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표팀은 지난 달 27일과 31일, 각각 우즈베키스탄과 뉴질랜드를 상대로 두 차례의 평가전을 가졌다. 결과는 1승 1무. 우즈베키스탄과 1-1로 비긴 대표팀은 뉴질랜드에게 1-0으로 승리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강한 상대라고 보기 힘든 두 팀을 상대로 결과는 물론 내용 역시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러나 대표팀의 경기력보다 화제의 중심으로 떠오른 것은 차두리였다.
지난 1월 호주에서 펼쳐진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팀의 맏형으로 우리 대표팀을 이끌었던 차두리는 자신의 국가대표 경력의 마침표를 선언했다. 아시안컵을 끝으로 대표팀 은퇴를 결정한 것. 그러나 대표팀의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차두리에게 ‘한 게임 더’를 말했다. 대표팀을 위한 것이 아니라 차두리를 위한 것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뉴질랜드와의 경기에서 차두리가 국내 축구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할 기회를 주기 위해 대표팀에 소집했고, 차두리는 뉴질랜드 전에서 선발로 출장해 42분을 활약했다. 많은 선수들이 마지막 무대에서 정장을 차려입고 그라운드에 나서 팬들과 작별을 했던 것과 달리 차두리는 슈틸리케 감독의 배려 속에 은퇴 경기를 치르고 많은 관중들의 박수 속에 14년 동안 입었던 대표팀 유니폼을 반납했다.
하프타임을 통해 진행된 국가대표 은퇴식에 나선 차두리는 스스로에 대해 “복 받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팬들에게 자신이 한 것 이상의 사랑을 받았다고 말한 차두리는 그 때문에 부끄럽고 미안하기도 했지만 행복한 축구선수라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또한 자신의 목표이자 기준이었고, 또 한편으로는 벽이기도 했던 아버지 차범근 전 감독에 대해서도 “존경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했다.
“항상 아버지를 보고 그 명성에 도전했다”고 말한 차두리는 아버지보다 잘 하고 싶었고 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현실의 벽을 느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차두리는 축구를 너무 잘하는 아버지를 둬서 아무리 열심히 해도 아버지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 때문에 자책과 아쉬움은 물론 미움도 있었지만 결국 아버지가 자신이 받은 가장 큰 선물이었다고 말했다.
▲ 대표팀 은퇴경기를 마쳤다. 소감을 말한다면?
날씨가 좋지 않은데도 많은 분들이 오셔서 마지막 경기를 축하해주셔서 감사를 드린다. 국가대표 생활을 하면서 오르막과 내리막도 있었고 기쁜 일과 실망스러운 일도 있었는데 이제 다 끝났다.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 은퇴식에서 결국 눈물을 보였는데 이유가 있나?
운동장에 서서 팬들이 고맙다고 메시지를 보낸 영상을 보면서 내가 한 것 이상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것 같아 감사했고 행복한 축구선수였다는 생각이 들어서 눈물이 났다. 아버지가 운동장에 나왔을 때는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아버지를 넘겠다는 큰 아성에 도전했지만 실패했고, 이 때문에 아쉬움도 남았다. 그러나 아버지는 모든 걸 갖춘 사람이다. 최고의 선수였고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며 감독도 했다. 내가 힘들 때 나를 사랑으로 챙겨주셨다. 그런 아버지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건 행운이다.
▲ 가장 기억에 남는 감독은?
히딩크 감독이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경험도 없었고 청소년 대표도 안 한 대학생 선수를 월드컵 대표팀에 합류시키는 것은 웬만한 배짱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히딩크 감독님이 그때 스피드와 파워가 좋다는 장점 하나를 크게 봐서 나를 대표팀에 발탁하고 월드컵까지 데려가주셨기 때문에 지금 이 자리에서 내가 많은 사람들의 박수를 받고 그만 둘 수 있는 것 같다.
▲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를 꼽는다면 어떤 경기인가?
이번 아시안컵 8강전이었던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를 꼽고 싶다. 내가 대표팀에 필요한 선수라고 느끼게 해줬던 경기다. 대회 당시 후배들에게 개인 욕심을 버리고 팀 승리에 초점을 맞추고 경기에 못 나가도 내색하지 말고 팀을 위해 희생하자고 했다. 나이든 선수부터 할테니 따라와 달라고 말했다. 8강전에서 나는 벤치에서 시작했고 후반에 나가서 팀 승리에 보탬이 됐다. 처음 했던 말이 책임을 져서 선배로서 기분이 좋았다. 그 경기 때 체력적인 부담이 컸는지 손흥민이 연장을 앞두고 도저히 못뛰겠다고 했다. 경기에서 지면 내 마지막 A매치가 될 수 있어서 꼭 이기고 싶었다. 감독님한테 흥민이가 피곤하니 변화를 주자고 해서 손흥민이 최전방으로 가고 체력이 좋은 이근호를 측면에 두게 됐다. 결국 흥민이가 연장에 2골을 넣었다. 고참으로서 경기에 영향을 주고 승리를 하게 돼서 특히 기뻤다.
▲ 그 손흥민이 본인의 은퇴경기에서 페널티킥을 실축했다.
느낌상 넣을 것 같지가 않았다. (웃음) 처음에 나보고 차라고 했는데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경기는 이기는 게 중요하고, 진지함을 끝까지 이어가야 해서 차는 걸 거절했다. 후배들이 마지막까지 경기에서 이기려고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세로 들어온 이재성이 골을 넣고 있겼다는 게 앞으로 대표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 같다. 나이 어린 K리그 선수가 좋은 활약을 해준 것은 K리그의 다른 선수들에게도 희망을 준 것이다.
▲ 현역을 완전히 은퇴하고 나면 지도자를 할 생각인가?
지금 당장은 소속팀인 FC서울의 성적이 나게끔 죽어라 뛰는 것이 중요하다. 그 이후에 차차 앞날을 생각해보겠다. 일단 지도자 자격증을 따고 싶고, 독일에서 지도자 자격증을 따는 게 목표다. 그 과정에서 축구 안팎으로 배우는 게 많을 것 같다.
▲ 2004년 독일에게 3-1로 이겼던 친선경기를 기억하는 팬들도 많다.
대단한 경기였다. 한국 축구가 독일을 이기는 건 흔히 있는 일이 아니다. 당시 나는 동일에서 평범한 선수로 뛰고 있었다.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독일을 이겨서 자부심을 느끼고 자랑스러웠다. 우리 대표팀이 강대국과 경기를 많이 하면 발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 국가대표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대표팀으로 훈련을 하고 평가전을 하고 경기를 뛰는 모든 과정은 하늘에서 집어 준 선수들만의 특권이다. 이런 것을 인식하고 감사하면서 책임감을 갖고 뛰어야 한다. 수많은 선수들이 대표팀에 오고 싶어 하지만 들어오지 못하고, 또 들어왔다가 얼마 안 되서 나가는 경우도 많다. 한 번 들어왔을 때 뭔가를 보여주고 오래 남고 싶다는 욕심을 갖고 들어왔으면 한다. 그러면 경쟁이 되고 대표팀도 더 강해진다. 우리는 유럽이나 남미처럼 선수층이 두텁지 않다. 한정된 자원 안에서 선수를 발굴하고 성장시켜야 한다. 개개인이 그런 것을 느끼고 발전을 해야 한국 축구도 발전한다. 아쉽게도 유럽과는 다르게 한국은 대표팀에 의해 모든 축구가 돌아간다. 대표팀이 소속팀 위에 있다. 그래서 대표팀 평가전을 통해 팬을 잃을 수도 얻을 수도 있다. 매 경기 열정을 다해 경기를 해주면 팬들이 늘어날 것이고 다음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다.
▲ 뛰어난 피지컬에 비해 기술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내가 기술이 뛰어나지 않은 선수인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다른 장점이 있는 선수다. 유럽에서는 선수의 장점을 가장 크게 보고, 한 가지 잘하는 점을 극대화시키려고 노력하는데 우리는 아직 선수가 완벽해야 한다는 주의가 강하다. 완벽한 선수는 없다. 단점을 갖고 평가하기보다는 장점을 보고 즐거운 마음으로 축구를 봐줬으면 한다.
▲ 앞으로 한국 축구가 나아갈 방향은 어때야 한다고 생각하나?
열심히 한다는 말은 큰 함정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선수들은 열심히 했다고 하는데 유럽에 가니 열심히 하는 것은 기본이었다. 세계 축구에서 열심히는 기본이다. 유럽 선수들은 뛰는 양과 공을 위한 투쟁심 등 모든 것들이 열심히다. 열심히 하는 것을 기본으로 간결하게, 섬세하게 하는 게 잘하는 거다. 열심히 한다는 기준을 기본적으로 해서 자기가 가진 기술을 보인다면 세계의 벽을 넘을 수 있을 것이다.
▲ 예전에 자신의 축구 인생을 스코어로 볼 때 3-5로 지고 있다고 했다. 지금은 어떤가?
그대로다. 그런데 이전이랑 달리 경기 종료 직전에 골대 두 번 맞춰서 진 게임 같다. 지난 2년 간 FC서울이랑 대표팀에서 타이틀을 얻을 기회가 많았다. 지나고 나면 선수는 얼마나 우승을 많이 했느냐가 남는다. 챔피언스리그와 FA컵, 아시안컵 결승까지 올라간 것은 뿌듯하지만 결국은 빈손이다. 그래서 골이 안 들어가고 끝난 것 같다.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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