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운해태, ‘가맹점주 죽이기’ 전말

홍성민 / 기사승인 : 2013-07-22 13:5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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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빵업계로 번진 ‘갑(甲)의 횡포’

협의회. “가맹점 자체 폐점 유도에 제소 강행”
크라운해태, 일방적 조치로 불공정행위 일삼아
크라운베이커리 폐업수순, ‘족벌·부실경영’ 탓?

▲ 지난달 20일 서울 용산구 크라운해태그룹 본사 앞에서 열린 크라운베이커리의 불공정거래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한 크라운베이커리가맹점주 협의회와 참여연대 민생본부 회원 등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토요경제=홍성민 기자] 한 때 제빵업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기도 했던 크라운베이커리가 ‘갑(甲)의 횡포’ 논란에 휩싸였다.

크라운베이커리가 브랜드 출범 25년 만에 폐업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갑(甲)인 본사 크라운해태그룹(윤영달 회장)이 을(乙)인 가맹점주들에게 자체 폐점을 유도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갑의 을 죽이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크라운베이커리 가맹점주 43명과 참여연대가 지난달 20일 크라운해태그룹를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면서 지난해 말부터 이어져 온 크라운베이커리와 가맹점주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것으로 보인다.


◇협의회, “자진 폐점 압박으로 크라운해태 제소”

유제만 크라운베이커리가맹점주협의회 대표는 지난달 16일 국회에서 열린 ‘을지로(을(乙)을 지키는 길)위원회’에서 “지난해 크라운해태제과가 크라운베이커리를 흡수·합병한 후 폐점을 유도하고 있다”면서 “크라운해태제과는 가맹사업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했지만 자체 공장인 파주공장까지 폐쇄됐다. 이는 더 이상 사업의지가 없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크라운해태그룹는 사실무근이라며 경영 정상화에 힘쓰겠다고 말했지만, 사실상 폐업 수순을 밝으려는 잇단 조치들로 인해 가맹점주협의회와 참여연대는 본사의 각종 횡포를 고발하기 위해 지난달 20일 크라운해태제과를 제소했다.

협의회와 참여연대에 따르면 크라운베이커리는 주문제도 변경, 반품 거부, 케이크 배달 서비스 폐쇄, 할인·적립카드 중단 등으로 가맹점들이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 없는 조치들을 일삼았다. 또 가맹점에 대한 영업지원은 커녕 가맹점주가 스스로 폐업하도록 압박하는 등 불공정 거래 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현재 제기되고 있는 모든 조치를 해태그룹이 일방적으로 진행했다는 점이다.

협의회에 따르면 매출 부진으로 폐점 매장들이 속출하자 크라운제과는 최근 파주 공장을 닫고 외주생산 OEM업체를 통해 제품을 공급받고 있다. 크라운제과 측은 남은 일부 가맹점에 제품을 직접 생산ㆍ공급하기 위해 파주 생산 공장을 가동하느라 손실이 커져 파주 공장을 폐쇄한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로 인해 공급망이 바뀌면서 그 피해는 가맹점주들이 떠안게 됐다.

최근 본사는 가맹점주들과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제품 주문시간을 변경했다. 2일 후 팔릴 판매량을 예측해 주문해야하는 방식으로 가맹점주들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가맹점주들은 2일 전에 판매량을 정확히 예측해 주문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반품제도에도 문제가 있다. 기존에 존재했던 50% 반품 보상이 지난해 1월 사라진 것이다. 자연히 팔지 못한 제품에 대한 부담은 가맹점이 지게 됐다. 50% 반품 보상도 사라진 시점에서 점주들은 “수요를 긍정적으로 예상해 주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크라운제과 측은 예측주문시스템을 고수했고, 크라운베이커리 대리점에 공급하는 냉동생지류 6종의 가격을 올릴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케이크 배달 서비스 중단도 논란이다. 크라운 베이커리는 대기업 등과 케이크 배달 서비스 계약을 체결해 상당 부분 수익을 내왔지만 최근 케이크 배달 사업을 접었다. 케이크 배달로 고정적인 매출을 올리던 한 점주는 “회사가 지난 5월 말 케이크 배달 서비스를 중단해 매출의 절반 이상이 날아가게 됐다. 크라운 베이커리만의 독자적인 시장을 일순간에 없앤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협의회는 가맹점 양도와 계약 갱신에도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크라운 베이커리 가맹점 계약서에 따르면 가맹점주가 일체의 권리를 제3자에게 양도하려면 본사에 양도 동의 요청을 해야 한다. 본사는 심사를 통해 가맹점주의 양도 요청을 동의 또는 거부할 수 있어 사실상 모든 권한을 갖고 있다.

유제만 협의회 대표는 “가맹계약서에는 폐업에 관한 규정이 있다”며 “계약서상에 보상 규정이 있기 때문에 본사가 폐업 선언을 하지 않고 가맹점주가 직접 폐점하게끔 종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크라운제과는 지난 4월 30일부터 제휴카드사와 할인을 중단했다. 10~15%씩 할인해주는 경쟁사로부터 고객을 뺏겨버린 것.


◇가맹점 1000개⟶100개로 축소, ‘경영난’ 논란

관련업계는 크라운해태그룹의 ‘가맹점주 죽이기’ 논란이 일어나게 된 배경에 대해 크라운베이커리의 극심한 경영난을 꼽았다. 크라운베이커리가 경쟁 브랜드에 밀려 심각한 경영난에 빠지자 주문ㆍ반품 규정 등을 변경하며 점주들에게 피해를 전가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윤영달 회장의 부인 육명희 전 사장과 아들 윤석진 사장 등 오너 일가의 족벌·부실경영을 묵살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크라운베이커리는 1990년대 제빵업계 1위를 고수하며 2000년대 초반까지 1000억대의 매출을 기록했다.

그러나 1998년 외환위기로 1차 부도를 맞아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SPC그룹의 파리바게뜨와 CJ푸드빌의 뚜레쥬르 등 대기업들이 잇달아 베이커리 사업에 뛰어들면서 상황은 변하기 시작했다. 크라운해태 관계자에 따르면 1990년대 가맹점 1000여개를 운영하던 크라운베이커리는 현재 가맹점 약 100개 정도로 대폭 축소됐다.

빠르게 변화하는 업계 흐름에 따라가지 못한 크라운베이커리는 결국 업계 3위로 밀려났고 매출도 덩달아 내려가기 시작했다. 2008년 이후 급격히 하락한 매출은 2009년 717억원, 2010년 584억원, 2011년 427억원으로 감소해 지난해에는 295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2006년에는 육명희씨가 크라운베이커리 사장으로 부임하면서 당기순손실까지 기록했다. 2008년부터는 매년 50억원 만성적자를 기록하다 최근 4년 동안은 134억을 그대로 까먹었다.

이에 지난 2012년 5월 육명희씨 사임과 함께 기존의 해태 임원 7명을 보직 해임했지만 빈 자리들 윤영달 회장 일가가 채운 바 있어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부실 경영책임을 피하기 위한 오너일가의 꼼수라고 지적했다.

또 윤영달 회장 중심의 혈연ㆍ지연 등 관계가 깊은 인물들로 구성된 폐쇄적 경영방식이 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문지식 보다는 친분으로 인해 업무가 분배되는 사람 중심의 조직 문화를 키운 탓에 전문경영인 부족하다는 것.

이와 관련, 크라운해태 관계자는 제소 건에 대해 “현재 따로 진행된 상황은 없고 결과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 가맹점주협의회와 계속해서 협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크라운베이커리가 사업 철수 수순을 밟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크라운베이커리 사업 철수를 검토한 바가 전혀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번 논란의 배경을 경영난으로 보고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1년에 30억 이상 적자가 발생하고는 있지만 경영 정상화를 위한 조치일 뿐 경영난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여러 조치들은 경영 정상화를 위한 것이다”면서 “가맹점주들에게 이익이 돌아가기 위해 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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