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해외여행이나 출장을 할 때 빼먹지 않는 게 있다. ‘환전(換錢)’이다. 우리나라 돈 ‘원화’를 ‘달러’로 바꾸는 것이다. 달러를 사용하는 나라가 여럿이기 때문에 정확하게는 ‘미국 달러’다.
우리는 달러가 있어야 해외에서 관광을 하고 쇼핑도 즐길 수 있다. 그래서 달러는 ‘기축통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중앙선관위 주관 법정 TV 토론회에서 ‘기축통화국가론’을 펴는 바람에 떠들썩했다. “우리가 곧 기축통화국가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 후보의 주장대로 우리 원화의 ‘기축통화’가 이루어질 경우, 우리는 지갑에 들어 있던 5만 원짜리, 1만 원짜리 돈을 가지고 출국, 그 돈을 해외에서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외국에서 밥을 먹고 원화를 밥값으로 치를 수 있다. 미국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도 ‘한국 돈’을 내고 구경할 수 있다.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1980년대 후반, 이른바 ‘3저 효과’로 경상수지가 흑자를 나타내자 ‘원화의 국제화’를 외친 적 있었다. 대한민국이 ‘만성적인 경상 적자’에서 벗어나 ‘흑자’로 돌아섰으니, 원화도 ‘국제화’할 때가 되었다는 주장이었다. 원화가 국제화 되면 석유를 수입할 때 ‘달러’ 대신 ‘원화’를 지불할 수 있다. 원화가 ‘결제통화’로 부상하는 것이다.
하지만 경상수지 흑자는 오래 계속되지 못했다. 88서울올림픽이 끝난 이듬해에 반 토막으로 줄더니, 1990년대에 들어서는 다시 ‘만성적인 적자’로 허덕이게 되었다. 김영삼 정부 말에는 ‘IMF 국치’까지 겪어야 했다. ‘원화의 국제화’ 주장은 멋쩍은 과거사가 되고 말았다.
이 후보의 주장은 이 ‘원화의 국제화’를 뛰어넘어 ‘원화의 기축통화’였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다. 논란이 되자, 민주당은 “전경련의 자료를 인용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후보의 ‘기축통화국가론’은 또 다른 모순도 보여주고 있다. 이 후보의 주장처럼, 원화가 ‘곧’ 기축통화가 되려면 나라 경제가 그만큼 승승장구하고 있어야 하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당선될 경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민생경제 100일 회복 프로그램을 곧바로 시작하겠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후보는 나라 경제가 튼튼한 상황에서 경제 회복을 주장하는 셈이다. 말이 엇갈리는 것이다. 모순이 아닐 수 없다.
‘100일 작전’은 1920년대 말 ‘대공황’으로 미국 경제가 엉망이었던 당시 프랭클린 루스벨트(1882∼1945) 대통령이 ‘뉴딜정책’을 내놓으면서 그 일환으로 추진했던 ‘작전’이었다.
이 ‘100일 작전’을 김영삼 대통령이 ‘벤치마킹’하기도 했다. 취임하자마자 ‘신경제 100일 작전’을 밀어붙인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100일 액션 플랜’으로 이름만 조금 바꿔서 추진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경제라는 것은 불과 100일 사이에 좋아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돈은 100일 사이에 ‘왕창’ 풀 수 있지만, 실물경제는 100일 동안에 세울 수 없었다.
루스벨트의 ‘100일 작전’도 다르지 않았다. 정작 미국 경제를 살린 것은 2차 세계대전이었다는 것이 경제학자들의 정설이다. 1000만 명이나 되는 젊은이를 전장으로 보내면서 경제가 풀렸던 것이다.
토요경제 / 김영린 논설실장 youngkim@sateconomy.co.kr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