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용인에 대형 상품화센터 구축…통합 정보포털 등 차별화
허위매물 등 업계 고질적문제 해소 기대...중소업계는 바싹 긴장
| ▲현대자동차 인증중고차 양산센터에서 첫 공개된 팰리세이드 인증중고차와 제네시스 G80 인증중고차. <사진=현대차제공> |
'이제 예열은 끝났고 달릴 일만 남았다.' 현대차그룹이 중고차사업 진출을 위한 모든 준비를 완료하고 본격 시판에 돌입한다. 지난 2020년 10월 현대차가 중고차 시장 진출을 선언한 지 꼭 3년만의 일이다.
현대차는 19일 경남 양산 하북면 소재 중고차 전용 상품화센터에서 오는 24일부터 중고차 판매를 시작한다며 이시장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현대차는 자체 정밀 성능 점검을 거쳐 사후 품질을 보증하는 이른바 '인증중고차' 사업에 포커스를 맞추고 대형 SUV 팰리세이드와 고급 세단 제네시스 G80, 시판용 두 인증증고차모델을 공개했다.
현대차에 이어 계열 기아차도 별도 중고차 매매사업을 준비중인데, 조만간 인프라 구축이 마무리하는 대로 본격적인 인증 중고차 판매에 나설 예정이다.
◇ 연식 5년 이하, 주행거리 10만km 이내로 매물 제한
완성차시장의 '슈퍼 공룡' 현대차그룹의 중고차 시장에 본격 가세함에 따라 국내 중고차 매매시장은 대대적인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신차와 연계, 중고차 매매업에 태생적 강점을 보유하고 있는 터라 중소 중고차매매업체들이 바싹 긴창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작년 3월 중고차판매업이 중기벤처부의 생계형 적합업종심의위원회로부터 해제된 이후부터 사업진출에 가속페달을 밟아왔다.
중기부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 '1년간의 사업개시 유예' 권고에 따라 그동안 인프라 구축에 매진해왔다.
| ▲19일 경남 양산 현대자동차·제네시스 양산 인증중고차 센터에 현대차의 상품화를 거친 중고차들이 늘어서 있다. <사진=현대차제공> |
이후 현대차와 기아는 자체 브랜드 위주로 중고차 매집에서부터 정비, 상품화, 물류, 판매, 사후서비스에 이르는 완벽한 토털 솔루션을 구축했다.
현대차는 특히 중고차시장의 고질적인 병폐였던 불량 매물과 허위 매물을 차단하기 위해 인증 중고차 전용 상품화센터를 경남 양산과 경기도 용인 2곳에 구축했다. 수요 변화에 따라 전국 주요 권역으로 센터를 순차적으로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현대차는 기존 중고차업체들과는 차별화하기 위해 사업 방향을 투명, 신뢰, 고객가치 등 3가지를 제시했다.
신차와 마찬가지로 중고차 고객을 관리하고 정보 비대칭으로 질 낮은 상품이 유통되는 현상, 즉 '레몬마켓'이라 비판받아온 기존 중고차 시장에서 건전한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현대차는 일단 판매 제품도 확실히 차별화한다는 전략이다. 주행거리나 연식, 품질에 상관없이 판매하는 중소업체와 달리 현대차는 현대차·제네시스 브랜드 위주로 하고 연식은 5년, 주행거리는 10만㎞ 이내로 제한했다. 고급 중고차 인식을 정착시키겠다는 것이다. 전기차와 수소전기차는 추후 확대할 예정이다.
우선 소비자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매입부터 사고나 침수 차량은 배제한다. 온라인 플랫폼 등을 통해 매입된 중고차는 상품화 센터에서 외관부터 내부까지 정밀진단과 품질개선, 검사, 인증 등의 과정을 거쳐 고품질의 차량으로 탈바꿈한다.
◇ 매입부터 인도까지 중고차 거래시스템 확 바뀐다
현대차측은 "매입 이후 인증중고차센터 입고점검-정밀진단(차량 선별)-품질개선(판금·도장 등)-최종점검-품질인증-배송 전 출고점검-출고세차 등의 7단계의 상품화 프로세스를 거쳐 고객들에게 인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구입 시에도 차량가격의 0.2%가 멤버십 포인트로 적립되고, 커넥티드 카 서비스(Connected Car Services)를 이용할 수 있다.
| ▲19일 경남 양산 현대자동차·제네시스 양산 인증중고차 센터에서 직원들이 차량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현대차제공> |
현대차 블루멤버스 포인트와 제네시스 멤버십 포인트는 정비네트워크 이용은 물론 신차 구매, 주유와 충전, 쇼핑, 레저, 교육 등 다양한 부가 서비스에 사용할 수 있다.
사후 서비스도 파격적이다. 인증중고차 고객도 신차 고객에게 준하는 멤버십을 이용할 수 있다. 신차와 동일하게 전국 1300여개의 현대차 및 제네시스 서비스망에서 보증서비스 등의 차량 관리를 받을 수 있다.
신차 판매 시 제공된 무상 보증기간을 포함해 인증중고차 구매시점 기준으로 1년2만km까지 무상 보증한다.
현대차는 또 제조 데이터는 물론 외부 기관에서 확보한 정보를 기반으로 중고차 통합정보 포털 '하이랩'(Hi-LAB)과 인공지능(AI) 가격산정 엔진을 개발해 제공한다. 소비자들이 중고차 구매를 꺼렸던 주요 이유인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하는 차원이다.
이같은 차별화된 품질과 서비스, 그리고 신뢰성을 바탕으로 현대차는 중고차사업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중기부 권고에 따라 현대차의 시장 점유율은 내년 4월까지 전체 2.9%, 내년 5월부터 2025년 4월까지는 4.1%로 물량을 제한되는만큼 올해는 5천대 판매가 목표다. 이어 사실상 사업원년인 내년엔 연간 2만대 판매를 목표로 잡고 있다.
현대차 아시아대권역장 유원하 부사장은 "'만든 사람이 끝까지 케어한다'는 철학 아래 사업을 준비했다"며 "투명하고 공정한 중고차 거래문화를 안착시켜 국내 중고차 시장 선진화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 시장 활성화 전환점...중소업계 "입지약화" 볼멘소리
현대차가 기존 업체들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전략과 시스템으로 중고차 시장에 진입함에 따라 연간 230여만대로 추정되는 국내 중고차 시장이 새로운 전환점을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중고차 시장 활성화가 예상된다. 중소기업적합업종에 묶여 중소기업 위주로 발전해온 국내 중고차 시장은 선진국에 비해 성장세가 약한게 사실이다.
|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로 기존 중고차 매매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다. 서울 장안평 중고차매매시장에 중고차들이 주차돼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
한국자동차협회 등 관련기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신차 대비 중고차 판매량은 1.4~15배 수준이다. 반면, 미국, 독일 등 자동차선진국들은 2배를 훌쩍 넘는다.
이런 상황에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압도적인 지배력을 갖고 있는 현대차와 기아가 차별화된 품질과 서비스, 신뢰성을 두루 갖춰 본격 사업에 나선만큼 향후 시장이 크게 확돼될 가능성이 높다.
또 인증 중고차가 시장의 대세로 굳어질 것으로 보인다. 판매자가 사후에 품질을 보증하는 인증 중고차는 중고차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일부 수입 자동차업체가 시작한 인증 중고차사업은 현대차그룹에 이어 국내 다른 완성차업체로 확대되는 추세다.
중소 중견 전문업체 위주로 형성된 국내 중고차 시장도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의 중고차 매매가 자체 브랜드로 한정돼있지만, 지난해 국내 중고차 거래(238만대)의 38%가 현대차와 제네시스 브랜드일 정도로 비중이 높다.
기아까지 합치면 가볍게 50%를 넘어설 전망이다. 중소 중고차업체들이 현대차의 시장진입을 결사적으로 반대한 이유다.
현대차그룹의 일종의 쿼터에 묶여 2025년 4월까지는 시장 점유율을 임의로 확대할 수 없지만, 그 이후엔 상황이 다르다.
현대차그룹은 특히 중고차사업을 단순히 이익창출 개념이 아니라, 신차와 연동한 고객맞춤 서비스 강화에 촛점을 두고 있어 향후 경쟁사와는 차원이 다른 마케팅 전략으로 시장을 빠르게 잠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간 판매자가 정보를 독점하는 비대칭성으로 인해 중고차 시장이 투명하지 않아 시장 확대에 걸림돌이었다"고 전제하며 "현대차의 가세가 유통 구조를 투명하게 변화시키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 중고차에 대한 이미지 개선과 함께 시장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토요경제 / 장연정 기자 toy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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