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전환 신청 들어오는 대로 신속 심사 진행 방침
당국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방안' 발표
| ▲ 은행 과점깨기 일환으로 대구은행을 시작으로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사진은 DGB대구은행 제 1본점. <사진=DGB대구은행> |
몇몇 시중은행에 지배돼온 은행의 과점시대가 빠르게 저물고 있다. 금융당국의 은행 과점깨기 일환으로 지방은행의 전국은행, 즉 시중은행 전환이 급물살을 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은행권 경쟁촉진 대책 중 하나로 내세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에 DGB대구은행이 가장 먼저 뛰어들었다. 이에 따라 1992년 이후 31년 만에 새로운 시중은행이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기본적으로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대구은행을 시작으로 지방은행의 전국 은행화가 급류를 탈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대구은행을 시작으로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승격이 본격화하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개 은행에 집중된 시중은행의 과점 체제가 한순간에 붕괴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도 일반 산업체와 마찬가지로 무한경쟁시대에 돌입하게 되고, 소비자들의 선택권은 그만큼 넓어지게 되는 셈이다.
■ 대구은행 적극 추진...31년 만에 새 시중은행 등장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5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은행지주회장 간담회를 열고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 관련 개선방안’을 통해 대구은행의 전국은행 전환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위는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신청이 들어오는 대로 신속 심사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사전브리핑에서 “대구은행이 현 상황에서 지배구조 요건에 큰 문제가 없어 신청서를 받는대로 사업계획 등의 타당성을 신속히 심사해 전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은 이날 금융당국과 금융지주 회장단과의 간담회 직후 "올해 중 시중은행 전환을 검토하고 추진할 예정"이라며 "대구에 본점을 둔 시중은행이자 지역 대표 은행으로서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 회장은 "창립 이래 56년 간 축적된 중소기업 금융 노하우를 활용해 수도권과 강원, 충청 등 보다 넓은 지역에서 중소기업과 함께 성장하겠다"는 강조했다.
금융권에선 대구은행이 기본 요건을 대부분 충족, 시중은행 전환에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은행은 시중은행 인가에 필요한 최소 자본금 요건(1000억원)과 금산분리 원칙에 따른 산업자본 보유 한도 4%, 은행 보유 한도 10% 등 지배구조 요건을 다 갖췄다.
대구은행의 자본금은 1분기 말 현재 6806억원이다. 지분은 지주사인 DGB금융지주가 100%를 보유하고 있다. DGB금융지주의 주주는 국민연금(8.78%), 오케이저축은행(8.00%), 우리사주조합(3.95%) 등이다.
금융위는 대구은행 측이 즉시 신청서를 내고 빠르게 심사를 진행하면 올해 안에 인가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심사 절차상의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지만, 현재로선 별다른 결격 사유가 없어 빠른 추진이 가능할 것이란 얘기다.
만약 금융위 예상대로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이 올해 안에 이루어진다면 31년 만에 새로운 시중은행이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시중은행 인가는 케이뱅크·카카오뱅크·토스뱅크 등 인터넷뱅크 3사를 제외하면 1992년 평화은행이 마지막이다.
|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은행권 경영ㆍ영업 관행ㆍ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 BNK 등 지방은행들 움직임 주목...지배구조요건 걸림돌
평화은행을 비롯한 주요 은행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통폐합됐다. 조흥은행(2006년), 외환은행(2015년)도 각각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에 합병됐다. 2015년 이후 비대면 은행시대가 열리면서 케이뱅크(2016년 12월), 카카오뱅크(2017년 4월), 토스뱅크(2021년 6월) 등 인터넷 전문은행이 순차적으로 인가를 얻었다.
이처럼 30여년 만에 지방은행인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 급류를 탐에 따라 나머지 지방은행들의 움직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지방은행의 한계를 극복하며 전국은행으로 발을 넓히며 레벨업 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인 데다가, 은행의 과점구도 철폐를 위해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 방침을 밝혀 문턱이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현재 대구은행을 외에 시중은행 전환이 가능한 지방은행은 BNK부산, BNK경남, JB전북, JB광주, 제주은행 등 5곳으로 압축된다. 다만, 이들 은행은 자본금 요건은 모두 충족하는데, 지배구조 요건은 제주은행을 제외하곤 결격사유가 있어 이 문제 해결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지방은행 중에서 자본금 규모가 가장 큰 BNK부산(9774억원)을 필두로 BNK경남(4321억원), JB전북(4616억원), JB광주(2566억원), 제주은행(1606억원) 등이 시중은행 최소 자본금 요건인 1000억원을 크게 웃돌고 있다.
다만 지배구조요건이 문제다. 원래 지방은행은 필요 자본금이 250억원으로 시중은행의 4분의 1에 불과하고 지배구조 요건도 시중은행보다 완화돼 있어 이를 해결하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
현재 시중은행 전환을 위해선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산업자본 보유 한도 4%, 은행 보유 한도 10% 조건을 모두 만족시켜야하는데, 신한금융지주가 75.31%의 지분을 보유한 제주은행을 제외하고 나머지 은행들은 지배구조 요건에 부합하지 못해 이를 어떻게 풀어갈 지 귀추가 주목된다.
| ▲ 은행의 과점깨기가 본격화함에 따라 기존 5대 시중은행의 문턱이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5대은행의 로고. <사진=연합뉴스> |
■ 은행 지배력 약화 불가피할 듯...은행 '문턱' 더 낮아지나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으로 촉발된 은행의 과점깨기는 인터넷전문은행 추가 인가와 은행 업무범위를 세분화한 '스몰 라이선스'를 통한 특화전문은행의 도입으로 빠르게 확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은 이와관련, 인터넷전문은행을 비롯한 다른 신규 인가도 자금력이 충분하고 사업 계획이 실현가능하다고 판단된다면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특화전문은행은 당초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은행 과점체제를 개선하라고 지시한 후 관련 태스크포스(TF)에서 가장 먼저 검토했던 사안이다. 이후 3월 2일 금융위를 중심으로 '은행권 경영·영업·관행 제도 개선' 실무작업반 1차 회의에서 특화전문은행 도입 계획을 사실상 확정한 바 있다.
은행권의 이자 장사와 성과급 잔치에서 시작된 과점깨기 논의가 불거진지 반년도 채 안돼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과 특화전문은행의 등장이 가시화되면서 향후 금융시장은 5대 은행의 시장지배력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해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예금 비중은 74%, 대출 점유율은 무려 64%에 달한다.
일부 은행의 과점체제가 붕괴되고 완전경쟁체제로 들어섬에 따라 은행의 문턱도 보다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소비자들 입장에선 선택의 폭이 그만큼 넓어지게 되고, 은행간 경쟁 심화로 인해 상대적으로 대출금리는 낮아지고, 예금금리는 올라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처럼 신규 은행이 난립하면 제살깎기 경쟁이 심화돼 은행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지만, 은행간의 경쟁을 촉진을 계기로 차별화된 서비스와 신상품 개발 등 순기능이 더 많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한편 금융당국은 이날 간담회에서 카드·보험 등에 지급결제업을 허용하고 증권사에도 개인뿐 아니라 법인 지급결제업을 할 수 있게 하는 방안에 대해선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한국은행이 TF 논의 과정에서 지급결제업을 은행 외 업권에 허용한 국가는 없다며 반대 뜻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이에 따라 지급결제업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추가로 검토할 방침이다.
토요경제 / 조봉환 기자 ce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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