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곪고곪은 교육비리' 어떻게 뿌리뽑나?

토요경제 / 기사승인 : 2010-03-08 17: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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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비리문제로 혼란에 빠진 서울시교육청의 처지를 상징하듯 시교육청 깃발이 8일 궂은 날씨와 함께 찾아온 강풍에 속절없이 휘날리고 있다. 함께 흔들리는 태극기도 우리나라 교육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듯 어지럽다.
서울시교육청발 교육 비리 파문이 연일 확산되고 있다. 고구마줄기처럼 꼬리에 꼬리를 무는 비리의 구정물은 진상조사와 징계를 맡아야할 시교육청 내부로까지 튄 상태다.

이명박 대통령의 '척결' 지시에 따라 서울시교육청을 제쳐두고 교육과학기술부는 물론 검·경 등 사정기관과 국민권익위원회까지 총동원돼 벌이는 '교육비리와의 전쟁'의 종착점은 어디일까. 현재로서는 그 끝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곪고 곪은 교육비리 '어제 오늘일 아니다'

서울시교육청의 부정부패에 대한 소문은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선거법 위반으로 낙마한 공정택 전 교육감이 재직 전후로 각종 폐단에 대한 목소리는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지연과 학연으로 얽킨 이른바 '교육 마피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주로 서울시교육계에서 난부하는 '보은인사'와 '상납 인사'에 집중됐다.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불거진 각종 비리는 이 잘못된 인사가 가져온 후폭풍이라는 것이 교육계 안팎의 인식이다.

교육계비리의 범위는 인사뿐만 아니라 급식, 교육자재, 개·증축 등에 걸쳐 광범위하다.

최근 4년 동안의 주요 비리를 살펴보면 지난 2007년 일선 초등학교 교장들이 급식 업체와 교재 납품업체로부터 뇌물을 상납 받아 문제가 됐다.

이듬해에는 중·고교 교장들이 급식업체 사장과 해외로 골프 여행을 다녀왔다가 망신을 당했다.

지난해 9월에는 수도권 교장 십수명이 칠판 업체로부터 품질이 떨어지는 칠판을 구입하는 대가로 뒷돈을 챙겼다가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한달 여 뒤에는 시율시교육청과 일선학교 교육공무원이 창호 업체로부터 공사수주를 빌미로 뇌물을 받아 교육청 사무관, 북부교육청 시설과장과 시설계장 등이 무더기로 구속됐다.

지난달 초에는 방과 후 학교 사업 위탁운영업체 선정을 미끼로 업자로부터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을 챙긴 교장 5명이 적발돼 기소됐다.

◇'교육계 부정부패' 하이힐 폭행사건이 백미

교육계 부정부패는 지난달 검찰에 기소된 이른바 '하이힐 폭행'사건이 백미이다.

검찰 등에 따르면 뇌물을 준 여자 장학사가 뇌물을 받은 서울교육청 장학사와 술자리에서 싸우다가 결국 하이힐로 폭행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당시 폭행사건으로 경찰서에 끌려간 이 여자 장학사가 홧김에 뇌물을 준 것을 발설하면서 사태는 일파만파로 커졌다.

여자 장학사의 '천기누설'로 인해 서울교육청 교육정책국장으로 재직했던 현직 김모 교장과 그의 부하직원이던 장학사들이 줄줄이 법정에 서게 됐다. 돈을 건넨 현직 교사 2명도 입건됐다.

구속된 김 모 국장의 사무실 서랍에서는 14억여원이 든 통장이 암행감찰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검찰은 이 돈의 출처를 캐기 위해 공정택 전 교육감까지 수사를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자율성 증대→학교장 독단 강화(?)

최근 민주당 교과위 소속 안민석 의원과 교육희망네트워크 주최로 열린 긴급토론회에서는 이같은 교육계 부정부패에 대한 강도 높은 비난이 이어졌다.

서울시 교육위원을 지낸 안승문 교육희망네트워크 운영위원은 "교육계 비리 문제의 본질은 승진을 위한 비정상적 경쟁구조와 승진후 누리게 되는 특권적 지위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이명박 정권 들어 표면적으로 교과부의 권한을 교육청으로 내려 보내고 학교의 자율성을 증진시키겠다는 정책을 펴왔으나 이는 학교장의 독단적 권한을 강화하고 경쟁과 평가, 특권과 차별을 통한 획일적 통제만을 불러와 비리를 부추기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윤숙자 참교육학부모회 정책위원장은 "무소불위의 학교장 권력을 중심으로 문제가 발생한다"며 "이를 위해 교장공모제를 시범 실시했으나 교육관료들에 의해 오히려 비리의 온상으로 변질돼 취지마저 무색해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윤 위원장은 학부모단체로 접수된 교육비리 민원 사례를 소개하며 "방과후학교의 경우 강사와 개인적으로 계약을 하지 않고 업체가 계약을 함으로써 상납의 고리가 발생해온 것은 이미 광범위한 관행"이라고 잘라 말했다.

◇개방적 인사제도가 개혁의 첫걸음

뜻있는 교육관계자들은 현재의 폐쇄적인 인사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박명기 서울시 교육위원은 "지금껏 교육감 측근들이 교육청 감사관을 맡아왔기 때문에 실질적인 감사기능을 기대하기 어려웠다"며 "교과부만 감사관을 공모 선발하는 방식으로 생색내기에 그칠 것이 아니라 모든 교육청 감사관을 공모 방식으로 선발하고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훈찬 전교조 정책실장은 "그동안 학교내 비리 문제는 잠잠했지만 기간제 교사를 채용해주는 대가로 금품을 요구하는 사례가 여러 건 제보되는 등 구시대적 비리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시 살아나고 있는 학교내 비리를 예방하기 위해 학교운영위원회 내에 예결산소위를 의무적으로 구성하도록 하는 등 조치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교육희망네트워크 안승문 운영위원은 교육행정 개혁을 위한 선결요건으로 크게 ▲교장공모제의 확대 시행 ▲장학사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주변 학교 교사간 협력을 통한 장학사업 전개 ▲시·도교육청의 위상과 역할을 재정립 ▲시·군·구 교육청의 '교육지원센터'로의 개편 ▲학교운영위원회 제도의 합리적 개선 등을 꼽았다.

동시에 내부고발제를 활성화해 일선교육현장에서 벌어지는 각종 비리를 수시로 들춰낼 수 있는 자체 자정능력의 향상도 필요하다고 봤다. 특히 현재 사문화된 내부고발자 보호를 강화된 법률로써 실질적으로 보장해야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장 교육인들은 교육비리가 불거질 때마다 '꼬리자르기'식으로 사건을 종결시키는 교과부와 시·도교육청의 관행을 지적하며 교육비리 발생시 이를 원천적으로 발본색원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마련을 주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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