의 한계는 이미 예측 가능한 것이기도 했다. 일종의 시나리오라고 할까. 전쟁이 고조에 달했을 때 이웃나라 영국의 유력언론 가디언은 이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고 예언하는 분석 기사를 실었다.


‘이스라엘 총선이 내년 1월22일로 예정돼 있다. 여당인 리쿠드당의 네타냐후 총리는 무엇보다 유권자들에게 강력하게 어필할 수 있는 카드가 필요했을 것이다. 노동당이 제기하는 여러 사회적 이슈들로부터 유권자들의 시선을 돌릴 수 있는 반전의 계기도 필요했다. 야당의 전임 총리 에후드 올무드가 정계복귀를 선언하기로 한 날에 맞춰 이스라엘 군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시작했다. 유권자들의 시선을 빼앗아버린 것이다. 본래 노동당 소속이었다가 네타냐후 연정에 참여한 에후드 바라크 국방장관은 네타냐후보다 더 적극적으로 이런 강경책을 원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스라엘 유권자들이 전면전을 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이스라엘의 군사공격은 선거용으로 적절한 수준에서 멈추게 될 것이다.’


자신들의 권력 연장을 위해 수백 명의 희생자가 발생하는 전쟁까지도 서슴지 않는 선거의 비열한 속성. 이것이 바로 안보 선거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이웃나라 일본도 선거를 앞두고 있다. 다음 달, 우리나라 대선보다 하루 먼저 총선(중의원)을 치르게 되는데, 그 어느 때보다 극우적 이슈와 공약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어 세계를 근심시키고 있다. 1945년 패전 후 무장을 금지시킨 헌법을 개정하여 일본의 재무장이 가능하도록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여당인 자민당 안에서 공공연히 제기되고 있는가 하면 한발 더 나아가 일본이 핵무기를 준비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정계 중진의 인터뷰도 나왔다. 국민의 두려움을 자극하고 그것을 이용해 표를 얻으려는 술책이다.


미국-중국의 새 지도부가 각기 경제회복과 발전, 국력증진에 중점을 두고 있는 가운데 일본이나 이스라엘 같은 호전적인 국가들의 군국화가 가속되는 현상. 이 가운데 놓인 대한민국의 미래에도 중대한 영향이 있다. 좀 더 호전적인 대응이 필요할 것인가 평화지향의 대응이 유리할 것인가. 유권자들은 당장 쇼처럼 벌어지는 안보 이벤트에 휩쓸리기 전에 냉정한 전략적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하고 그 의사를 투표로 표현해야 한다. 민주국가에서 국민들이 나라의 미래에 책임지는 첫걸음이 바로 투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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