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손' 손정의 신기술 투자 재개...떠오르는 거대AI '눈독'

이중배 기자 / 기사승인 : 2023-08-09 17:4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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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펀드 6분기만에 흑자전환 바탕 AI 중심 투자 착수
핵심투자기업 ARM 나스닥 상장으로 투자 탄력받을듯
▲소프트뱅크와 ARM에 대해 발표 중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사진=연합뉴스제공>

 

글로벌 복합위기로 인한 투자기업주의 부진으로 막대한 영업손실이 이어지며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산하 비전펀드가 투자를 재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손정의(孫正義·일본명 손 마사요시) 회장 주도아래 소프트뱅크, 사우디국부펀드, UAE 무바달라, 애플, 폭스콘, MS, 스탠다드차터드 등이 출자자로 참여한 비전펀드는 작년 4분기 기준 펀드규모가 1329억달러에 달한다.


손 회장이 투자활동을 다시 시작한다는 것은 글로벌 신기술 시장의 빅딜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졌음을 의미한다. 

 

비전펀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신기술 투자 전문펀드이고, 손 회장의 과감한 배팅을 즐겨하는 투자업계의 '큰 손'이다. ARM, 엔비디아, 우버, 쿠팡, 그랩, 소파 등 비전펀드의 투자기업 면면을 봐도 알 수 있다.

◇ 비전펀드 1조5천억 흑자에 ARM상장...투자재개 탄력

사실 2017년 공식 출범 이후 승승장구하던 비전펀드는 지난 2년간 극도로 부진했다. 글로벌 복합위기 이후 기술기업 주가 급락이 겹치며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 막대한 투자 손실에 휘청거리며 신규 투자는 엄두도 못낼 지경이었다.


실제 비전펀드의 지난해 순손실 규모는 무려 320억달러(약 41조272억원)에 달한다. 2021년 200억달러 손실까지 합치면 무려 520억 달러의 천문학적인 규모다. 핵심 투자기업 중 하나인 세계적인 반도체설계업체 ARM을 M&A매물로 내놓은 이유다.


최악으로 치닫던 비전펀드의 상황은 올들어 급반전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복합위기가 계속되고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졌지만 세계 증시에 상장된 기술주들이 급반등한 덕분이다. 펀드의 특성상 투자기업들의 주가 반등은 손익구조의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나스닥을 필두로 전세계 기술주들이 증시에 급반등하자 손정의의 비전펀드가 6개 분기 만에 흑자전환했다.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BC 방송에 따르면 비전펀드는 2023회계연도 1분기(2023·4~2023·6)에 1598억엔(1조5천억원)의 이익을 내며 오랜 부진의 늪에서 탈출했다.


비전펀드의 실적 반전 덕에 소프트뱅크그룹의 손실은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소프트뱅크는 그룹 전체로는 이번 회계연도 1분기에 4776억 엔(4조4천억원·33억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조1600억 엔(23조원)의 손실을 본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반전드라마다. 지난 1년여 고금리 환경에서 수 십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한 것과 비교할 때 반전을 의미한다고 CNBC 방송은 평가했다.

 

▲소프트뱅크가 최대주주인 ARM이 나스닥 상장 절차에 들어갔다. <사진=연합뉴스제공>

 

여기에 실적 악화 속에 부득불 매각을 추진했던 ARM이 기업공개(IPO)로 선회한 것도 소프트뱅크의 투자자산 운용의 부담을 덜어줄 호재로 평가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이달말 미 증권거래위원회에 ARM의 상장을 신청할 계획인데, 증시에선 ARM이 올해 IPO최대어로 평가받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소프트뱅크가 오는 9월 ARM의 나스닥 상장 방침을 확정했다"며 "상장 규모는 600억달러(약79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며 애플과 삼성전자, 엔비디아, 인텔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이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비전펀드의 흑자 전환과 ARM의 상장, 여기에 4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소프트뱅크그룹의 유동성을 바탕으로 손 회장은 최근 공격적인 투자 방침을 천명했다. 

 

그는 스스로 "이제 공격적인 투자로 전환할 준비가 됐다"고 설명했다. 손 회장은 지난 6월 21일 소프트뱅크그룹 주주총회에 참석, 비전펀드가 방어모드를 끝내고 공격모드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AI혁명 편승 의지 피력...초거대AI 배팅 사실상 예약

돌아온 큰 손, 손회장이 주목하는 분야는 인공지능(AI)분야다. 손 회장은 지난 소프트뱅크 주총에서도 AI에 대한 설명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며 AI 혁명의 선두주자가 되고 싶다고 강조한 바 았다.


손 회장은 전세계에 AI열풍을 촉발한 오픈AI의 생성형 AI '챗GPT'와 거의 매일 대화하고, 샘 알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이야기를 나눈다며 AI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회장이 지난달 21일 도쿄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인공지능(AI) 혁명이 폭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며 AI에 대한 큰 관심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고토 요시미츠 소프트뱅크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도 거들었다. 그는 9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암울한 시장 상황 때문에 투자를 줄여 왔으나 이제 조심스럽게 투자를 재개 중이며, 특히 AI트렌드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 회장의 의지대로 AI혁명에 편승하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은 것이다.


손 회장은 투자 재개를 선언하면서 생성형 초거대 AI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사실 손 회장은 누구보다 앞서 AI투자에 나섰지만 오픈AI의 챗GPT가 쏘아올린 AI열풍에서 소외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도 그럴 것이 손 회장의 AI투자는 생성형 AI가 아닌 AI활용분야에 집중해온 탓이다.


비전펀드가 투자한 기업의 90%가 AI기술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정작 AI기술 개발에 특화된 기업들엔 거의 투자하지 않았다.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기업가치 10억달러가 넘는 생성형 AI스타트업 26개사 중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곳은 단 하나뿐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손 회장이 AI에 대한 식견이 넓고 잠재적인 폭발력을 누구보다 확신하고 있다"며 "그런만큼 앞으로 소프트뱅크그룹과 비전펀드의 투자는 생성형 초거대AI 쪽에 사실상 예약돼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신기술 투자의 귀재, 큰 손 손정의 회장이 오랜 침묵을 깨고 투자모드를 가동하며 AI투자에 집중할 뚯을 밝힘에 따라, 향후 소프트뱅크와 비전펀드가 어떤 AI업체에 배팅할 지 흥미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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