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작년 나라별 경상수지 '희비교차'..."中서 손해, 美서 만회"

조봉환 기자 / 기사승인 : 2023-06-22 18:3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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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2022년 지역별 국제수지' 발표, 21년만에 대중 경상 적자
미국 사상 최대 흑자 기록...EU 흑자전환, 일본은 적자폭 줄어
대 중국 수출감소 폭 커져 올해도 적자 구조 탈피 어려울 듯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 중국 경상수지가 21년 만에 첫 적자를 냈다. 반면 미국은 역대 최대규모의 흑자를 내며 중국과는 대조적인 상황이다. <사진=연합뉴스제공>

 

우리나라가 지난해 중국과의 거래에서 손해본 것을 미국에서 만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 중국 경상수지가 21년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낸 데 반해, 대 미국 경상흑자가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한 것이다.


경상수지란 일정기간 동안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와 행한 모든 경제적 거래를 체계적으로 분류한 것을 말한다. 즉, 작년에 우리나라가 중국과의 거래에선 잃은게 많고 미국에선 얻은게 많다는 의미이다.


중국과 미국은 우리나라와의 교역량 기준으로 1, 2위 국가다. 이런 점에서 대 중국 및 대 미국 경상수지의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는 것은 우리 경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미-중간의 무역전쟁과 기술패권다툼이 날로 치열해지며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당분간 '미국서 벌고 중국서 손해보는' 구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中 2021년 234억1천만달러 흑자 이후 첫 적자전환

우리나라가 수출이 장기침체의 늪에 빠지면서 경상수지 악화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중국과의 경제적 거래에서 21년 만에 처음 적자를 봤다. 이에 반해 미국과의 거래에선 700억달러에 가까운 역대 최대 흑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022년 지역별 국제수지(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경상수지는 총 298억3천만달러 흑자로 나타났다. 이는 2021년(852억3천만달러) 대비 흑자 폭이 절반 이하로 급감한 것이다.


비록 전체적으로는 흑자를 냈으나 그 폭이 크게 줄어든 이유는 다름아닌 중국과의 거래에서 손해를 많이 봤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 중국 경상수지는 2021년 234억1천만달러 흑자에서 지난해 77억8천만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거래에서 1년만에 300억달러 이상의 수익이 쪼그라든 셈이다. 대 중국 경상수지가 적자를 낸 것은 2001년 -7억6천만달러 적자 이후 꼭 21년 만의 일이다.


중국과의 거래에서 가장 큰 손해를 본 것은 단연 상품거래다. 수입에 비해 수출이 크게 못미쳤다는 얘기다. 지난해 대 중국 상품수지는 -100억6천만달러에 달한다. 직전 3년을 봐도 대 중국 상품수지는 200억달러 안팎의 흑자를 계속해왔지만, 지난해 수출이 급감하며 큰 폭의 적자를 봤다.


품목별로는 기계·정밀기기, 석유 제품 등을 중심으로 상품 수출이 2021년 1365억6천만달러에서 작년엔 1232억2천만달러로 감소했다. 반면 상품 수입은 1209억8천만달러에서 1332억8천만달러로 크게 늘었다. 특히 화학공업제품 등 원자재를 중심으로 중국수입이 크게 늘어났다.


상품 수입과 함께 운송비 지출도 늘었다. 운송수지를 포함한 서비스수지 역시 적자 전환(+28억8천만달러→-5억9천만달러)했다. 중국투자로 인한 배당수익이 주로 해당하는 본원소득수지와 이전소득수지만이 일부 흑자를 봤다.


이처럼 대 중국 경상수지가 급격히 악화된 이유는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 후유증과 중국경제의 심각한 둔화가 주된 요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미-중간의 갈등으로 중국제조업이 부진의 늪에 빠지며 우리나라의 반도체 등 중간재 수출이 급감한 데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주요 지역별 경상수지 추이. <자료=한국은행제공>

 

■ 車수출 호조에 대 미국 경상수지 역대 최대 흑자 달성


중국과 달리 미국에선 우리나라가 지난 1년동안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지난해 대 미국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677억9천만달러로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흑자규모가 1년 새 무려 48.9% 늘었다. 한은은 "1998년 지역별 경상수지가 집계된 이래 가장 큰 대미 흑자"라고 평가했다.


대 미국 경상 흑자규모는 2019년부터 빠른 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2019년 191억달러였던 대 미 경상흑자는 2020년 328억달러, 2021년 455억달러 등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양적으론 중국이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이지만, 질적인 면에서 미국이 중국을 압도하는 수준이다.


미국과의 거래는 내용면에서도 알차다. 상품 수출입으로 따지는 상품수지면에서 큰 폭의 흑자를 내고 있고 자본투자 수익을 위주로하는 본원소득수지도 매년 100억달러 안팎의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2019년까지만해도 100억달러 크게 웃돌던 서비스수지도 매년 빠른 속도로 줄어들어 지난해엔 -20억달러선까지 내려왔다.


지난해 대 미국 서비스수지 적자규모는 2005년(-33억달러) 이후 최소치이다. 음악, 영화, 드라마, 게임, 웹툰 등 'K컬쳐' 열풍과 운송수지 증가 등에 힘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라면 수 년내에 대미 서비스수지의 흑자 전환을 기대해볼만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미 본원소득수지(+137억9천만달러)와 본원소득수지 내 투자소득수지(+133억5천만달러) 역시 역대 1위 흑자로 집계됐다.


대 미국 경상수지가 사상 최대의 흑자를 낸 것은 단연 상품수지의 호조 덕분이다. 승용차를 중심으로 지난해 대 미국 상품수지흑자규모는 무려 563억8천만달러에 달한다.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에서 수입한 상품보다 수출한 것이 훨씬 더 많다는 의미이다.


미국과의 경제 거래는 앞으로도 계속 호조를 띨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라이벌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 구조에서 우리나라가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TV 등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한 첨단산업 분야 거의 대부분에서 최대 경쟁국이기 때문이다.

 

▲지역별 금융계정 추이. <자료=한국은행제공>

 

■ EU 상품수지 흑자 전년대비 30% 증가...日도 적자 감소세


중국과 미국보다는 거래 규모가 작지만, 잠재적 가치가 큰 EU와의 경상수지가 크게 호전된 것도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EU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복합 위기로 인한 경기침체와 공급망 재편의 소용돌이에 휘말려들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지난해 대 EU 경상수지는 몰라보게 좋아졌다.


한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EU와의 거래에서 70억4천만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2012년 15억1천만달러의 흑자를 낸 이후 줄곧 적자를 보다 10년 만의 흑자로 반전한 것이다.


대 EU 경상수지의 반전은 상품수지 흑자가 크게 늘어났기에 가능했다. 상품수지 흑자규모가 전년 대비 30% 가량 증가한 131억4천만달러에 달한 게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는 석유·화학공업제품, 승용차 등이 EU시장에서 선전을 거듭한 덕분이다. 여기에 배당 수입 증가로 본원소득수지가 23억달러 적자에서 18억5천만달러 흑자로 돌아선게 한 몫했다.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경상적자국인 일본은 작년에도 177억8천만달러 적자를 냈지만, 1년 전(-222억달러)과 비교하면 적자 규모가 약 20% 줄었다. 이는 화학공업·석유제품 등의 대일 수출 호조로 상품수지 적자 폭이 176억9천만달러에서 153억3천만달러로 축소된데 힘입은바 크다.


우리나라의 대 일본 경상수지는 올해를 기점으로 적지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오랜기간 경색됐던 한일관계가 최근 잇따른 양국 정상회담과 경제단체간의 교류 확대로 빠르게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과의 교역량 역시 현재 중국, 미국, 베트남, EU에 이어 5위까지 떨어졌지만, 향후 의미있는 성장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게 산업계의 전망이다.


이 밖에 대 동남아 경상수지는 원자재 수입확대로 인해 흑자(1023억6천만달러→802억3천만달러)가 줄었고 대 중동 경상수지 역시 원유의 대부분을 수입하는 구조적 이유로 적자규모(-479억8천만달러→-880억5천만달러)가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국제유가가 급등, 대 중동 무역적자폭을 키우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한편 지난해 지역별 금융계정은 대 미국(282억7천만달러→278억5천만달러) 투자가 감소했지만, 대동남아(142억5천만달러→153억4천만달러)와 대중국(55억1천만달러→72억9천만달러), 대EU(62억4천만달러→64억4천만달러) 투자는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대 중국, 대 동남아 직접투자는 각 지역 금융계정이 집계된 2006년 이래 가장 많았다.

 

토요경제 / 조봉환 기자 ce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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