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비싼 비용과 노력을 들여 이런 지도를 만드는 것이며, 일반인들이 이런 지도를 읽는 것이 왜 중요할까. 예를 들어 고등학교용 사회부도 정도를 국어사전과 함께 책상머리에 늘 놓아둔다면, 신문기사를 읽거나 어떤 문학서적에서 위치가 궁금한 지명이 등장할 때마다 찾아봄으로써 남보다 몇 배 더 생생하게 관련 글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 고전 삼국지를 읽을 때, 책 뒤쪽이나 표지 안쪽에 첨부되어 있는 각국 전성기의 세력지도를 한 번씩 들춰보면 위, 촉, 오가 각각 어디를 중심으로 어떻게 땅을 뺏고 빼앗겼는가를 이해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된다. 하다못해 부동산 투기를 해도, 말로만 듣고 상상하는 사람보다는 눈앞에 지도를 펼쳐놓고 주변 지역의 여건이나 지형지세, 주변 도시계획 조건 및 도로 철도와의 관계를 동시에 살펴보는 사람이 훨씬 더 현명한 투자를 할 가능성이 높은 법이다.
사실, 사람들이 평소 잘 활용을 안 해 그렇지, 인터넷이나 신문 잡지 출판물 등에는 다양한 형태의 지도들이 등장하고 또 개방되어 있다. 각국의 경제력을 비교하는 세계 GDP지도, 세계 자원지도, 기후변화 지도 등등. 운전할 때 쓰는 내비게이트 시스템 뿐 아니라 평소 다양한 지도들을 읽는 습관을 들인다면 생활의 편의성은 훨씬 높아질 것이다.
한동안 ‘로드맵’이라는 말이 자주 쓰였다. 로드맵(Road Map)이란 말 그대로 ‘길을 알려주는 지도’를 말한다. 보통은 땅 그림이 있고 거기에 길과 행정명칭이 표기된 것을 일컫지만, 실제로는 어떤 일이 되어가는 상황을 시각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그림을 의미할 때가 많다. 즉, 일이 시작되기 전후의 시점으로부터 그 일이 끝나거나 지향하는 목표시점까지의 시간을 일직선으로 그어놓은 뒤, 각 시간대별로 이루어야 할 성취 목표나 예상치, 각 시간대별로 일어날 수 있는 변수의 예측 등을 표기한다. 일종의 ‘시간 지도’가 되는 셈이다.
지도는 익숙한 길을 가는 동안에는 별로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낯선 곳, 새로운 길을 가려는 사람에게는 그보다 유용한 지침서가 따로 없다.
근래 세계는 격동하고 있다. 이 격류는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이럴수록 빠르게 업데이트 되는 시간지도가 필수적이다.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국제사회의 경제 군사 조건이 고착되어 있던 지난 100여 년 동안의 세계는 고정된 지도 하나로 모든 사건 사고를 이해하는 데 거의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큰 변화가 시작되고 있음이 분명하다. 미국의 국가신용 등급이 국제적 신용평가사들에 의해 한두 단계 하향 조정되었다. 아무도 이것이 ‘일시적 현상’일 거라고 단정하지는 못한다. 미국과 함께 세계를 움직여온 유럽 사회도 불길한 사정이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세기 세계를 분할해온 4대, 5대 국제어의 주인공들인 영국 프랑스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등이 죄다 경제사회적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가난한 나라들이 많은 아프리카나 동남아 지역도 아닌 유럽지역 내에서 ‘국가부도’라는 끔찍한 말이 심심찮게 회자된다. 미국과 유럽 연합군의 이라크 침공 이후 단 10년도 안되어 이런 일이 벌어지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자연재해까지 겹친 일본도 결코 안정돼있지 못하다.
로마에 머물고 있는 일본인 작가 시오노 나나미는 유럽작가 누구보다도 더 치밀하게 로마변천사를 연구해 이미 10년 넘게 저작물을 쏟아내고 있다. 미국-유럽 중심의 세계질서가 개편될 조짐을 보이는 이즈음, 시오노 나나미의 선택은 그저 우연했거나 괜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느 때보다 강력한 힘으로 ‘팍스 아메리카나’를 구현했던 20세기질서의 종말은, 어쩌면 1천5백 년 전 ‘팍스 로마나’의 해체기에 있었던 일들을 되돌아볼 필요를 느끼게 하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대로마제국의 해체는 유럽 사회에 대 격변과 혼란을 동반하며 진행되었는데, 이후 르네상스가 오기까지 1천년 동안 십자군 전쟁과 마녀사냥과 전염병과 해적들이 유럽사회를 지배했다. 유럽 기독교인들에게는 이방인으로 보일 수밖에 없던 오스만투르크의 확장도 이 무렵의 특정이다. 아, 그 유사한 조짐들이 지금도 나타나고 있지 않은가.
이 격변기에 한반도 주변과 세계지도 위에 시간의 로드맵을 그려가며 우리나라가 어떻게 이 시련을 헤쳐 나가고 또 기회로 만들 수 있을지 지혜를 모을 필요가 높아지고 있다. 지도 한 장 없이 임기응변만으로 미래를 대비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정해용 상임 논설위원( peacepre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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