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VS 엘리엇 소송전 2라운드 돌입...법무부 승산있나

이중배 기자 / 기사승인 : 2023-07-18 17:2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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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PCA판정후 28일만에 18일 ISDS판결 취소 소송 제기
'관할권' 해석과 '적법한 주주의결권행사' 등 대응 논리 집중
소송 전망 긍정론과 부정론 엇갈려...추후 ISDS에 영향줄듯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8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판정 후속 조치 관련 내용을 발표하며 부당함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계 헷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Elliot)와 대한민국 정부의 소송전이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정부가 엘리엇에 1300억 원이 넘는 돈을 지급하라는 국제투자분쟁(ISDS) 판결에 불복 취소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법무부는 18일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ISDS의 판결 취소 소송을 제기하고, 중재판정부에 판정의 해석 정정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는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가 엘리엇 측의 '일부 승소' 취지의 판정을 내린 지 28일 만이다. ISDS의 앨리엇 판결 취소소송 기일은 18일이 데드라인이다.


법무부는 현재 ISDS의 '일부 패소' 판결을 뒤집으려는 의지는 확고하다.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취소소송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부정론이 우세하다.


약 1300억원대의 국고부담의 놓고 엘리엇소송 2라운드에 접어든 법무부가 자칫 소송비용만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의 씻고 승소할 지 결과가 주목된다.

■ 한미 FTA상 '관할 위반'이 ISDS 판정 불복의 핵심


엘리엇 사건의 발단은 5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엘리엇은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5년 당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청와대와 보건복지부가 압력을 넣어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에게 찬성투표를 유도해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며 2018년 7월 ISDS소송을 제기했다.


행동주의 펀드인 엘리엇이 주주로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으나, 당시 우리 정부의 입김에 의해 또다른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져 결국 자신들이 1조원에 가까운 손실을 봤다는 것이었다.


ISDS란 외국인 투자자가 투자국에서 부당한 대우나 급격한 정책 변화 등으로 손해를 봤을때 국제 소송을 제기해 구제를 받는 제도다. 중재판정부에서 단심제로 판정을 내리며, 협정위반이 인정되면 대상국 정부는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중재판정부는 엘리엇의 소송 제기로부터 약 5년이 흐른 지난달 20일 대한민국 정부에게 엘리엇 제기금액의 약 7%인 5358만6931달러(약 690억 원)를 배상하라고 판정했다.


정부로선 엘리엇이 최초로 청구한 7억7천만 달러(약 9917억 원)에서 배상금이 크게 줄어들었으나 지연이자와 법률비용 등을 포함, 약 1300억 원을 국고에서 부담해야 할 판이다.


법무부는 이에따라 ISDS판정 이후 즉각적으로 한동훈 장관을 중심으로 대책반을 가동하고 취소소송 만기일까지 고민을 거듭한 끝에 취소소송이란 결단을 내렸다.


'일부 패소'의 판정을 '완전 승소'로 바꾸기 위한 법무부의 대응 논리는 몇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상의 '관할 위반'이 판정 불복의 핵심 이유다.


우리 정부가 중재판정부의 '재판 대상'이 아닌데도 판정을 내렸다는 취지다. 법무부에 따르면 한미FTA 규정상 ISDS사건의 관할이 되려면 정부가 채택·유지한 조치일 것, 투자자의 투자와 관련성이 있을 것, 조치의 책임이 국가에 귀속될 것이라는 몇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이는 잘못된 해석이라는 주장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비롯된 엘리엇 ISDS소송이 우리정부의 취소소송 제기로  2라운드에 접어든다. <사진=연합뉴스>

 

■ "중재판정부의 삼성물산 투자 '관련성' 판단도 문제"

쟁점은 중재판정부가 국민연금을 '사실상 국기기관'이라며 의결권 행사 책임이 정부에 귀속된다고 해석한 부분이다. 법무부측은 이에 대해 한미 FTA가 예정하고 있지 않은 '사실상 국가기관'이라는 개념에 근거, 국가책임을 인정하는 건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법무부는 또 한미 FTA 상대국인 미국도 중재판정 과정에서 공식적으로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당국으로부터 위임받은 비정부기관의 조치'는 '위임받은 정부 권한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는 포함하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강조한다.


국가기관이 아닌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정부가 채택한 조치가 아닐 뿐더러, 그 책임이 한국 정부에 귀속되지도 않으므로 아예 애초부터 관할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법무부는 특히 삼성물산 소액주주들이 낸 합병무효 소송과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국내 법원이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의 위법행위가 있었더라도 국민연금은 결과적으로 독립된 의결권 행사를 한 것으로 판단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강조했다.


중재판정부가 당시 국정농단 사건의 형사 판결을 상당 부분 인용한 것에 대해서도 "국민연금 내부 의사결정 과정에서 불법을 저지른 사람들이 심판을 받은 형사판결과는 법리상 궤를 달리하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엘리엇의 삼성물산 투자와 '관련성'이 있다는 중재판정부의 판단도 문제 삼았다. 소수 주주는 자신의 의결권 행사를 이유로 다른 소수 주주에게 어떠한 책임도 부담하지 않는다는 상법상 대원칙을 강조했다.


한동훈 장관은 “삼성물산의 일반 주주 중 하나인 국민연금이 자신의 의결권을 행사한 것은, 다른 주주인 엘리엇의 투자에 대한 조치로 볼 수 없다”라면서 “이러한 판정이 선례로 인정될 경우 국내 기업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악의적 ISDS가 계속될 것”이라고 항변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8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판정 후속 조치 관련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진행중인 ISDS소송에 부정적 영향 고려한 조치

법무부는 특히 공공기관 등이 소수주주로서 주주총회에 참가해 의결권을 행사한 사안에 대해 국가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은 ISDS사건은 어디에도 없다고 강조했다.


법무부는 이와함께 중재판정부에 판정문의 오류도 바로잡아달라는 판정 해석·정정 신청도 냈다. 중재판정부가 엘리엇의 손해액을 산정하기 위해 삼성물산이 지급한 합의금을 세전 금액으로 공제하라고 설시하고도, 정작 세후 금액을 공제하는 오류를 저질러 결과적으로 손해배상금이 약 60억 원 증가했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또 중재판정부가 판정 이유에서 약 326억 원 상당의 판정 전 이자를 원화로 지급해야 한다고 밝히고도, 판정 주문에는 미화로 지급해야 하는 것처럼 판시했다며 명확한 해석을 요구했다.


법무부 고민끝에 ISDS판정 불복을 선언한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향후 국내 공공기관 및 공적 기금의 의결권 행사에 대한 부당한 ISDS제기가 이어질 가능성을 고려한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엘리엇 사건의 일부 패소가 현재 진행중인 ISDS사건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한 것이란 얘기다.


그러나 법무부의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 이번 ISDS판정 취소소송 결과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어느 일방의 손을 들어주기보다는 '중재'에 초점을 맞춘 국제소송특성상 전부 승소가 나오기 어렵다는 부정론과 엘리엇이라는 주주가 공단이라는 주주의 주주권 행사로 인한 손해를 주장허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긍정론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과연 법무부가 적극적이고 논리적인 대응을 통해 중재판정부의 ISDS판정을 보란듯이 뒤집으며 1300억원대의 국고 낭비를 막는 동시에 한국 정부 대상의 또다른 ISDS소송에서 유리한 선례를 남길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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