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그 죽음의 ‘최종 책임자’는 누구인가

김경탁 / 기사승인 : 2022-01-17 06: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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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경제신문 김경탁 기자
두 번의 쿠데타로 10·26 이후 혼란기 국가 권력을 장악한 후 체육관 선거로 대통령 자리를 강탈했다가 5·18특별법에 따른 재판으로 ‘전직 대통령’ 자격을 박탈당한 전두환씨는 지난해 11월 90세로 천수를 누린 죽음의 마지막 순간까지 광주 학살 희생자들을 모욕하는 활동을 했다.

전씨가 학살 책임을 묻는 질문에 끝까지 뻔뻔하게 나올 수 있었던 데에는 광주에 투입된 군인들이 무고한 우리 국민들을 향해 총을 쏘는 과정에 본인이 직접적 구체적인 지시를 한 적이 없다는, 혹은 그런 증거가 없다는 ‘팩트’가 큰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조폭 영화에서 두목은 ‘저 자식 눈에 거슬리는데’라고 한 마디를 할 뿐인데 중간보스급이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어린 애를 자객으로 보내 살인을 저지르게 하면, 단지 ‘눈에 거슬리는데’라고 한마디 했을 뿐인 보스에게 살인교사 혐의를 적용하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 어디선가는 누군가의 ‘죽음’이 찾아오고 있을 것이다.


많은 죽음은 병원 침대 혹은 자신의 집 잠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이 뉴스에는 나오지 않지만, 건설현장이나 산업체 제조공장 등에서 벌어지는 죽음들도 적지 않다.


2022년 새해 첫 산재사망 사고는 1월 1일 새벽 4시 경기도 안산시의 한 골판지 제조공장에서 발생했다. 새해 첫 산재사망이라는 이유로 그나마 몇군데서 보도가 됐더라.


사망한 노동자는 골판지를 옮기는 기계에서 종이를 빼내려다 몸이 끼어 숨졌는데, 두 달 전 같은 회사 다른 공장에서도 또다른 끼임 사고가 발생했다고 한다. 재해가 반복돼도 기계는 멈추지 않았고 회사도 바뀌지 않았다는 말이다.


당연히 두 달 전의 사고는 보도조차 거의 되지 않았을 것이다.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 보도자료 캡쳐<사진=고용노동부 보도자료 캡쳐>

고용노동부 발표를 보면 지난해 산업재해 사망자 수는 828명이었다. 하루에 2.26명 꼴인데, 전년보다 6.1% 줄어든 ‘1999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저치’라고 한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미리 대비해 현장 중심의 산재예방 정책 역량과 수단을 총동원한 결과라지만 노동부 제시 목표였던 전년대비 20% 감소한 ‘705명 이하’보다는 훨씬 높은 숫자이다.


노동부의 올해 목표 역시 700명 대 초반이다. 사람의 목숨을 서류 속 숫자로만 보면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고 좋아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 명의 죽음은 한 우주의 소멸이자 한 가정의 비극이다.


전두환 정도 되는 이의 죽음을 빼고는 매우 조심하고 경건할 필요가 있다. 어떤 죽음에 대해서는 조롱하고 기뻐하는 사람들도 있더라만, 매우 보기 좋지 않다.


1년 전 국회를 통과한 중대재해처벌법이 오는 27일 시행된다.


법의 핵심은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이 주로 현장소장 등 단위 사업장 수준에서 산업재해 책임을 물어 제재하던 것과 달리 사업주와 경영책임자까지 형사처벌 가능성을 열어두었다는 점이다.


법 4조는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은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종사자의 안전·보건상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의 특성 및 규모 등을 고려하여” 필요한 ‘조치’를 할 의무에 대해 규정했고, 5조는 그런 의무가 제3자에게 도급, 용역, 위탁 등을 행한 경우에도 적용된다는 내용이다.


입법단계에서 경영자 처벌을 막아보려 애썼던 재계와 기업들은 요즘 ‘법률 서비스’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하더라.


각종 산재사건에서 기업 측 변론을 많이 맡았던 주요 로펌들은 미리미리 ‘노동 전관’을 앞세운 전담대응팀을 꾸려 대기업 고객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데 그 로펌들이 사용하는 주요 논리는 아마도 죽은 이의 실수나 부주의가 사고 원인이란 것일 터다.


중대재해 발생시 무조건 경영책임을 묻겠다는게 아니라 재해를 막기위해 충분한 조치를 취했는지 짚어보겠다는게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이다.


그런데, 기업들 입장에서는 재해예방 비용보다 로펌에 퍼다주는 돈이 훨씬 싸게 먹힐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의심된다.


사람의 목숨 앞에서 그런 계산을 하고 앉아있는 이들에게 ‘천벌’ 혹은 ‘업보’라는게 진짜 있다면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런 게 증명되는 일이 잘 없으니까 종교가 생기고 유지되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토요경제 / 김경탁 기자 kkt@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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