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지고 '한경협' 떴다...'류진號' 한경협, 공식 출범

양지욱 기자 / 기사승인 : 2023-08-22 17:3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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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22일 임시총회서 명칭 변경과 류진 회장 선임안 의결
삼성 조건부 재가입 확정...4대그룹 복귀 형식적 절차만 남아
글로벌 싱크탱크 변신...정경유착 고리 끊고 신뢰회복이 관건
▲ 류진 풍산그룹 회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에서 열린 전경련 임시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22일 임시총회를 열어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으로의 명칭 변경과 산하 연구기관이었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의 흡수통합 등을 포함한 정관 변경안을 의결했다.


이로써 1961년 삼성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 등 기업인 13명의 주도로 '한경협'이란 이름으로 발족했다가 1968년 지금의 명칭으로 바뀐 전경련 시대는 저물고 초심으로 시작한다는 의미로 신 한경협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


전경련은 비록 55년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지만, 한경협은 이날 부터 새 역사를 쓰게 됐다. 한경협 출범과 함께 이날 전경련 이름의 마지막 임총에선 류진 풍산그룹 회장을 한경협 초대 회장으로 공식 선임했다.


한경협 명칭은 공식적으로는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승인을 거쳐 사용된다. 산업부의 승인은 요식행위이며 늦어도 다음달 중엔 이뤄질 전망이다.

■ '4대그룹 복귀' 날개 달고 한경연 흡수통합 새출발

류진號의 한경협은 출범과 동시에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그룹의 복귀라는 강력한 날개를 달게 될 전망이다. 4대그룹은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전경련을 탈퇴, 대한민국 경재계를 대표하는 단체로서의 위상이 추락했다.


그러나 한경협 스스로 '재계 오너들의 모임'에서 '글로벌 싱크탱크'로 정체성을 바꾸고 기존의 부정적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환골탈태의 대변신을 천명, 4대그룹의 원대 복귀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한경협은 이날 임총에서 기존의 산하 정책연구기관인 한경연(한국경제연구원)을 흡수 통합하는 안을 의결, 글로벌 주요 경제이슈에 대한 진단과 대안 제시를 주요 미션으로하는 새로운 재계단체로의 새롭게 출발했다.

 

▲전경련이 22일 임시총회를 열어 한경협 명칭변경과 류진회장 선임안을 의결했다. 여의도 전경련 간판은 조만간 한경협으로 교체될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제공>

 

초대 회장으로 2001년부터 전경련 회장단으로 활동해 온 류진 회장을 추대한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류 회장은 미 상공회의소가 주최하는 한미재계회의의 한국측 위원장을 맡는 등 글로벌 무대 경험과 인적네트워크가 강력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글로벌 싱크탱크로 거듭난 한경협 수장으로 류 회장이 최적임자란 얘기다. 류 회장과 호흡을 맞출 상근부회장으로는 외교부 관료 출신인 김창범 전 주인도네시아 대사가 선임될 것으로 알려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류 회장은 취임사에서 “주요 7개국(G7) 대열에 당당히 올라선 대한민국이 글로벌 무대의 ‘퍼스트 무버’가 되는 것이 기업보국의 소명을 다하는 길"이라며 "이 길을 개척해 나가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경협은 기존 전경련 시절의 주홍글씨처럼 남아있는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 것을 아예 시스템화했다. 정경유착 등 권력의 외압을 차단할 내부 통제시스템으로 윤리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을 아예 바뀐 정관에 명시한 것이다. 위원 선정 등 윤리위 구성과 세부 운영사항은 추후 확정할 계획이다. 

■ '전경련' 오점 씻고 이미지 쇄신 위한 윤리헌장 채택

전경련 당시의 오점을 씻고 달라진 한경협의 이미지 메이킹을 위한 1차 과제가 정경유착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것이란 얘기다. 이는 또 삼성그룹의 준법감시위원회가 삼성의 조건부 재가입을 지지하면서 "정경유착 발생시 탈퇴하겠다"는 단서를 단 것과도 일맥 상통한다. 


류 회장은 이와 관련, “한경협은 앞으로 단순한 준법 감시의 차원을 넘어 높아진 국격과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엄격한 윤리 기준을 세우고 실천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했다.


이날 총회에서 사무국과 회원사가 준수해야 할 윤리헌장까지 채택한 것도 결국 같은 맥락이다. 윤리헌장엔 ‘외부 압력이나 부당한 영향을 단호히 배격하고 엄정하게 대처한다’, ‘윤리적이고 투명한 방식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경영할 것을 약속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대·중소기업 협력을 선도한다’, ‘국민 목소리를 경청하고 국민이 더 나은 삶을 향유하도록 노력한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한경협이 이날 공식 출범과 함께 4대그룹의 복귀는 기정사실화됐다. 이날 한경연을 한경협으로 흡수 통합하는 안건이 임총에서 의결, 4대 그룹의 일부 계열사는 자동으로 한경협 회원사에 포함된다. 절차상 한경협이 기존 한경연 회원사들을 그대로 승계하기 때문이다.


4대그룹의 전경련 탈퇴 후에도 삼성 계열사 5곳(삼성전자·삼성SDI·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증권)과 SK 4곳(SK㈜, SK이노베이션·SK텔레콤·SK네트웍스), 현대차 5곳(현대차·기아·현대건설·현대모비스·현대제철), LG 2곳(㈜LG·LG전자)은 한경연 회원사로 남아 있었다. 다만 이중 삼성증권은 최근 내부 논의를 거쳐 한경협에 합류하지 않기로 했다.
 

▲ 지난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전경련 회관 앞 휘호석 뒷면에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당시 전경련 회장), 삼성그룹 창업자 이병철 회장 등 전현직 회장단 이름이 새겨져 있다. 이 휘호석은 1979년 박정희 대통령 당시 세워졌다. <사진=연합뉴스>

 

■ 류 회장 "과거 청산하고 잘못된 고리 끊을 것" 강조

그러나 한경연 회원사 자격으로 4대그룹의 핵심 계열사들이 한경협 회원자격을 얻는다 해서 그 자체가 복귀를 의미하진 않는다. 이날 총회를 계기로 한경협에 형식상 회원으로 등재되더라도 회비 납부와 회장단 참여 등 활동을 수반하는 실질적 의미의 재가입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4대그룹 복귀의 결정적 변수였던 삼성은 이날 한경협 재가입을 공식화했다. 삼성은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4개사가 구 전경련측의 지속적인 요청을 받고 수 차례에 걸친 준법감시위원회의와 이사회의 신중한 논의를 거쳐 한경협으로의 흡수통합에 동의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삼성은 다만 한경협이 약속한 싱크탱크 중심 경제단체로서의 역할에 맞지 않는 정경유착, 회비·기부금 부정사용 등의 행위가 발견될 시 즉각 탈퇴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는 삼성 준감위의 한경협 재가입에 따르는 권고사항이기도 하다. 


삼성의 재가입이 확정됨에 따라 이미 이사회승인까지 거친 SK를 비롯해 현대차, LG 등도 내부 절차를 거쳐 한경협 동참을 매듭지을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4대그룹은 6년 8개월만에 한경협의 핵심 회원사로 공식 가세하게 됐다. 


류 회장은 "부끄러운 과거와 완전히 결별하고 나아가지 못한다면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며 조직 혁신과제 수행에 최선을 다하는 한편 윤리경영을 실천하고 투명한 경영 문화가 경제계 전반에 뿌리내리도록 솔선수범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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