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전라도 변산에 조(曺) 진사라는 양반이 있었다. 어떤 양수척이 그 조 진사에게 돈을 빌려 쓴 뒤 갚지 못하고 있었다.
어느 날, 양수척은 버들을 베려고 산에 갔다가 기겁을 했다. 커다란 호랑이 한 마리가 바위 밑에 웅크리고 앉아서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용기를 내서 살펴봤더니 죽은 호랑이 같았다. 양수척은 조 진사에게 달려가서 말했다.
“큰 호랑이 한 마리를 잡아놓았습니다. 그 호랑이를 가져가는 대신 빚을 탕감해주십시오.”
조 진사는 입이 벌어졌다. 호피값이 얼마나 될까 머릿속으로 계산하면서 하인들을 시켜 호랑이를 떠메고 올 틀부터 만들었다. 호랑이를 달구지에 싣거나 그대로 질질 끌고 오다가는 털이 상해서 귀한 호피를 망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조 진사는 하인 5∼6명을 데리고 호랑이가 있다는 곳으로 출동했다. 과연 호랑이 한 마리가 죽은 듯 누워 있었다.
조 진사는 호랑이가 웅크리고 있는 바위 위로 올라가서 하인들을 지휘했다. 하인들은 조 진사의 지시에 따라 호랑이 옆으로 가서 조심스럽게 틀을 내려놓았다.
그 순간 호랑이가 인기척을 느끼고 벌떡 일어나며 크게 으르렁거렸다. 호랑이는 죽은 게 아니라 개를 잡아먹고 나서 느긋하게 낮잠을 자고 있었던 것이다.
다행히 배가 부른 호랑이는 사람을 공격하지 않고 뛰어가 버렸다. 하지만 호랑이의 포효에 혼비백산한 조 진사는 바위 밑으로 굴러 떨어지면서 얼굴과 팔다리를 심하게 다치고 말았다. 하인들은 호랑이 대신 조 진사를 떠메고 돌아와야 했다.
조 진사는 두어 달 동안이나 누워 있어야 했다. 호피를 얻어서 돈 좀 벌려다가 되레 약값을 들인 것이다.
재물을 탐내다가는 되레 몸을 해칠 수 있다는 교훈이다. ‘송와잡설’에 나오는 호랑이 이야기다.
‘호랑이해’를 맞아 ‘호랑이 마케팅’이 한창이라는 소식이다.
호랑이 인형, 호랑이 컵, 호랑이 치킨, 호랑이 저금통, 호랑이 동전지갑, 호랑이 머그컵, 호랑이 소주잔, 호랑이 맥주잔…. 커피와 우유에도 호랑이를 붙이고 있다. ‘복’을 받으라고 ‘복 호랑이’도 나오고 있다. 어떤 은행은 ‘호랑이 적금’을 내놓고 있다고 한다.
호랑이가 담배를 먹는다는 등 아기자기한 ‘호랑이 이야기’도 물론 많다. 그렇더라도 ‘백수의 왕’인 호랑이의 일반적인 이미지와는 좀 어울리지 않는 듯싶은 상술처럼 보이고 있다.
중국의 ‘호랑이 마케팅’은 더욱 그렇다. 아예 살아 있는 호랑이를 마케팅에 동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설을 맞아 장쑤(江蘇)성 난퉁(南通)시의 어떤 호텔이 ‘호랑이와 동침할 수 있는 맹수 마케팅’에 나섰다고 했다. 객실의 벽 한쪽을 ‘방탄유리’로 막아 벽 외부에서 호랑이가 어슬렁거리는 것을 볼 수 있도록 했다는 ‘맹수 마케팅’이다.
객실 이용객은 동물원에 온 것 같은 짜릿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보도다. 또, 난퉁시의 어떤 식당은 ‘백호식당’을 개업하고 있다.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호랑이를 구경하며 식사를 즐길 수 있다는 식당이다. ‘호랑이해’에 ‘백수의 왕’ 체면 망가뜨리는 마케팅이 아닐 수 없다.
토요경제 / 김영린 논설실장 youngkim@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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