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년 한전 역사상 최초 정치인 사장...대통령 임명 후 확정
부채 눈덩이, 연속 적자 해소 1차 과제...정무 능력에 기대
| ▲김동철 전 의원이 위기의 한전 새 수장으로 구원등판한다. 김 사장은 18일 한전 임시주총에서 차기 사장으로 선임됐다. <사진=연합뉴스제공> |
부채 200조원에 9분기 연속 적자. 위기에 빠져있는 한국전력에 새로운 구원투수로 호남 정치인 출신 김동철 사장이 등판한다. 한전은 18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광주 출신 김동철 전 의원을 차기 사장으로 선임했다.
김동철 사장은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의 제청 후 윤석열 대통령의 임명을 거쳐 정식 업무를 시작한다. 그러나, 선임 전에 이미 청와대와 사전 조율을 마친 상태여서 단순 통과의례에 불과하다.
김 사장은 조만간 임기 3년의 한전 새 사장에 정식 취임할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국내 최대의 전력 공기업 한전은 62년 역사상 처음으로 정치인 출신을 사장으로 맞게 됐다.
◇ 호남출신 4선의 전문 정치인...전문성 부족 지적
한전의 새 수장에 김동철 사장이 낙점된 것은 '전문성' 보다는 '정무 능력'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읽힌다. 김 사장은 광주일고, 서울법대 출신으로 산업은행에서 잠시 근무한뒤 줄곧 정치판에서 활동해온 정치인이다.
정치 입문은 1991년 DJ의 오른팔로 불리우는 권노갑의원의 정책보좌관을 맡은게 계기가 됐다. DJ정부 때는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서 근무했으며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광주 광산구에서 출마, 당선됐다. 이후 20대까지 광산구에서 내리 4선을 했다.
국회의원 시절엔 산업통상자원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과 국민의당·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등을 지냈다. 현 정권과는 2021년 10월2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과 함께 당시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며 연을 맺었다.
대선 당시 국민의힘 선대위 후보특별고문 겸 새시대준비위원회 지역화합본부장을 맡았다. 윤 대통령 당선 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민통합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했다.
김 사장은 이같은 32년 경력의 정치인으로서 에너지공기업 한전의 전문성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하지만, 정부, 정치권과의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이 요구되는 한전의 고유 특성상 정무능력이 더 요구되기에 중용됐다는 평가다.
한전 측은 김 사장에 대한 일각의 전문성 부족 지적에 대해서도 기우라고 반론을 제기한다. 김 사장이 과거 국회의원 시절인 2014년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면서 한전과 에너지정책 전반에 대한 나름대로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한다.
업계에선 한전이 본질적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전기를 소매로 파는 회사로서 송변전, 배전, 판매사업자이기에 산업적 전문성보다 영업력이 더 중시된다고 보고 있다.
| ▲18일 오전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한국전력 본사에서 김동철 신임 사장에 대한 선임안을 의결하기 위한 임시 주주총회가 열렸다. 사진은 주총장 입구의 모습. <사진=연합뉴스제공> |
◇ 재무구조 개선 무거운 과제....고강도 추가 구조조정 예고
김 사장은 곪을대로 곪아있는 한전의 위기를 얼마나 해소하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으로선 무엇보다 '부도 위기설'까지 나올 정도로 전례 없이 재무 구조가 악화된 한전을 조기에 정상화해야할 무거운 과제를 떠안게 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후로 급등한 국제 에너지 가격이 전기요금에 제때 반영되지 못한 탓에 한전은 누적손실과 총부채가 계속 늘고 있다. 2021년 2분 이후 9분기 연속 적자로 누적 영업손이 47조원을 넘는다. 총부채는 약 201조원으로 국내 상장사 중 가장 많다.
김 사장은 이에 따라 한전 경영상황 전반을 우선 파악한 뒤 200조의 부채 해소를 위한 작업에 본격 착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4선의 중견 정치인 출신 답게 강도 높은 내부 구조조정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
한전 안팎에선 지난 5월 한전 전 경영진이 비 핵심자산 매각과 전력설비 건설 이연 등을 통해 3년간 25조원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밝힌 자구책에 더해 추가 구조조정 계획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주무부처인 산업부의 방문규 신임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국민들한테 전기 요금 조정이 필요하다고 얘기할 수 있을 정도 수준이 되려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선행되지 않고는 그 얘기를 해서는 안 된다”고 밝힌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정부 방향에 맞춰 필수 사업을 선별하고 매각 가능한 비핵심으로 분류되는 자산은 신속히 매각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방 후보자가 발전공기업의 구조조정까지 언급한 만큼, 김 사장이 대대적인 인력감축과 발전 자회사 간 일부 사업조정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김사장은 과감한 추가 구조조정 계획과 함께 특유의 정무능력을 발휘, 전기요금 추가 인상을 추진할 개연성이 높다. 한전은 부분적인 전기요금 인상과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전기매입단가 하락으로 3분기에 소폭의 흑자가 예상된다. 매출의 대부분이 전기판매액이기에 한전의 손익구조 개선을 위해선 전기요금 현실화는 필요충분조건이다.
| ▲2019년10월 전남 나주시 삼포면 한국지역난방공사 광주전남지사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바른미래당 김동철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
◇ 국제유가와 물가 꿈틀...외부 환경 그리 녹록지 않아
그러나 최근 외부 환경이 김 사장에 결코 유리하지 않다. 한전 재무구조와 직결되는 상황이 그리 녹록지 않다는 뜻이다. 우선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하며 급등세를 타고 있다. 환율도 1300원대의 고공비행을 계속하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은 한전 발전자회사의 원가를 높이게 마련이다. 이는 곧 한전의 전기매입비용에 전가된다. 찔끔찔금 전기요금을 올려서는 고질병이 되버린 한전이 적자누적 상황을 탈피하기 쉽지않은 구조란 의미이다.
물가가 다시 꿈틀 거리고 있는 것도 한전에겐 큰 악제다. 정부가 물가안정에 정책의 최우선점을 둔다면, 한전의 부실이 가중되고 있음에도 전기요금을 기대하는만큼 올리기가 쉽지않다.
사실 한전은 작년부터 40% 가까이 전기요금을 올렸다. 그러나 발전사에서 전기를 사다가 소비자에게 되파는 한전의 수익 구조는 눈에띄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한전의 손익구조를 플러스로 돌리기엔 여전히 전기요금이 현실과 괴리가 크다.
문제는 한전의 올해 적자폭이 획기적으로 줄어들지 않는다면 당장 내년부터 회사채를 찍어내 이자를 갚는 '돌려막기'의 방법마저 막한다는 사실이다. 한전법에 따라 한전은 원칙적으로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의 5배까지만 한전채를 발행할 수 있다. 올해 수 조원대 영업손실이 나면 내년 한전채 발행 잔액이 자본금과 적립금 한계의 7배에 달할 수 있다고 한전은 예상한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7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이전 정부가 제때 전기요금 조정을 하지 않아 한전이 '엄청난 적자'를 안게 됐다면서 "어떤 대책이든지 있지 않으면 한전이 부도가 날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창사 이래 최대 재무 위기에 빠진 한전의 새 '구원 투수'로 등판한 김 사장이 과연 한전을 수렁에서 건져낼 수 있을까. 김 사장이 과연 전문성 부족이란 일각의 우려를 딛고 한전 재무구조 개선의 실마리를 풀 수 있을 지 주목된다.
토요경제 / 박미숙 기자 toyo@sateconomy.co.kr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