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열대 비어가는데 “중단은 아니다”…납품 축소의 그림자
[토요경제 = 김은선 기자]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의 정상화가 요원해지면서 일부 협력사들이 납품 중단과 공급 축소에 나섰다. 전면적인 거래 중단은 제한적이지만 발주 횟수와 물량이 줄어들며 대형마트 공급망 불안이 현장에서 체감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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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홈플러스 강서점/사진=홈플러스 |
◆ 삼양식품 ‘일시 중단’ 후 재개…아모레퍼시픽은 정산 대기
실제로 현재까지 납품 중단한 협력사는 삼양식품이 대표적이다. 삼양식품은 지난달 말 홈플러스의 미납 대금을 이유로 납품을 중단했다가 일부 대금이 입금된 이후에야 공급을 재개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대형 협력사도 더는 대금 리스크를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을 보여준 사례”로 해석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대금 정산 지연 문제로 지난 8월부터 현재까지 납품을 중단한 상태다. 홈플러스가 지난 3월4일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법원 관리에 들어간 직후 계좌가 동결됐고 이 과정에서 3월4일 이전 발생한 아모레퍼시픽의 대금 정산이 지연됐다.
15일 홈플러스에 따르면 “소상공인과 중소 협력사부터 우선 대금을 지급한 뒤 대기업 협력사에는 양해를 구하며 순차 지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아모레퍼시픽은 해당 대금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아모레퍼시픽 관련 미정산 대금은 이날 기준으로 완납되지 않은 상태다.
◆ 발주 횟수·물량 줄어…“중단 아닌 축소”
현장 혼란도 일부 확인된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강서점에서는 삼다수와 SPC삼립 일부 빵류, 롯데칠성 ‘처음처럼’, 빙그레 아이스크림, 서울우유협동조합 치즈류 등 주요 상품의 진열이 평소보다 줄어들었다. 홈플러스 측도 일부 품목에서 공급이 원활하지 않았던 점은 인정했다.
다만 이는 대금 미지급으로 인한 전면 납품 중단이라기보다는 납품 축소 영향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다수 협력사들은 월 2회 진행하던 납품이나 행사를 1회로 줄이거나 납품 물량을 기존 대비 절반 수준으로 축소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납품이 끊긴 것은 아니지만 예전처럼 물량을 밀어 넣을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만큼 협력사들이 재고 부담과 대금 회수 리스크를 동시에 고려해 공급 규모를 보수적으로 조정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홈플러스 현금 내부 사정도 녹록지 않다. 전기요금 등 고정비 부담까지 겹치며 자금 운용이 빠듯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매각 장기화로 현금 흐름이 한계에 도달했다며 적자 규모가 큰 일부 점포의 영업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 가양·부산 장림·경기 고양 일산점·수원 원천·울산 북구점 등이 대상이다.
◆ MBK 출구 안갯속…현재로선 현금 창출이 유일한 해법
문제는 출구 전략이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홈플러스는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있지만 최근 공개입찰에서 참여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절차가 다시 연장됐다. 회생계획안 제출 시한은 오는 29일까지다. 홈플러스의 회생 전 인수합병이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청산 가능성이 현실이 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홈플러스 측은 “당장의 해법으로 영업을 통한 현금 창출 외에는 뚜렷한 대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겨울 성수기 행사와 연말 판촉을 통해 최대한 현금을 확보해 협력사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대주주 MBK파트너스가 추가적인 책임 있는 역할을 내놓지 않을 경우 협력사 이탈과 공급 축소가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금 상황은 납품 중단이 확산됐다기보다는 공급이 점점 마르는 단계”라며 “회생 지연이 길어질수록 협력사들의 대응도 더 보수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 2024년 6월 폐점한 홈플러스 목동점 |
토요경제 / 김은선 기자 kes@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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