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 약물 검출’ 박태환, 1년 6개월 자격정지

박진호 / 기사승인 : 2015-03-24 10: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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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경제=박진호 기자] 한국 수영의 간판스타 ‘마린보이’ 박태환이 결국 금지약물 복용과 관련해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스위스 로잔에 위치한 팰레스호텔에서 현지시간으로 지난 23일 진행된 FINA의 도핑위원회 청문회에서 FINA는 박태환에 대해 18개월의 자격정지 징계와 함께 지난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획득한 메달을 모두 박탈하는 징계를 확정지었다. 박태환의 자격 정지기간은 지난 해 9월 3일부터 내년 3월 2일까지다.


FINA는 이날 청문회에 박태환을 출석시켜 자격징계를 확정했다. 박태환은 인천 아시안게임 개막을 앞둔 지난 해 9월 초에 실시한 약물 검사에서 세계반도핑기구(WADA) 금지약물인 테스토스테론 성분이 검출되었고, 이에 금지약물 복용과 관련하여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일반적으로 청문회 후 2~3일의 시간을 두고 최종 결과를 발표했던 FINA는 청문회를 마치고 3시간 뒤에 결과를 공지했으며, 징계 결과에 이의가 있을 경우 향후 21일 이내에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 영웅의 초라한 몰락
이번 청문회에 박태환 측에서는 박태환을 비롯해 박태환이 선임한 변호사들이 참석했으며 이기흥 회장 및 대한수영연맹 관계자와 김지영 대한체육회 국제위원장 등도 참석했다.
박태환은 국내에서 진행된 검찰 수사 결과 등을 근거로 하여 금지 약물 투여 자체에 대한 고의성이 없었음을 소명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대한수영연맹 측은 박태환이 한국 수영에 이바지한 부분 등을 강조하며 징계 경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박태환은 1년 6개월의 징계를 받으며 내년에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규정상으로는 참가할 수 있는 신분을 유지하게 됐다. 테스토스테론이 검출될 경우 일반적으로 2년 정도의 자격정지 징계가 내려졌다는 전례로 볼 때 박태환으로서는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국민적인 영웅으로 대접받던 명예 실추는 막을 수 없는 상황이다.
우선 박태환은 지난 아시안게임에서 획득한 6개의 메달(은메달 1, 동메달 5)을 모두 박탈당하며 우리나라 선수의 아시안게임 개인 통산 역대 최다 메달 기록도 놓치게 됐다. 특히 박태환은 단체전에서도 메달을 획득한 바 있어 함께 출전했던 동료들까지도 메달을 박탈당할 것으로 보인다.
‘억울하다’ 항변에도 여전한 의혹
또한 박태환에게 금지약물 주사를 투약한 병원장을 검찰이 업무상 과실치상 및 의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지만 이 과정에 대해서도 의혹은 여전하다.
박태환은 지난 해 7월 29일, 서울의 한 병원에서 ‘네비도(NEBIDO)’라는 주사제를 맞았고, 이로 인해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9월 도핑테스트에서 양성으로 나왔다. 박태환 측은 이에 불복하여 B샘플 검사도 이루어졌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박태환 측의 입장은 금지 약물 투여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으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의사의 일방적인 실수로 인해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다. 이 주장에 의하면 박태환은 피해자다. 그러나 FINA의 도핑 징계는 고의성 여부보다 투약 여부가 더 중요한 기준이었다. 또한 박태환의 주장에도 여전한 이론이 제기되고 있다.
병원 측은 박태환에게 남성호르몬 수치를 높이기 위해 주사를 놓았고 테스토스테론이 금지약물인 것을 몰랐다고 밝혔다. 그러나 병원 측이 주사한 ‘네비도’는 도핑 시험에서 양성을 나타낼 수 있다는 주의사항을 명시해두고 있다.
운동선수에게 대회를 앞두고 주사제를 투여하는 의사가 이를 몰랐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주요 도핑 제제 성분인 테스토스테론에 대해 금지약물인줄 몰랐다는 병원 측 설명은 더욱 의심을 키우고 있다.
테스토스테론은 ‘약물복용 파문’으로 상당한 문제를 야기했던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사용했던 성분이며 세계 사이클의 황제로 군림했던 렌스 암스트롱의 화려한 업적을 한 순간에 무너뜨린 약물이기도 하다.
박태환 역시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남성 호르몬 수치를 높이기 위해 병원을 찾은 것에 대해 설득력 있는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주사제 ‘네비도’는 성욕감퇴와 발기력 저하, 복부비만 등 남성 갱년기의 문제점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한다. 20대의 박태환이 굳이 ‘남성 호르몬 수치’를 올리기 위해 이 약물을 투약받은 이유가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특히 남성 호르몬과 관련된 약물은 근력 증가에 효과가 있어 도핑과 관련해 상당한 인과관계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 도핑 방지 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면 ‘네비도’는 경기기간은 물론 경기기간 외에도 금지해야 하는 약물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박태환 측의 주장이 모두 사실이라 하더라도 국가대표로서의 처신에 문제가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선수관리 허점 드러난 부실한 체육행정
박태환이 올림픽 이전에 징계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며 아직 상황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대한체육회의 국가대표 선발 규정은 금지약물 복용으로 징계를 받은 선수에 대해 징계 만료일로부터 3년간 대표선수로 활약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FINA의 징계는 2016년 3월까지지만 박태환의 대표 복귀는 2019년 3월까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결국 박태환이 올림픽에 나서기 위해서는 기존의 규정을 바꾸거나 예외적인 적용이 필요하다. 국내 체육행정의 행태로 볼 때 여러 가지 이유를 근거로 들어 특별한 면죄부를 박태환에게 부여할 가능성은 다분하다. 그러나 이러한 국내 체육행정은 또다시 비난의 중심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는 우리나라 배드민턴의 간판인 이용대와 김기정이 도핑검사를 불응했다는 이유로 세계배드민턴연맹(BWF)으로부터 1년간 자격정지를 당해 파문이 일었다.
이들은 2013년 3월과 11월, 세계반도핑기구(WADA) 검사관들이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협회가 관련시스템(ADAMS)에 입력했던 소재지인 태릉선수촌이 아닌 다른 곳에 있어 도핑 테스트를 받지 못해 도핑 기피 의혹을 받았다.
이는 협회가 ADAMS 입력 시기를 놓치면서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고, 결국 이들은 스포츠중재재판소에 해당 징계에 대한 항소를 제기하고 BWF에 재심을 청구하여 징계를 철회 받았다. 당시 신계륜 대한배드민턴협회 회장은 “모든 게 협회 탓"이라고 잘못을 시인한 바 있다.
그런데 이러한 사단이 벌어졌음에도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박태환이 금지 약물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주사제를 투여 받을 정도로 선수관리가 허술했다는 지적에서 대한수영연맹은 물론 국내 체육계는 자유로울 수 없을 전망이다.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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