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오래 다뤘다는 이유로 주변 사람들이 내게 종종 묻는다. 안철수는 누구인가? 그럴때면 난 대답해주곤 한다. 20년 전에도, 지금도, 그는 ‘사람들이 필요로 할 때 나타나는 인물’이라고.
국민학생 시절, 내게 취미라곤 컴퓨터 뿐이었다. 학교 끝나면 곧장 집으로 달려와 컴퓨터를 켜고 ‘띠링디링딩’ 소리와 함께 파란화면의 PC통신망에 접속해 게시판을 둘러보고 자료실에서 게임을 다운받고 낮선 사람들 혹은 동호회 사람들과 채팅을 즐겼다.
그리고 그 시절, V3가 있었다. 나처럼 컴퓨터를 그저 즐기는 수준에서 쓰는 사람들뿐 만 아니라 당시 컴퓨터를 가지고 있던, 컴퓨터를 좀 한다 하던 사람들에게까지 V3는 필수품이었다. 예루살렘, 다크어벤져, CIH 등, 통신망에서 돌아다니는 파일들이나 친구들 사이에 주고받는 디스켓에 묻어오는 ‘바이러스’들에 대해 완벽에 가까운 해결책이었기 때문이다.
V3가 없는 컴퓨터관리란 당시엔 상상하기 힘들 정도였다. 도스 시절 대부분의 문제는 V3로 바이러스를 치료함으로써 해결 가능한 수준이었기 때문에 깨끗한 플로피 디스켓에 V3를 담아 가지고 다니면 어디서든 컴퓨터 전문가 행세를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안철수는 선구자였으며 영웅이었다. V3가 무찌른 바이러스는 셀 수 없을 정도고 수많은 사람들의 PC를 구원했으며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회사를 설립해 노턴과 같은 이미 전 세계적인 명성을 쌓은 기업과 경쟁해 왔다.
혹자는 그를 애플의 창업주 고 스티브 잡스와 비교하기도 한다. 잡스 역시 최초로 개인용PC 시대를 열었고 이후 매킨토시를 거쳐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전 세계의 모바일 패러다임을 바꿔놓았다. 여기에는 잡스의 혁신에 대한 열정과 자기완성에 대한 집착, 그리고 완벽주의가 결합돼 있다.
하지만 안철수와는 개인적인 측면에서 다르다. 당초 상업적인 기업으로 출발했던 애플과 달리 안철수의 V3는 대단히 오랜 기간 동안 무료였으며 회사 설립 이후에도 개인사용자를 대상으로 무료버전을 지속적으로 배포해 왔다.
그리고 그는 마침내 회사를 떠나 학자로, 교육자로, 청년들의 멘토로 끊임없이 자신을 ‘진보’시키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이제 그는 우리를 향해 돌아서 자신이 본 것들, 보게 될 것들을 우리에게 말해주려 하고 있다.
그에 반해 우리는 그저 그의 뒷모습만을 바라보고 그의 앞모습을 추측하려 애썼으며 그의 시선이 어디를 향해있는지 주시하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우리를 향해 돌아선 것은 시대가, 우리가 마음속 어딘가에서 그를 목 놓아 불렀기 때문이리라. 그는 백마를 타고 오지도, 면류관을 쓰지도 않았다. 우린 지금 분명 그의 정면을, 맨얼굴을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그 시간은 길지 않다. 그가 우리를 향해 돌아서 있는 것은 12월까지일 뿐이다. 그때가 지나면 결과에 상관없이 그는 다시 돌아서서 자신의 비전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갈 뿐이다.
이제 선택권은 우리에게 넘어왔다. 이대로 동굴 속에 남아 다시 안철수의 그림자를 밟으며 그의 등을 쫒을 것인가. 아니면 그와 함께 우리 스스로의 발걸음으로 동굴 밖을 향해 걸어 나갈 것인가.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