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서도 금이 갖는 가치는 예외가 아니다. 결혼이나 돌 같은 집안의 경사를 치를 때 선물이나 사랑의 증표 1순위에 금이 빠지지 않는다. 1997년 IMF 위기 때는 국민들 모두 장롱 속 깊숙이 보관해뒀던 금을 내놓고 국가적 위기에서 벗어나기도 했다. 이 일은 한국인에게 금의 존재가치를 새삼스럽게 각인 시킨 일대사건이었다.
이런 금 시세가 전 세계적으로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며 이상조짐을 보이고 있다.
빠른 속도로 치솟으며 유례없는 가격 고공행진을 이어가더니, 급기야 지난 1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금 8월 인도분 선물가격은 31.1g당 1602.4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제 금값의 상승 속에 국내 금값도 연일 최고치를 기록했다. 19일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금 소매 시세는 1돈 기준에 21만9450원으로 전날보다 1,100원 올랐으며 최근 5일동안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골드스토어에서 거래되는 금값 역시 1돈에 21만9400원으로 책정 됐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금값 상승의 원인을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미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이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등 통화정책을 완화하면서 본격화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세계 경제의 핵심축인 미국과 유럽이 동시에 휘청거리고 있어 좀처럼 안정화에 들지 못한다는 것을 주 요인으로 들고 있다. 여기에다 중국과 인도의 수요 증가세가 금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설상가상으로 인도의 예상치 못한 금 매입도 금값 급등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런 불안한 상황이 지속되자 사람들이 안전자산으로 금을 지목하고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같은 이유로 일찍부터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금 비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렇다고 금 1돈 값이 21만9400원이라니. 이쯤되면 거품도 이만저만 거품이 아니다.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1돈에 3~5만원 선 하던 금값은 이젠 옛말이 돼 버렸다. 세 네 배나 껑충 뛰어버린 금값에 가뜩이나 물가불안으로 시름하던 서민들의 가계 부담이 말이 아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요사이 돌이나 결혼식 풍속도마저 변화하고 있다. 반지나 목걸이 선물로 1돈이 아닌 반 돈을 준비해가거나, 금 보다 저렴한 다른 보석으로 선물을 대체하기도 한다. 또 아예 현금으로 선물을 대신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한편에서는 금을 이용한 재테크 바람도 불고 있다. 금값이 계속 큰 폭으로 오르고 있는 데다 앞으로도 금값 상승이 계속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어 재테크 수단으로 금을 사들이고 있다. 또 금에 투자하는 금융상품도 높은 수익을 내고 있다.
그러나 투자전문가들마저 금 구매에 대한 의견은 엇갈린다. 금 구매시기가 지금이 적기라는 것이 긍정적 시각의 전문가들의 견해다. 반대편에 선 투자전문가들은 “금에 대한 구입이 활발한 상황이지만 값이 가파르게 오른 측면이 있는 만큼 새로운 투자상품이 부상하거나 하락 요인이 발생하면 대폭 떨어질 수도 있다”며 신중한 구매투자를 주문하는 분위기다.
국제적인 동향으로 봐서는 미국이 국채발환 확대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중국과 인도 등 상위 금 보유국의 매수가 지속되는 한 당분간 금값의 상승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펀드회사 한 관계자의 “금은 지금까지 한 번도 가치가 없어지지 않은 사실상 유일한 자산”이라고 평가한 것도 이에 기인한 듯 보인다.
그러나 최근 5년간 가파르게 상승해온 만큼 분명 가파르게 떨어질 변수가 잠재하고 있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금이 돈을 능가하는 유일한 자산이 될 수 있을지, 금을 놓고 벌어지는 역동적인 시장판도에 새삼 관심이 쏠리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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