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기관, “일반문서라 문제없다” 변명일색
원전 기술 수출 시점, 악재작용 우려
[토요경제=홍승우 기자] 작년말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해킹 사건이 또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지난 12일 오후 트위터에 자신을 ‘원전반대그룹 회장 미.핵’이라고 주장하는 한 사용자가 글을 올리며 원전 관련 도면과 통화내역 녹취록 속기 한글파일, 동영상 등의 자료를 공개했다.
이날 해커가 공개한 자료는 파일 수로 25개, 자료의 종류로는 12가지다. 한글 자료와 동영상 자료가 각각 1개씩이고 프로그램 파일 자료 2개, 그림파일 자료가 8개다.
▶작년말과 비슷한 수준 자료 공개
원전과 직접적인 관련 있는 자료는 고리 1호기 계통도면, 성능분석자료, 안전해석 소개용 전산화면 등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작년 1월 초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통화한 내용으로 돼있는 녹취록 형식의 자료와 고리 1호기 운전용 계통도면, 실험용 시뮬레이션 장면이 담긴 동영상, 성능분석자료, 안전해석소개용 전산화면 등이다.
또 박 대통령이 이번 중동 순방때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하기로 한 중소형 원전인 스마트 원전의 증기 발생기 분석 자료도 포함됐다.
서로 연관성이 없는 자료들이 들어 있고 원전 관련 도면에 청와대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자료를 끼워 넣은 형식과 수법 등이 작년 말 5차례 걸쳐 실행했던 자료 공개와 비슷한 수준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원전과 관련 없는 녹취록을 공개한 이유는 자신의 해킹 실력이나 정보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녹취록에 기재된 전화통화 일시는 뉴욕시간 2014년 1월1일 오후 9시4분부터 13분간으로 반 총장이 전화를 걸어 신년 인사와 함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성과를 거둘 수 있게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했고, 이에 박 대통령이 국제평화를 위해 애써달라고 당부하는 내용이 담겼다. 일부 내용은 생략된 채 간략한 요점만 정리돼 있었다.
이에 대해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2014년 1월2일 박 대통령과 반 총장이 통화한 바는 있으며 이 통화의 상세 내용에 대해서는 1월2일 자 청와대 보도자료에서 이미 밝힌 바 있다”며 “트위터에 공개된 내용의 진위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전했다.
▶해킹목적, 결국 ‘돈요구’
해커는 ‘돈이 필요하거든요…요구만 들어주면 되겠는데…’라면서 ‘북유럽과 동남아, 남아메리카의 여러 나라에서 원전 자료를 사겠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자료를 통째로 팔았다가 박 대통령의 원전 수출에 지장이 될까봐 두렵네요’라며 ‘윤 장관(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시간을 주겠으니 잘 생각해봐라’고 덧붙였다.
또한 ‘요구에 응할 용의가 있으시면 장소와 시간은 너님들이 정하세요’라며 이메일 주소(nnppgroup@aol.com)도 남겼다.
이 해커는 ‘박 대통령님, 이번 중동 순방에서 원전 수출이 잘 되었으니 기쁘시겠어요. 자국 원전은 해킹과 바이러스에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열심히 원전수출 하시느라 바쁘시겠네요’라는 등 박 대통령을 조롱하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날 공개된 자료에 대해 “일반인이 보면 무슨 내용인지 알기 어렵지만, 공개돼도 원전의 운전이나 안전에 영향을 줄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며 “협력업체 등도 갖고 있을 만한 자료여서 유출된 경로를 알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자료 공개자도 지난해 사이버 공격자와 동일범으로 추정되고 과거에 수집한 자료를 가지고 계속 사이버심리전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번 자료 공개에 대해 대검찰청 등 수사기관에 추가로 수사를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추가로 공개된 원전 관련 자료는 과거와 유사한 일반문서 수준”이라며 “현재까지 원전의 안전 운영이나 업무용 네트워크에 영향을 주는 어떠한 일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이와 같은 관련기관에 대처에 대해 일각에서는 변명일색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학계와 시민단체 등은 “원전의 자료가 인터넷에 떠도는데도 문제가 안 된다고 말하는 인식 자체가 더 큰 문제”라며 한수원 사장과 산업부 장관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번 사태로 수출에 차질이 빚어지는 등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폐기된 자료, 또는 오래된 자료라 할지라도 문제는 왜 이런 자료가 트위터에 돌아다니냐는 것”이라면서 “웬만한 기술이 있는 회사라면 원전 설계도면만 보고 제작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작년 말부터 유출된 자료를 검토해보니 자료의 수준은 논외로 하더라도 중수 누출 기록, 신형 경수로, 표준형 원전 등 한국형 원전에 관한 자료가 총망라돼 있다”면서 “이런 자료가 유출됐다고 해서 원전이 멈추진 않지만 ‘그러므로 문제가 없다’는 관점은 잘못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 ★한국수력원자력 자료 유출사태 일지★ |
| ◎2014년 12월 9일 = 한수원, 임직원 메일 통해 악성코드 공격받음. |
| ◎2014년 12월 15일(1차 유출) = 해커, 인터넷 블로그에 대통령 서한과 한수원 직원 명단 공개 |
| ◎2014년 12월 17일 = 한수원, 검찰에 수사 의뢰 |
| ◎2014년 12월 18일(2차 유출) = 해커, 블로그에 고리원전 1·2호기 도면 등 공개 |
| ◎2014년 12월 19일(3차 유출) = 해커, 트위터에 원전 냉각시스템 밸브 도면 등 원전 자료 추가 공개 |
| ◎2014년 12월 21일(4차 유출) = 해커, 트위터에 고리 1·2호기 공기조화계통 도면 등 원전 자료 공개. |
| ◎2014년 12월 23일(5차 유출) = 해커, 안전해석코드(SPACE) 원전 프로그램 구현한 캡처화면 등 자료 공개. 정부·한수원 비상근무태세 돌입. |
| ◎2014년 12월 24일 = 정부 합수단, '원전반대그룹'의 인터넷 IP 주소지 중국 선양으로 확인, 중국에 사법 공조 요청. |
| ◎2015년 3월 12일 = 해커, 박근혜 대통령-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통화 내용 등 12건의 자료 공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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