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시작되기 바쁘게 1박2일의 피서여행을 다녀온 은퇴노인 C씨 가족. 결혼한 두 딸 가족과 함께 태안 바다에서 서울로 돌아오기 바쁘게 뿔뿔이 흩어졌다. 짧은 일정에 피로하기도 했지만, 돌아오는 차 안에서 사소한 신경전으로 분위기가 험악해졌기 때문이다.
원인은 정말 사소했다. 돌아오는 길이 다소 밀린데다가, 운전하던 딸이 새로 난 자동차 도로를 못 찾아 시내도로에서 시간을 좀 허비했다. 그건 운전자의 잘못도 아니다. 어지간한 운전자는 늘 다니던 도로가 아니면 길이 설기 마련이다. 새 도로는 또 얼마나 얼기설기 많아졌는가. 그래서 웬만하면 갖추고 있는 네비게이터에 길눈을 의존하는데, 자주 업데이트를 하지 않는 보통 운전자들의 네비게이터는 대개 새 도로를 찾지 못해 복잡한 시내도로를 거치도록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 차가 밀리는 걸 못 참고 짜증을 내고 만 C씨는 후회막급이다. 모처럼 자식들과 어울려 나들이를 다녀왔으면서 좋은 기분을 망치고 말았기 때문이다.
피서철에 휴가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길이 밀린다고 짜증을 낸다면 요령부득이다. 휴가길은 언제나 밀리게 되어 있고, 날개도 없는 자동차가 그 대열을 벗어날 방도는 없다. 그러니까 스트레스를 덜 받으려면 쾌적한 속도로 남보다 빠른 길을 찾겠다는 생각은 시작부터 포기하는 게 첫 번째다.
정부기관의 올여름 예측조사에 따르면 휴가여행을 떠날 사람은 지난해 46.1%보다 많은 64.3%에 달했다. 81%가 국내 여행을 다녀올 생각인데, 올해도 예외 없이 대다수가 7월말 ~ 8월초를 휴가기간으로 잡고 있다. 길은 한층 복잡해질 것이다. 한국관광문화연구원이 실시한 이 조사는 해마다 같은 내용으로 실시된다.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휴가를 떠나겠다는 사람은 늘었지만 1인당 휴가비용 예산은 오히려 줄었다. 지난해는 가족단위 67만원, 개인여행자 24만원으로 얼추 잡아도 1인당 20만원 이상의 휴가비를 예상한 데 비해 올해는 1인 평균 17만7천원. 오가는 자동차 기름값이나 일반 물가가 크게 오른 걸 감안하면 아무래도 대다수가 ‘짠돌이 여행’을 계획하고 있으리란 걸 짐작하기가 어렵지 않다. 자칫하면 짜증스런 피서여행이 되기 쉽다.
본래 휴가란 쉬기 위해 있는 것이다. 연중 반복되는 일과는 물론 지루한 주거환경으로부터도 완전히 벗어나 심신에 새 기운을 재충전하는 것이 알찬 휴가의 기본일 것이다. 완벽한 일상탈출이 필요하긴 하지만, 여행에 지나치게 집착하다 보면 휴가는 오히려 또 다른 긴장과 피로의 요인이 될 수 있다.
한국 사람들은 그 특유의 성과주의, 성질 급한 ‘빨리빨리’의 생리를 휴가여행에서도 그대로 지속하는 경우가 많다. 열흘 이내의 짧은 기간에 로마-런던-파리-제네바-베를린까지 5~6개국의 대표 도시를 섭렵하는 패키지 여행상품은 지극히 한국적이다. 국내여행에서도 그런 경향이 있다. 한 곳에 가서 느긋하게 며칠 눌러앉아 쉬다 오는 패턴보다는 오는 길 가는 길에 여러 관광지를 경유하고 한 군데라도 더 보고 오려고 애쓴다. 어느 관광지를 들리더라도 그곳의 유적이나 풍광을 깊이 있게 느끼며 음미하는 경우는 보기 어렵다. 저마다 사진기를 들고 기념사진 몇 장 찍은 뒤에는 서둘러 다음 볼거리를 찾아 이동한다. 거의 전투적이다. 길이 밀리면 짜증을 내고, 마치 곧 시작될 결혼식에 늦기라도 한 사람처럼 조바심을 낸다. C씨 가족의 다툼도 어쩌면 그 짜증 때문에 시작된 것일 게다.
여행길을 즐겁게 다녀오는 비결의 첫 번째는, 막히지 않는 도로를 애당초 기대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려면 차에 오르기 전에 아예 먹을 것을 충분히 준비하고 차 안에서 즐길 수 있는 게임 같은 것을 준비하는 게 나을 것이다. 물론 동작보다는 말로 즐기는 단어퍼즐이나 퀴즈, 노래게임 같은 것이 좋다. 따라 부르기 좋은 노래 테이프나 구연동화 테이프도 효과가 있다. 요즘 네비게이션에 달려 있는 노래방 기능을 이용하는 건 어떨까. 귀로 듣는 오디오북이나 녹음테이프 등을 준비한다면 지루한 자동차 안은 유쾌한 공간으로 바뀔 수가 있다.
휴가지에 도착해서 그곳을 떠날 때까지만 휴가인 건 아니다. 집에서 차에 오르는 순간, 아니 여행준비를 위해 마트로 쇼핑을 간다면 그 쇼핑계획을 짜는 순간부터가 이미 여행이며 휴가의 연장이다. 어쩌면 휴가지에 머무는 시간보다 자동차로 이동하는 시간이 더 길 수도 있다. 자동차 안에서의 유쾌한 놀이 계획은 그래서 중요하다. 적어도 조금이라도 빨리 휴가지에 도착하고 귀가시간도 최대한 짧아야 한다는 강박감을 갖지 않는다면, 어디서 얼마를 지체하든 아까운 휴식시간을 잃어버린다는 아쉬움쯤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집에 머물면서 그동안 가보지 못한 영화관 미술관 놀이공원이나 쇼핑몰을 매일 한두 곳씩 가족과 함께 다녀오는 휴가는 어떨까. 그렇다. 휴가란 지루한 일상과는 다른 시간, 보다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면 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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