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칼럼] 먹고살기 위한 대출은 어쩌라고

김영린 논설실장 / 기사승인 : 2021-10-12 07: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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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픽사베이>

 

가계대출 규제와 관련,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전세대출을 ‘스퀴즈’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다주택자 대출이거나, 투기 의심 대출은 강하게 관리하겠다”고도 했다. 지난달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었다.

홍 부총리는 이달 초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는 ‘회색코뿔소’라는 ‘어려운 용어’까지 쓰고 있었다. “회색코뿔소 같은 위험 요인을 선제적으로 제거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는 보도다.

국민의힘 유의동 의원은 “올해 입주 예정인 5만6600가구의 ‘입주대란’이 우려된다”고 지적하고 있었다. 가계부채를 관리해야 한다는 ‘총론’에는 동의하지만 ‘실수요자’ 보호 방안은 필요하다는 지적이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가계부채 관리는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전세대출 등 실수요자가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정책 노력을 기울여주기 바란다”고 당부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따져볼 게 있다. 서민들이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이유다. 집값, 전셋값 때문이기도 하지만, 먹고살기 위해서 은행 문턱을 두드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른바 ‘생계용 대출’이다.

그 사례가 나오고 있다.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며칠 전 직장인 14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0.7%가 ‘평소에’ 월급고개를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월급을 받으면 평균 12일 만에 통장이 ‘텅장’으로 변하고 있다는 조사다. ‘월급이 적어서’라는 응답이 62.3%를 차지하고 있었다.

월급이 12일 만에 바닥나면 나머지 18일 동안은 ‘빚’을 얻을 수밖에 없다. 손가락만 빨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매달 ‘정기적인 수입’이 있는 월급쟁이가 이런 형편이다. 그렇지 못한 서민들은 말할 것도 없다.

통계청의 ‘2021년 2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전국 가구 가운데 24.4%가 ‘적자 가구’라는 조사다. 그 비율이 작년 2분기의 20%보다 4.4%포인트 높아졌다고 했다.

소득 최하위층인 1분위의 경우는 55.3%나 되고 있었다. 작년 2분기의 47.1%보다 8.2%포인트 많아진 것이다. 2014년 이후 7년 만에 최고라고 했다.

이같이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서 적자가 나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빚’을 얻는 것이다.

과거 정권에서는 가계대출 억제 또는 규제 문제가 거론될 때 ‘생계용 대출’도 헤아렸다. 그 비율이 전체 가계대출의 절반 정도라고 했었다. 그런데 ‘스퀴즈’다.

물론, 서민들을 위한 대출제도는 있다. 하지만 그것도 효과적이지 못하고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정태호 의원이 소상공인진흥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2분기까지 지원된 ‘성장기반자금’ 2118억 원 가운데 74%인 1562억 원이 ‘고신용등급’에 집중되었다고 했다. 신용등급이 낮은 ‘저신용등급’에 대한 지원은 43억 원, 2%에 그치고 있었다. 22%인 460억 원은 ‘중신용등급’에 지원되었다고 했다.

또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이 서울보증보험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7월 ‘사잇돌 대출보증’ 1조4047억 원 중에서 고신용자에 대한 보증이 68.5%인 8940억을 차지하고 있었다. 중·저신용자가 대상인 정책 대출도 고신용자 위주로 운용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때문에 돈이 과다하게 풀린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미국도 ‘테이퍼링’이라는 것을 한다고 했다. 그렇더라도 급격한 ‘대출절벽’은 서민들을 결국 고금리 사채시장으로 몰아낼 수 있다. 먹고살기 위해서는 이자가 아무리 비싸더라도 빌려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토요경제 / 김영린 논설실장 youngkim@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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