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테크와 日여행인기에 엔화예금 사상 첫 80억달러 진입
엔화가치의 급격한 하락으로 인한 '슈퍼 엔저'에 환차익을 노린 투자수요가 몰리며 엔화 예금이 지난달 역대 최고치를 또 다시 갈아치웠다.
원엔 환율은 900원대후반을 보이다 지난 5월초부터 추락하기 시작해 현재 900원대초반에 머물고 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을 계속 빨아들이며 엔화요금이 계속 불어나는 흐름이다.
엔화와 달리 달러는 강세로 보이며 원달러 환율이 전월 대비 변동폭이 미미했으나 기업들의 해외 자금조달이 증가하며 달러 예금 역시 눈에 띄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디.
반면 경기침체와 금융위기 우려가 커지고 있는 중국 위안화와 유로화 예금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외화 예금의 엔, 달러 쏠림현상이 갈수록 심화되는 양상이다.
| ▲ 기업들의 해외 자본 조달이 늘면서 거주자 외화예금이 역대 최고치를 잇달 경신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 외화예금, 4개월 연속 하락 후 5월 이후 3연속 증가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7월 거주자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거주자 외화예금은 한 달 전보다 51억7천 달러 증가한 1050억 달러로 집계됐다. 전달에 이어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거주자 외화예금이란 내국인, 국내 기업, 국내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국내에 진출한 외국기업 등이 국내에 보유하고 있는 외화예금을 총칭한다. 외화예금은 보통 환율이 오르면 줄어들고 내려가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거주자외화예금은 1~4월까지 내리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다가 지난 5월(+54억 달러)과 6월(+30억4천만 달러)에 이어 7월까지 석달 째 증가세를 유지한 것이다.
이 중 눈에띄는 것은 달러화예금으로 지난달 증가폭이 작년 11월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달러화예금 잔액은 7월말 기준 878억6천만 달러로 6월말에 비해 44억2천만 달러 늘었다. 작년 11월 증가폭은 87억2천만 달러였다. 석달 연속 상승세다.
한은 관계자는 "일부 기업의 해외 자금 조달, 증권사 투자자 예탁금 증가 등의 영향으로 달러화예금이 늘었다"면서 "7월 원달러 평균 환율이 전월 대비 0.8% 하락한게 일부 영향을 준 것같다"고 분석했다.
엔화예금의 강세도 계속됐다. 엔화가치 하락으로 지난 6월 역대 최대폭(+12억3천만 달러) 늘어났던 엔화예금 잔액은 7월 말 기준 83억1천만 달러로 8억3천만 달러 증가했다. 전달에 비해 증가폭은 다소 둔화됐으나 사상 처음 80억 달러대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엔화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는 것은 과거보다 하락세가 뚜렷한 원엔 환율을 활용한 '엔테크' 열기와 엔저에 따른 원화가치 상승으로 인한 반대급부로 일본 여행 수요 증가가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 일본 증시는 1990년대부터 이어진 장기침체의 늪에서 벗어나 뚜렷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올들어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일본 상장지수펀드(ETF)를 150억원어치 넘게 사들인 게 이를 방증한다. 이는 지난 한 해 순매수령의 14배 가까이되는 폭발적인 상승세다.
| ▲ 자료=한국은행 |
■엔화 인기 높아 강세 계속될듯 ...위안화는 변동성 커져
엔화 수요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엔저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일본 내에서 커지고 있지만, 구조적으로 엔화 약세가 단기간에 강세로 반전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하기 때문이다.
달러엔 환율은 최근 도쿄 외환시장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달러당 145엔을 돌파하며 올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만큼 엔화 가치가 떨어졌다는 의미다.
일본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할 지 주목되고 일본은행(BOJ)이 통화긴축 속도를 높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실제 이행 여부는 불투명하다.
엔저를 무기로 지난 30년 간의 저성장 기조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는 일본 정부가 쉽사리 외환시장에 개입, 급격하게 엔저 기조를 바꿀 가능성이 현재로선 낮아보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엔저 기조 유지에 엔저로 인해 일본 여행에 대한 경비부담이 줄어들면서 엔화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도 엔화예금을 늘리는데 영향을 주고 있다. 실제 지난 6월 전체 해외 출국자 3명 중 1명은 일본을 향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달러와 엔화예금은 크게 늘어났으나 위안화의 유로화예금을 소폭 감소해 대조를 보였다. 우선 중국 위안화예금은 전월 대비 2억2천만달러 감소한 13억8천만 달러로 나타났다.
위안화는 최근 중국 금융시장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리스크가 커져 향후 위안화예금 변동폭이 클 것으로 보인다. 유로화예금은 기업의 현물환 매도, 수입 결제대금 지급 등으로 인해 7천만 달러 가량 줄어든 60억2천만 달러에 머물렀다.
한은 측은 "달러화 및 엔화예금은 일부 기업의 해외 자금조달, 증권사 투자자예탁금 등의 영향으로 증가했다"면서 "반면 유로화예금은 기업 현물환 매도, 수입결제대금 지급 등으로 소폭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7월 거주자외화예금은 주체별로는 기업예금(잔액 896.8억 달러)과 개인예금(153.2억달러)이 45억달러, 6억7000만 달러 각각 늘었다. 은행별로는 국내은행(943.3억 달러)이 61악4천만 달러 증가한 반면, 외은지점(106.7억 달러)은 9억7천만 달러 감소했다.
토요경제 / 조봉환 기자 ce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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