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LNG운반선. 이 회사가 지난 5일 발표한 새해 첫 수주도 LNG 운반선이었다. <사진=대우조선해양>지난 2016년 조선업 위기를 봉합하는 마지막 퍼즐이었던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의 불허로 끝내 무산됐다.
조선과 항공 등 다국적 기업은 기업결합을 진행할 때 주요 경쟁 국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한 국가라도 반대할 경우, 기업결합은 무산된다.
현대중공업은 2019년 3월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을 체결한 후 6개국에 기업결합 심사를 요청했고 카자흐스탄과 싱가포르, 중국으로부터는 조건 없는 승인을 받은 상태였다.
일단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시간을 끌던 EU가 일각의 우려대로 '불승인' 하면서 한국과 일본의 기업결합 심사도 중단될 가능성이 커졌다.
로이터·AP통신 등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13일(현지시간) 두 회사의 합병이 액화천연가스 운반선 시장의 독과점으로 이어져 가격 인상 등 폐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두 기업의 기업결합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지난 2019년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지분 전부를 한국조선해양에 매각하는 내용의 기본합의서를 체결한 지 3년만에 인수합병이 무산된 것인데, 사실상 3년째 시간을 끌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또한 두 기업의 M&A가 불발되면서 대우조선해양의 재무구조 개선작업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변화의 길'을 새롭게 찾아야 하는 상황과 직면했다.
아울러 기존 빅3 체제에서 빅2 체제로 개편해 한국 조선업의 과당 경쟁을 줄일 절호의 기회가 물거품으로 돌아간 까닭에 조선산업의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당분간 계속 제기될 전망이다.
외신 등에 보도된 내용들을 압축하면 EU가 양사의 기업결합을 불승인한 이유는 "가격 경쟁을 계속 하라"는 의미로 귀결된다.
EU 집행위는 이번 M&A는 "최소 60%의 시장 점유율을 가진 세계 최대 규모의 조선사를 만들게 될 것"이라면서 "두 기업의 결합이 LNG 운반선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형성해 경쟁을 저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M&A가 사실상 독점을 야기한다는 의미다.
EU는 세계 3위 LNG 수입국으로, LNG 운반선 시장 독점에 따른 선박 가격 상승이 LNG 운임에 영향을 줘 궁극적으로 LNG 가격을 상승시킬 수 있다고 우려로 풀이된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경쟁 담당 EU 집행위원은 이날 브리핑에서 "LNG는 유럽의 에너지원 다양화에 기여하며 에너지 안보를 향상시킨다"며 "LNG 운반선은 이러한 LNG 공급망에서 필수적인 요소로, 전 세계 에너지원 수송을 가능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이번 합병은 유럽 운송회사로부터 상당한 수요가 있는 LNG 운반선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로 이어질 것"이라며 "EU 고객사들에는 적은 대안만 남게 돼 궁극적으로 에너지 소비자들이 더 높은 비용을 치러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것으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날 배포한 입장문에서 "현재 각 회사에 심사보고서가 발송된 상태로 공정위는 원칙대로 심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해외 경쟁당국에서 불허하는 경우 각 회사는 기업결합 신청을 철회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 "기업결합 신고가 철회되면 해당 사건은 심사절차 종료로 종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획재정부와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원회는 정부합동 보도자료를 통해 "대우조선의 근본적 정상화를 위해서는 '민간 주인 찾기'가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외부 전문기관의 컨설팅 등을 바탕으로 대주주인 산업은행 중심으로 대우조선 경쟁력 강화방안도 조속한 시일 내에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인수 주체였던 현대중공업그룹의 지주사인 현대중공업지주는 EU 발표 직후 입장문을 내고 "EU 공정위원회의 결정은 비합리적이고 유감스럽다"며 "향후 최종 결정문을 면밀히 검토한 후 EU 법원을 통한 시정요구 등 가능한 대응 방안을 종합적으로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 인수가 불발되면서 인수합병 계약을 바탕으로 지원될 1조5000억 원을 받지 못할 것으로 보여 재무구조 불확실성이 커지게 됐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대우조선해양의 부채비율은 297.3%에 달하는 상태다.
특히 시장에선 대우조선이 다시 매물로 나오더라도 '매력도'가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적절한 인수 주체를 찾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어, 주체 물색을 위한 이른바 '플랜B'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한편 삼성증권은 EU 집행위원회가 현대중공업 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승인하지 않은 데 대해 일부 투자자들이 조선업종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지만, 경쟁 과열화 등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토요경제 / 김현경 기자 envyhk@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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