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물망 규제에 갇힌 ‘IBK기업은행’…노조, 자율성 확대 요구

김소연 기자 / 기사승인 : 2025-11-28 08: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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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보다 네 겹 규제…핵심 업무 지연·효율성 악화
노조 “상장형 공공기관 별도 분류해 경영 자율권 보장”

[토요경제 = 김소연 기자] IBK기업은행(이하 기업은행)이 상장사이자 공공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 탓에 예산·인력·의사결정 등 경영 전반에서 과도한 제약을 받고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기업은행의 특수성을 고려해 별도 유형인 ‘상장형 공공기관’으로 분류하고 경영자율권 확대 사업 시범기관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 27일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업은행 미래 비전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기업은행의 이중 규제와 경영 자율성 재정립 필요성이 논의됐다/사진=김소연 기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기업은행지부는 27일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에서 ‘상장기업·공공기관 기업은행 미래 비전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류장희 기업은행노동조합 위원장은 “기업업은행은 상장사이자 공공기관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금융위원회·감사원·기획재정부·국회 등 여러 기관에서 규제를 동시에 받는다”며 “그 과정에서 예산·인력 승인 절차가 지연되고 정보기술(IT) 투자나 신사업 추진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기업은행은 ▲기재부의 인력·예산 관리 ▲감사원의 회계·직무 감사 ▲국회의 국정감사 ▲금융위의 업무계획 승인 및 경영평가 ▲금융감독원의 건전성 감독 등 다층적인 통제를 받고 있다.

 

류 위원장은 “시중은행보다 네 배 이상 많은 규제를 감당해야 하다 보니 핵심 업무가 뒤로 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직원 모바일 신분증 도입에만 1년이 걸렸고, 신사업 투자 규모도 지난해 시중은행 평균이 119조원인 데 비해 기업은행은 30조원에 그쳤다”며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제도적 제약이 발목을 잡고 있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비합리적인 보상체계도 문제로 제시했다. 그는 “임금은 시중은행보다 약 30% 낮은데 1인당 생산성은 더 높다”면서 “비합리적인 구조로 인해 초과 이익을 달성해도 직원에게 돌아오는 인센티브 구조는 사실상 없다”고 했다. 이로 인해 이직률은 시중은행의 5배, 공채 경쟁률은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고 질병·휴직 증가 등 인력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시장 저평가 역시 자율성 부족의 결과로 분석됐다. 기업은행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시중은행보다 20~30% 낮아 저평가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그는 “해외 투자기관에서도 ‘정부 통제로 자본 확충 여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며 “이사회·주주총회 기능도 관계 부처 의사에 종속돼 약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 류장희 기업은행노동조합 위원장(왼쪽 네 번째)이 기업은행이 겪는 다중 규제 문제를 지적하며 발언하고 있다/사진=김소연 기자

류 위원장은 개선 방안으로 ▲상장형 공공기관으로 별도 분류 ▲경영자율권 확대 시범사업 재도입 ▲기타 공공기관 지정 해제 등을 제시했다. 그는 “2009년부터 2년 정도 경영자율권 확대 시범기관으로 운영될 당시 다른 은행의 중소기업대출이 줄었지만 기업은행은 5조2100억원 순증을 기록했다”며 “자율권 확대는 기업은행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문제 인식에는 공감하면서도 제도 변경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라영재 건국대 교수는 먼저 “공공기관운영에관한법률(공운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기관 유형을 바꾼다고 해서 규제가 자동으로 사라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진국에서는 ‘국가는 소유하되 경영에는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확립돼 있다”며 “기업은행이 겪고 있는 이중 규제는 이러한 글로벌 흐름과도 맞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40년 넘게 이어져 온 정부의 미시적 통제 관행이 가장 큰 장애물”이라며 “제도 개편을 추진하려면 명확한 로드맵과 함께 국민 설득 과정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이종욱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최현선 명지대 교수, 서영란 IBK경제연구소장, 하태욱 건강일자리연구소 대표 등이 참석해 기업은행의 공공성과 시장성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방안과 제도 개선 방향을 함께 논의했다.

 

토요경제 / 김소연 기자 ksy@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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