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투표제’ 도입 앞두고 이사회 문 좁히는 증권사들

김소연 기자 / 기사승인 : 2026-03-11 08: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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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증권·다올투자증권 이사 수 줄이고 임기 확대
경영 효율화 명분 속 소수주주 이사회 진입 장벽 우려

[토요경제 = 김소연 기자] 오는 9월 소액주주의 이사회 진입을 확대하기 위한 ‘집중투표제’ 의무 시행을 앞두고 일부 증권사들이 정관 개정을 통해 이사 수를 줄이고 임기를 늘리는 등 경영권 방어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 집중투표제 의무 도입을 앞두고 일부 증권사들이 이사 수 축소와 임기 연장을 추진하면서 소수주주 권한 약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증권가 모습/사진=토요DB

 

집중투표제는 이사를 선임할 때 1주당 1표를 행사하는 일반 방식과 달리 선임하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이사 3명을 선임할 경우 1주를 가진 주주는 총 3표를 행사할 수 있으며 특정 후보에게 표를 집중할 수 있다. 대주주 중심의 이사회 구성을 견제하고 소수주주 추천 이사의 진입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제도의 핵심 취지다.

개정 상법에 따라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오는 9월부터 집중투표제를 의무 도입해야 한다. 이에 따라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주요 증권사들은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 삭제’와 함께 이사회 구조를 조정하는 정관 개정안을 잇달아 상정하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LS증권은 오는 24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 수 상한을 기존 ‘3~9인’에서 ‘3~5인’으로 줄이는 정관 변경안을 상정했다.

LS증권은 지난해 말 별도기준 자산총액이 10조원을 넘어 집중투표제 의무 도입 대상이다. 이사 정원을 줄일 경우 한 번의 주총에서 선임하는 이사 수가 줄어들어 소수주주가 특정 후보에게 표를 집중하더라도 당선권에 들기 어려워질 수 있다.

다올투자증권 역시 같은 기간 자산총액이 10조원을 넘어서며 이사 수 축소와 임기 연장을 포함한 정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20일 열리는 주총에서 이사 정원을 기존 3~9명에서 3~7명으로 줄이고 독립이사 연속 임기 제한도 기존 5년에서 6년으로 확대하는 안을 올렸다.

이사 임기가 길어질수록 교체 주기가 늦어져 소수주주가 집중투표를 행사할 기회 자체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다올투자증권 관계자는 “국내 19개 상장 증권사의 평균 이사 수가 6명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당사 이사 수는 비교적 많은 편이었다”며 “회사 경영과 원활한 이사회 운영을 위한 조정”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 등 일부 대형 증권사는 이번 주총에서 정관에 명시됐던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을 삭제하는 등 개정 상법 취지에 맞춰 제도 도입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가 ‘기업 밸류업’을 강조하며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이사 정원 축소와 임기 연장을 통해 제도의 실효성을 낮추는 것은 정책 방향에 역행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경제개혁연대는 “이사 임기 확대와 이사 정원 축소를 위한 정관 변경은 개정 상법에 따른 집중투표제의 실효성을 약화시키려는 조치”라며 “주주권익 강화를 통해 자본시장 활성화를 도모하려는 정책 기조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토요경제 / 김소연 기자 ksy@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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