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재의 경제별곡]재벌, 잇단 기부행렬 일회성 아니기를

이완재 / 기사승인 : 2011-08-30 10:08:16
  • -
  • +
  • 인쇄

재벌들의 거액 기부를 통한 사회환원이 요즘 우리사회 화제다. 최근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개인재산 5000억원을 사회 환원 차원에서 내놓았다. 그 자신이 세운 해비치문화재단에 쾌척하며 인재육성자금으로 써 줄 것을 당부했다. 이는 순수 개인 기부 규모로는 사상 최대 금액이다. 현재까지 정 회장이 사회에 환원한 금액은 이번 금액을 포함해 약 6500억원이다. 언론은 이 일을 ‘기부문화의 이정표’로 추켜세우며 대서특필했다.


이에 앞서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의 주도로 현대중공업, KCC 등 범 현대가에서 5000억원을 기부한 바 있다. 불과 한달 새 현대그룹 측이 내놓은 돈이 1조를 넘어선 것이다. 일반인이라면 평생 가도 만져보지도 못할 천문학적 액수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마냥 유쾌하지만은 않다. 우선은 재벌들의 잇단 기부 행렬의 배경이 썩 순수해보이지만은 않아서다. 동기를 들여다보면 최근 정부가 주장하고 있는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압박에 마지못해 응하는 분위기마저 읽힌다.


사실 이번 정 회장의 기부금 출연도 따지고보면 지난 2006년 현대차 비자금 사건이 수사되던 당시 2013년까지 사재 8400억원을 기부하겠다는 약속에서 비롯한 것이다. 냉정히 보면 자신의 죗값을 치르기 위해 국가와 국민 앞에 한 약속을 이행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삼성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더 악조건이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2008년 삼성 특검수사에서 세금과 벌금, 과태료 등을 제외한 차명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밝히고 아직 이를 실천하지 않고 있다. 삼성 역시 눈치를 봐 적당한 시기에 현대가 취한 방법과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벌의 기부행위가 과연 얼마나 진정성을 담보하고 있는지 여전히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재벌들의 기부는 동기 뿐 아니라 방식에도 여전히 불순한 대목이 많다. 정 회장의 경우에서 볼수 있듯 재벌들의 기부방식 대부분이 자신들이 만든 공익재단에 지분을 기부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 방법은 한편으론 자녀에게 편법으로 부를 대물림 시키는 악습의 한 방법이라는 시각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런 편법증여를 막기위해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공익재단 등에 회사 지분 5% 이상의 주식을 기부할 경우 최고 50%까지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돼 있는 법이 그대로 존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과거 변칙상속과 징벌적 성격이 강했던 재벌의 기부 문화, 그것도 기업의 돈을 기부하면서 스스로의 이름을 내세우던 변칙 기부에서, 이제는 자발적인 선의의 기부문화로 변모되어가는 모습에는 긍정적인 면도 없지 않다. 가뜩이나 이 사회가 가진 자와 없는 자의 격차가 커지고 있는 마당에 재벌들의 거액 기부는 다른 기업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이제 재벌의 기부 동기나 목적, 방법이 지금과는 달라져야 할 것이다. 부의 편법승계나 총수의 부정비위를 덮기위한 목적이 아닌, 진정으로 사회양극화 해소와 공익 차원에서 이뤄지는 풍토가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는다면 더욱 이상적일 것이다.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이완재
이완재 안녕하세요. '토요경제' 이완재 입니다.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