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칼럼] 다시 중산층은 ‘이생망’

김영린 논설실장 / 기사승인 : 2021-10-25 08:2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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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브라질의 가난한 사람들이 쓰레기 트럭에 매달려서 먹을 것을 뒤지는 동영상이 얼마 전 전파를 타고 세계에 알려졌다.

이들이 매달린 쓰레기 트럭은 ‘부유층 동네’의 슈퍼마켓 앞에 있었다고 했다. 이 처량한 모습이 코로나19 이후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보도다. 어린아이들까지 쓰레기를 뒤지고 있다고도 했다.

소뼈와 소고기 찌꺼기를 나눠주는 어떤 정육점 앞에 길게 줄을 선 사진이 보도되기도 했다. 이 정육점은 그동안 1주일에 한 번씩 소뼈와 소고기 찌꺼기를 나눠줬는데, 코로나19 이후 3번으로 늘렸다고 했다.

브라질에서는 하루에 한 끼를 해결하기 어려운 주민이 19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었다고 한다. 코로나19 이전에는 1000만 명이었는데 갑절로 늘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세계 각국은 엄청난 돈을 뿌렸다. 흔들리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렇게 뿌린 돈은 결국 ‘가진 자’만 더 많이 가질 수 있도록 하는 효과를 나타냈다.

미국의 경우, ‘상위 10%의 부자’가 미국 전체 주식의 89%를 가지고 있다는 CNBC 보도도 있었다. 이 같은 쏠림 현상은 처음이라고 했다.

반면 ‘하위 90%’의 미국 사람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은 11%였다. 코로나19 이전에는 12%였는데, 1%포인트 떨어지고 있었다. ‘부의 불평등’이 그만큼 심화되었다는 것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2021년 포브스 400대 미국 부자’의 총자산이 4조5000억 달러로 작년의 3조2000억 달러보다 40%나 늘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4조5000억 달러는 우리 돈으로 ‘물경’ 5344조 원이다. 머리를 바쁘게 돌려도 까다로운 천문학적인 거금이다.

이에 앞서 코로나 이후 세계의 ‘중산층’이 1억5000만 명이나 줄었다는 조사도 있었다. 미국 조사연구기관인 퓨리서치센터가 지난 3월 세계은행 자료를 분석했더니, 작년 하루 수입 10∼50달러인 세계 중산층 인구는 25억 명으로 전년보다 9000만 명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또, 하루 수입 50달러 이상인 상류층에서 중산층으로 떨어진 인구도 6200만 명에 달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에 따라 실제로 중산층에서 탈락한 인구가 1억5000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이었다.

반면, 빈곤층은 늘었다. 하루 수입이 2달러에 미치지 못하는 빈곤층은 1억3100만 명가량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었다.

세계은행 보고서도 있었다. 하루 1.9달러 미만인 생활비로 살아야 하는 극빈층이 지난해 최대 1억2400만 명이나 늘었다고 했다. 올해도 최대 1억6300만 늘어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있었다.

‘선진국(!)’인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다.

건강보험 등 4대 사회보험을 체납하는 바람에 재산 압류 통보를 받은 사람이 올해 상반기에 366만9204명이나 되었다고 했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자료다. 작년에는 한 해 동안 679만395명이 통보를 받았는데, 올해는 상반기에만 367만 명에 육박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없는 자’가 중산층이 되는 것은 ‘이생망’이라는 점이다.

지난 2018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소득 하위 10% 계층이 ‘평균소득’을 버는 중산층이 되기 위해서 걸리는 기간을 분석했다. 평균 4.5세대였다. 우리나라는 그보다 좀 더 걸려서 5세대라고 했다.

한 세대를 30년으로 잡으면, 150년이다. 자식, 손자, 증손자 등 한참 계산해야 중산층 명함을 내밀 수 있는 셈이다. 그러니 ‘이생망’이 아닐 수 없다.


토요경제 / 김영린 논설실장 youngkim@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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