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칼럼] 대책 없는 대책

권희용 / 기사승인 : 2016-01-18 10:11:29
  • -
  • +
  • 인쇄
▲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전 국정신문 편집장

새해에는 새 희망을 품기 마련이다. 꽁꽁 얼어붙은 경기형편에서도 새해는 밝았다. 내놓고 희망을 말할 처지는 아니어도 마음속에는 제발 작년보다는 조금이라도 나은 해가 되기를 기원했다. 소시민들이 맞이한 새해벽두의 간절한 소망이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김정은의 불장난소식이 엄동에 더해 차디찬 얼음물을 끼얹었다.


북한의 수소폭탄실험 뉴스를 듣게 된 것은 동네 사우나탕에서다. 십 여 명의 골목사장님들이 함께였다. 식당, 슈퍼마켓, 단말기, 철물점, 24시, 노래방 등등을 운영하는 골목상권의 주인공들이다.


“어어, 저게 무슨 소리야?! 저런 개 쌍XX, 저걸 콱 죽여 버리지 못하고…!!”


“거참, 연초부터 빌어먹을 X이 또 개XX했군…”


“백성은 굶어 죽는데 돼지 같은 X이 불장난만 하고 있으니…”


원색적인 말들이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왔다. 새해부터 ‘재수 옴 붙었다’는 공감대가 사우나 열기보다 더 뜨거울 지경이다. 들고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이런 분위기는 좀체 식지 않고 거의 10여분 이어졌다.


“그나저나 올해도 날 샜구먼…”


이윽고 아파트 단지 앞에서 통닭집을 운영하는 사장이 맥 빠진듯한 목소리를 신호로 분위기가 순식간에 반전된다.


“누가 아니래, 장사해서 먹고살기는 틀렸고…, 뭐하나 된다는 소리는 없고 온통 연초부터 싸우는 소리밖에 안 들리니 원 참…”


“개XX들! 자기들 밥그릇싸움에만 골몰하고 있지, 어디 서민들 생각을 눈곱만큼도 안 해요.”


“티비에서는 하루 종일 탈당한다는 소리, 당 만든다는 소리, 어느 놈이 어디로 간다는 소리, 여야 간 싸우는 소리, 대통령이 경제 법안 통과시켜달라고 했다는 소리…. 이게 나라꼴이야!!”


“법을 통과시켜야 경기가 나아질 거라고 그렇게 말하는데도 꿈쩍도 하지 않는 X들이 무슨 국회의원이라고 엄청난 세비만 축내고…”


동네 ‘사우나여론’은 ‘김정은의 불장난’은 순식간에 간곳없고 질펀하고 밥그릇 챙기는 국회의원 욕하는 자리로 급변했다. 가릴 것 없이 적나라하게 다 내놓고 뜨거운 열기 속에서 흘러내리는 땀과 쌍말까지 동원해서 퍼붓는다. 그들의 언어에는 차디찬 냉기가 섞여있음이 역력했다.


아니나 다를까, 새해에 접어들어 중순이 다가도록 대한민국의 화두(話頭)는 수소폭탄에서부터 탈당, 창당, 선거구 획정, 정치신인 등등 민생과는 거의 상관없는 단어들만 횡행하고 있다. 대책없는 정국이 민생의 가슴을 짓누르고 있다는 말이다.


며칠 전 창당에 착수한다는 모 정당의 현수막에는 우리나라의 당면한 현안이라는 단어들이 열거되어 있었다. 단어들만 보면 우리가 안고 있는 현안인 게 맞다. 문제는 ‘그래서 어쩌겠다는 것이냐’에 있다. 그 당의 창당주역인 사람은 몇 년 전에도 새 정치를 하겠다고 나섰던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새 정치가 어떻게 하는 것이냐에 대한 대답을 하지 못하고 엉뚱한 정당에서 우왕좌왕하다가 나와 현안이라는 단어를 무슨 새 상품인 냥 늘어놓고 전방을 벌인 모양새다.


아니나 다를까. 김정은의 불장난을 어떻게 막아야 하는지에 대한 대책도 없다는 게 그 분야 전문가들의 정답인성 싶다. 아침 라디오인터뷰에 응답한 북한핵문제 전문가는 앵커의 대책을 묻는 질문에 거의 신경질적으로 대들었다.


“6자회담은 북에서 받아들이지 않고, 우리도 미온적인데 대화밖에 없다는 말은 대책이 아니지 않습니까?!”

대화유지가 대책이라는 말에 앵커가 따지듯 다시 묻자 전문가의 어조가 날카로워졌다.


“그러면 제가 되묻죠. 이 정부가 대화에 미온적이었는데, 그래서 얻은 결실은 무엇이었죠?”


북한의 핵문제에 대한 대책은 대화 외에는 달리 없다는 것이 전문가의 ‘대책’이라는 말이다.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그는 야당에서 영입한 외교전문인사로 과거 6자회담을 주도한 인물이다.


가라앉은 경기도, 김정은의 불장난도 우리에겐 아무런 대책이 없이 새해를 맞았다. 곧 닥칠 총선이 민생의 고단함을 달래줄 대책이 될 턱이 없다. 다만 이번만은 정말 골라 뽑아야만 한다는 다짐이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