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불허전' 변연하-이미선, 명승부 만든 베테랑의 관록

박진호 / 기사승인 : 2015-01-04 11:3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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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경제=청주, 박진호 기자] 각 팀마다 선수들의 부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올스타브레이크를 향해가며 피로도가 높아진 선수들의 경기력이 하향곡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다소 맥이 빠질 수 있던 일정에서 플레이오프 진출의 마지노선인 3위 싸움을 치열하게 펼치고 있는 청주 KB스타즈와 용인 삼성블루밍스의 맞대결은 접전이 이어진 명승부로 종료됐다.


3일, 청주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KB국민은행 2013-14 여자프로농구 4라운드 경기에서 KB는 삼성을 70-67로 제압했다. 경기 내내 펼쳐진 승부의 압권은 지난 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대표팀에서 명예로운 은퇴를 선언한 이미선(36‧삼성)과 변연하(35‧KB)의 불꽃 튀는 맞대결이었다.
이날 경기는 지난해 11월 24일, 삼성과의 2라운드 경기에서 무릎 부상을 당하며 코트를 떠나있던 변연하의 복귀전이었다.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한 변연하는 1쿼터 3분여를 남긴 시점에 코트에 투입됐다.
여자농구 최고의 열기를 자랑하는 청주의 홈팬들은 뜨거운 박수와 열광적인 반응으로 변연하를 맞이했다. 산전수전 다 겪었던 변연하 스스로도 “소름이 돋았다”며 선수 생활 동안 처음 받은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복귀전은 만만치 않았다. 홍아란이 2번으로 이동하고 사실상 경기를 리딩하며 포인트가드의 역할을 맡았던 변연하를 수비한 것은 변연하 이상의 베테랑인 이미선이었다.
역시 경기를 벤치에서 시작한 이미선은 1쿼터 종료 1분 가량을 남긴 상황에 투입된 후 변연하와 맞섰고, 왜 이미선인가를 보여주는 철저한 수비로 변연하의 득점을 묶었다. 수비력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는 이미선이지만 최근 보여줬던 이미선의 수비 중 가장 강력한 모습이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빈틈이 없었다.
이미선의 수비에 묶인 변연하는 3쿼터까지 3점슛 단 1개만을 기록하며 무득점에 그쳤다. 40일만의 복귀로 몸 상태가 완전치 않은 탓도 있었고, 2번이 아닌 1번의 롤을 수행하며 경기 운영에 신경을 쓴 탓도 있었지만 이미선의 수비가 변연하의 직접적인 공격을 제지한 가장 큰 힘이었다.
변연하는 경기 후 “재활 후 팀 훈련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라 슛 밸런스도 잡히지 않았고 체력적으로도 힘들어서 (이)미선 언니가 조금 놔줘도 될 것 같던데 정말 바짝 붙어서 수비를 하더라”며 이날 이미선의 수비가 얼마나 철저했는지를 방증하기도 했다.
이미선의 활약은 수비에서 그치지 않았다. 모니크 커리와 켈리 케인을 이용한 공격이 여의치 않자 찬스가 날 때마다 직접 득점을 올리며 WKBL 최고 베테랑의 여전한 관록을 자랑했다.
이미선은 이날 1쿼터 막판 투입된 후 종료 때까지 단 1초도 쉬지 않고 경기를 소화하며 3점 2개를 포함해 19점을 쏟아부었다. 올 시즌 최다득점이었다. 경기 종료 직전 동점을 노리기 위해 고의로 자유투 2구를 놓친 것을 제외하면 단 한 개의 슈팅도 실패하지 않았다.
특히 이미선은 3쿼터 중반 이후 KB가 비키바흐의 골밑 득점과 강아정의 커트인으로 51-41로 달아나자 3점 2개를 꽂아 넣으며 동점을 만들었고, 고아라의 버저비터 3점슛을 어시스트하며 역전을 이끌었다.
그러나 복귀 경기에서 묵묵히 조연의 역할을 수행하던 변연하 역시 선배 이미선의 활약을 지켜만 보고 있지 않았다. 자신의 복귀전에서 스스로를 빛나게 할 줄 아는 변연하의 ‘스타 DNA’는 4쿼터 막판에 집중됐다.
무득점에 묶여있던 변연하는 역전을 허용한 후 끌려가던 KB가 홍아란의 3점과 비키바흐의 점프슛으로 승부를 뒤집은 종료 4분여 전, 삼성의 수비사이를 헤집고 유려한 드라이브인으로 자신의 첫 득점을 성공시켰다. 1점차의 팽팽한 승부에서 KB가 3점차로 점수를 벌리는 순간이었다.
돌아온 에이스가 복귀전에서 20여분 만에 첫 득점을 올리자 홈팬들은 변연하가 코트에 들어올 때에 못지않은 함성으로 분위기를 KB쪽으로 이끌었다.
탄력을 받은 변연하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박하나의 3점으로 삼성이 65-64로 따라붙었던 종료 1분여 전, 기습적인 3점을 성공시키며 사실상 경기의 쐐기를 박았다. 3점 라인에서 한 발 정도 물러선 위치였지만 변연하에게 먼 거리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변연하는 종료 8초전, 고아라가 시도한 회심의 3점이 빗나가자 결정적인 리바운드까지 잡아냈고 상대 파울로 얻어낸 자유투도 모두 성공시키며 자신의 복귀전을 자축했다.
낭중지추의 존재감을 보여준 맏언니들의 활약에 양 팀 선수들도 끝없이 연동했다. 올 시즌 삼성으로 팀을 옮긴 박하나는 고비마다 득점을 기록하며 18득점을 거들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시름에 빠져있던 KB는 에이스의 귀환에 더욱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비키바흐(16점)-강아정(12점)-쉐키나 스트릭렌(11점)-정미란(10점) 등 4명의 선수들이 두 자리 수 득점을 올렸고, 깜짝 선발로 경기에 나선 김민정도 묵묵히 제 몫을 해냈다. 발목부상을 안고 코트에 나선 홍아란도 결정적인 스틸과 3점으로 팀 분위기를 바꾼데 이어 변연하의 3점슛을 어시스트 하는 등 5개의 어시스트로 화답했다.
경기 후 KB의 서동철 감독 또한 “변연하는 역시 변연하”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길었던 재활 기간에 비해 훈련이 부족해서 코트 밸런스와 슛 감각이 잡힐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고 말한 서 감독은 당초 안정적인 리딩 정도만 기대했는데 변연하가 그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며 반색했다.
경기 전 “복귀 자체만으로 부담이다”라고 변연하에 대해 언급했던 삼성의 이호근 감독도 변연하가 경기를 이끌면서 패스를 연결해주고, 해 줘야 할 때 제대로 해줬다며 “역시 최고의 선수답다”고 혀를 내둘렀다.
단 7득점으로 승부를 결정지은 변연하는 이미선의 수비가 무척 적극적이고 강력했지만 찬스가 오면 언제든지 한 번 던지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며, 하필 그 시점에 기회가 걸렸던 것이라고 말했다.
체력적으로도 완벽하지 않아 “최대한 굵고 짧게, 선수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경기에 임했다”는 변연하는 그러나 “기회가 왔을 때 쏴야한다는 건 슈터로서 항상 갖고 있어야하는 마음가짐”이라며 4쿼터에 드라이브인을 성공시키며 슛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고, 3점슛을 성공시킬 때에도 던졌을 때의 감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시즌 중에 부상으로 결장하며 후배들의 고군분투를 지켜보기만 했던 것이 처음이었고, 특히 강아정-정미란-홍아란 등이 너무 힘들게 경기를 뛰고 플레이타임도 많았던 것이 미안하고 마음 아팠다며, 남은 경기에서 뛰는 시간만큼 더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사진 : W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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