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먹고살려고 나간 일터, 죽음으로 내몰아

최병춘 / 기사승인 : 2013-12-06 14:19:21
  • -
  • +
  • 인쇄

[토요경제=최병춘 기자] 하루하루 살기위해, 또는 더 나은 내일을 꿈꾸며 땀흘리는 일터가 최근 전쟁터 마냥 많은 사상자를 내고 있다.


현대제철이 5월부터 고용노동부의 특별관리감독을 받게 됐다. 올해 근로자사망사고가 4건이나 발생하면서 ‘죽음의 사업장’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탓이다. 지난 2일 현대제철 충남당진공장 지붕에서 일하던 현대종합설계 소속 직원 노모씨가 20m 아래에 있던 구조물로 추락해 사망했다. 지난달 당진 제철소 내 발전회사인 현대그린파워 근로자가 누출된 가스에 노출돼 1명이 사망하고 8명이 부상을 당한지 불과 1주일도 안돼서 일어난 일이다.


또 10월에는 현대제철 제강 3기 건설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배관공 전 모씨가, 5월에는 근로자5명이 유압 작업대를 제거하다 산소부족으로 숨지는 비극이 일어났다.


모두 안전관리 소홀에 따른 인재였다. 현대제철이라는 일터는 이들을 죽음으로부터 보호해 주지 않았다. 현대제철은 현대그린파워 근로자 사고 당시 “가스 누출 사고는 우리와 무관하다”고 했을 뿐이다. 최근 사과하고 안전사고 방지에 1200억 원을 들이겠다고 뒷북을 치고 있는 모습이 과히 보기좋지 않다.


또 얼마 전 서울 구로디지털단지 공사현장 화재사건에서 사망한 근로자 역시 안전관리 소홀때문 이었지만 시공사인 코오롱 글로벌은 “결과를 지켜보겠다”고만 할 뿐 한발 물러서서 나몰라라 했다.


인재로 인한 비극은 비단 공사현장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었다. 올 한해 재계를 뒤 흔들었던 동양사태는 여럿 일꾼의 목숨을 앗아갔다. 지난달 29일 인천 강화경찰서는 동양증권 금융센터 인턴본부 소속 직원 A(38)씨가 자신의 승용차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A씨가 전날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시도했다는 부인의 신고는 결국 그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 A씨는 회사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투자자로부터 고소를 3차례나 당했었다는 진술이 이어지며 비극적인 죽음의 배경이 드러났다.


비극은 또 있었다. 지난 10월에는 동영증권 제주지점에서 근무하던 40대 여직원이 “회장님, 개인고객들에게 이럴 수는 없는 것 아닌가요. 고객님들에게 전부 상환해주세요. 이런 일이 생겨서 정말 마음이 아파 견딜 수가 없네요”라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각종 비리와 노동자 탄압, 방만경영으로 지탄을 받았던 KT도 올해에만 24명의 자살사건이 발생했고, 국가대표 기업이라고 자부한 삼성은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의 자살사건으로 ‘노동자 탄압’의 대표주자로 올라섰다.


일터가 전쟁터라면 이들은 아군에게 사살당한 격이다. 일꾼을 보호하지 못하는 일터에서 인재라는 총탄에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는 현실이 씁쓸하게 느껴진다.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