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10년] 시행부터 폐지까지 ‘불협음’… “이번엔 통신비 부담 낮출까?”

최영준 기자 / 기사승인 : 2024-03-29 09: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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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간 시행착오 겪고 폐지 수순 돌입
전환지원금 가이드라인 완화 필요 목소리도
▲ 사진=토요경제

 

정부가 국내 이동통신 사업자 간의 과도한 판촉 경쟁을 멈추기 위해 2014년 10월1일부터 시행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이 최근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정부는 3월 14일 국내 가계 통신비 절감을 위해 ‘단통법 개정안’을 시행했다. 소비자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시행됐던 단통법이 시행 10년 만에 처음 의도와 같은 이유로 폐지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다. 이동통신 사업들이 과도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출혈경쟁을 멈추면 요금제를 완화하는 등 가계통신비가 절감될 것이라 기대했던 단통법이 시행 의도와는 다르게 흘러갔기 때문이다. 이처럼 단통법은 지난 10년간의 시행착오를 겪고 나서야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단통법 시행… 소비자 권익 위했던 첫걸음

단통법으로 알려진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법’은 지난 2014년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처음 시행됐다. 단통법이 시행되기 이전에는 휴대전화 단말기를 무료로 제공하는 이른바 ‘꽁짜폰’이라는 판촉 문구를 내걸고 영업하는 통신사 대리점이 주류를 이뤘었다.

당시 이동통신사들이 자사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과도한 보조지원금을 지급하며 출혈 경쟁에 나섰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동통신사들은 하루 단위로 보조금 지급 상한선을 변경하는 등 과도한 판촉 경쟁에 나섰고, 이 결과 어느 대리점을 방문해서 구매하느냐에 따라 똑같은 휴대전화 단말기 가격이 최대 100만원에서 최소 20만원까지 차이가 나는 괴이한 현상이 나타났다.

이러한 휴대전화 단말기 구매 문화가 정착하자, 단말기 보조지원금에 대한 정보가 어두운 일부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단말기를 구입하게 되는 불합리한 상황이 사회적 문제로까지 불거졌다. 높은 가격대에 최신형 스마트폰을 구매한 소비자를 일컬어 이른바 ‘호갱’이라 부르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당시 정부는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스마트폰 단말기의 출고가와 보조지원금 액수를 공시하도록 강제해 과도한 출혈 경쟁을 문제를 해소하려 했다. 단통법 시행으로 통신 사업자 간 출혈 경쟁이 사라지면 보조지원금 지급에 투입했던 마케팅 비용을 요금제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데 사용할 것으로도 기대했다.

단통법이 정부의 의도대로 정착했다면 통신사들은 더 다양하고 합리적인 요금제를 내놓게 될 것이며, 요금제 선택의 폭이 넓어진 소비자의 가계 통신비 부담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통신사 배만 불린 ‘단통법’… 요금제 그대로, 취지 무색

단통법은 시행 후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가계통신비를 절감하겠다는 취지가 무색해졌다. 정부의 처음 의도대로 통신 사업자 사이의 과도한 보조지원금 지급 경쟁을 멈추게 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정작 통신 사업자들이 요금제 인하에 동참하지 않았던 것이다. 역으로 단통법 시행으로 단말기 출고가와 보조지원금이 공시되자,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출혈 경쟁을 하던 때보다 단말기 가격을 높이는 현상까지 발생했다.

 

▲ 지난 3월 2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장-통신사·단말기 제조사 CEO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 황현식 LG U+ 대표,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유영상 SK텔레콤 대표, 김영섭 KT 대표, 안철현 애플코리아 부사장. <사진=연합뉴스>

 

단통법이 처음 시행됐던 2014년 이동통신 3사의 총 영업이익은 약 1조6000억원대였지만, 단통법 시행 후 8년이 지난 2023년 이들 3사의 영업이익은 4조4000억원 가량으로 세배 가까이 증가했다.

물론 최근의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탈통신’을 외치며 인공지능(AI), 플랫폼, 로봇 산업 등에 뛰어들어 나름의 성과를 내기도 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단통법 시행 이전 고객유치를 위해 출혈적으로 투입했던 마케팅 비용이 단통법 시행으로 크게 줄어 더 높은 영업이익 창출이 가능했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몇 년 사이 스마트폰 단말기 출고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한 것도 가계통신비 부담을 높이는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보조지원금은 낮아졌지만, 단말기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전체 통신비가 오른 것이다.

한 예로 2014년 출시한 애플의 ‘아이폰6’ 국내 출고가는 78만9800원, 삼성전자의 ‘갤럭시 S5’ 출고가는 86만8000원이었다. 당시 국내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평균 70만~80만원 정도의 보조지원금을 지급했다. 고가의 요금제를 일정기간 사용하는 조건을 충족하면 스마트폰 단말기를 공짜로 받을 수 있었다.

반면 2024년 출시한 ‘아이폰 15 프로’의 출고가는 169만4000원으로 10년 전 단말기 가격에 비해 두 배 넘게 올랐다. 게다가 매월 8만원이 넘는 고가의 요금제를 이용해도 40만~45만원 상당의 공시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120만원이 넘는 단말기 가격은 고객이 부담해야 하는 구조가 됐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갤럭시 S24’ 역시 출고가격이 115만5000원으로 상승했다. 이 역시 8만원대 요금제를 사용해야 45만~50만원의 공시지원금 할인을 받을 수 있어, 65만원 이상의 단말기 할부금을 고객이 부담해야 한다.

◆단통법 폐지 수순 돌입… 업체 간 경쟁 원점으로

이렇듯 단통법이 의도했던 바와 다르게 상황이 흘러가자 정부는 시행 당시와 같은 민생 규제 완화와 가계통신비 절감 등을 이유로 단통법 폐지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

국무조정실은 올해 1월 22일 서울 동대문구 홍릉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열고 단통법 폐지 계획을 밝혔다.

다만 정부도 이동통신사업 생태계를 한 번에 개혁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법을 폐지하기 전에 이동통신 사업자 간의 마케팅 경쟁을 촉진해 가계통신비를 우선 절감하고자 ‘단통법 시행령 개정안’을 먼저 내놓았다.

 

▲ 지난 25일 전환지원금 지원은 최대 33만원까지만 가능하지만 50만원으로 홍보하고 있는 통신사 대리점 모습 <사진=최영준 기자>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소비자가 사용하던 통신사를 변경할 때, 새로 이동하게 될 통신사가 ‘전환지원금’이라는 명목으로 최대 50만원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와 같은 내용은 지원금의 상한선을 정해 과열은 막으면서도 단통법 시행 이전처럼 유동적인 지원금 운영으로 시장 경쟁을 부추기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해당 개정안은 지난 3월 14일 처음 시행됐는데, 당시 소비자들은 최신형 스마트폰을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란 기대감에 부풀기도 했다.

하지만 개정안 시행 3일 차에 각 통신사에서 전환지원금 지급 가이드라인을 공개하자 부풀어 올랐던 시장의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급변했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하는 전환지원금은 3만원부터 최대 13만원까지로 정부가 언급했던 50만원과는 괴리가 컸으며, 공시지원금 약정에 가입해야만 지급하는 등 세부 조건도 까다로웠다.

단통법 개정안의 실효성이 너무 떨어지자 정부는 지난 3월 18일 이동통신 3사와 단말기 제조사 임원들을 재차 불러내 전환지원금 상향에 대한 협조를 부탁했다. 이어서 3월 22일에는 김홍일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이동통신 3사 대표와 삼성전자 사장, 애플코리아 부사장 등과 간담회 자리를 갖고 전환지원금 및 통신비 인하방안 등을 논의했다.

결국 이동통신 3사는 지난 3월 23일 3만~13만원 규모로 운영하던 전환지원금을 최대 33만원까지 상향했다. 덧붙여 3만원대 5G 요금제도 조만간 출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통신비 절감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2023년 11월 ‘통신비 부담 완화 방안’을 발표하고 3만원대 5G 요금제를 올해 1분기까지 도입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KT는 지난 1월 이통 3사 중 가장 빠르게 3만원대 5G 요금제를 선보였으며,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4월까지는 3만원대 5G 요금제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동통신 3사가 저가형 요금제를 지속해서 출시하고, 전환지원금 상한이 없어져 업체 간 경쟁이 심화하면 자연스럽게 가계 통신비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물론 단통법 폐지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과거와 같이 과도한 출혈 경쟁을 하게 되면 각 사의 재정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고, 이는 통신 인프라 투자나 서비스 품질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단통법 폐지로 전환지원금을 공시하지 않게 되면, 시행 전처럼 정보의 차이로 상대적인 손해를 보는 소비자가 발생할 여지도 크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단통법이 폐지 수순을 밟는 것에 대해 “결국은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면서도 “10년간 시행착오를 겪었기 때문에 단통법 시행 전보다는 나은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 소비자들의 정보습득 능력도 높아져 과거와 같인 ‘호갱’이 되는 사례도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번 단통법 폐지 수순이 말뿐이 아니기를 바란다”면서도 “단순한 법 폐지보다는 소비자들의 실익을 위해 전환지원금 지급 가이드라인을 완화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요경제 / 최영준 기자 cyj@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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