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국정신문 편집장
지난 주말 동해안쪽으로 여행을 갈 기회가 있었다. 관광버스를 대절해서 40여 명이 동행하는 여행이었다. 아침 6시 반에 출발한 버스는 이윽고 경춘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예상외로 빠른 진입에 차창 밖을 내다보던 동행들은 의아한 눈길을 주고받았다.
아침 일찍 출발을 서두른 까닭은 행락철인지라 도로사정이 붐빌 것을 계산해서 일찌감치 떠난 것이었다. 그런데 뜻밖에 고속도로가 거의 텅 비어 있다시피 한 것이 아닌가. 여느 때 같으면 줄지은 관광버스가 도로를 꽉 차있을 시간이었다. 그런데 앞뒤를 살펴봐도 우리일행이 탑승한 버스와 몇몇 승용차들만 달리고 있었다.
“이게 메르스 때문이야, 심각하구만…”
누군가의 소리에 장내에 침묵과 함께 탄식이 새어나왔다. 버스는 목적지에 닿을 때까지 단 한 차례도 지체되지 않고 서너 시간을 내달렸다. 들뜨기 십상인 버스 안에는 줄곧 침묵이 흘렀다. 도착지 주차장에는 3대의 관광버스와 10여 대의 자가용만 덜렁 서있었다. 주변상가에는 주인들만 썰렁하게 앉아있었다.
이른바 ‘메르스 효과’가 서민경제의 발목을 단단하게 잡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세월호 침몰사태 때 보다 더하다는 게 상인들의 주장이었다. 한철 벌어 1년간 먹고 산다는 상인들의 가슴앓이가 발길을 무겁게 했다. 메르스는 세계에서 유독 한국 사람들만 공격을 하는 듯하다. 메르스가 상륙한지 1개월쯤 지난 동안 2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격리 수용돼 치료
를 받고 있는 사람도 수백 명에 달한다.
온갖 매스컴의 헤드라인은 메르스가 장식하고 있다. 게다가 메르스는 정쟁으로 비화돼 여야가 첨예한 대결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지 않아 메르스가 더 기승을 부린다고 야당이 꼬집자 며칠 전부터 대통령의 주요일정에는 메르스 관련 현장을 돌아보는 것으로 짜여 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대통령이 발을 걷어 부치고 최 일선에서 직접 지휘를 해야 한다고 목청을 돋우기 시작했다. 집안사정이 녹록찮은 야당의 대표가 하는 소리다. 참 대통령 해먹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굴뚝같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이쯤 되었으면 눈 밝은 선량이 나서서 메르스 효과로 가슴앓이를 하는 서민들을 진심으로 위로하고 역병예방 못잖은 경제대책을 강구해야 될 때가 아닌가.
정말 이대로 메르스에 끌려 다니고, 국회법에 휩쓸리고, 국무총리 밀어내기에 국정이 낭비되어야 한다는 말인가. 대한민국의 행색이 이 정도까지 바닥을 헤매야 한다는 말인가. 민주화 이후 이보다 더 했던 시절은 없었다.
경제가 그렇고 정치도 그랬다. 세계가 주목하는 나라가 아니었던가. 그랬던 나라가 서너 번의 대통령이 바뀌면서 하는 일마다 찬반의 구렁텅이에서 헤어나지를 못하기 일쑤다. 정치는 없고 애오라지 정쟁만 일삼는 패거리싸움만 난무했다.
일각에서는 대한민국의 국운이 쇠약해지고 있다고 탄식하는 소리도 들린다. 두렵기 짝이 없는 소리다. 정말 국운상승추세가 여기서 꺾이는 것일까? 그런 조짐이 여기저기서 고개를 들고 있다는 것도 숨길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어느 누구하나 위기를 직시하고 허덕이는 민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장서기를 자처하는 인물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서민의 고통 따위는 외면하고 오로지 차기총선, 차기대권에만 눈길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심상찮은 시국인 것만은 틀림없다.
귀경길 고속도로도 한산하기 그지없다. 게다가 도로변을 따라 흐르던 강변풍경이 더없이 삭막하다. 긴 가문에 강바닥은 거북등처럼 갈라져 있다. 농부의 모습도 찾아보기 어려울 지경이다.
샴페인을 일찍 터트린 탓에 환란을 자초하더니, 이제는 선진국 노름에 헛배가 부른 위정자들의 통 큰 정치(?)에 서민등쌀 터지는 줄 모른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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