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DB 창업회장, ‘계열사 은폐’로 검찰행…지배력 유지 위해 재단까지 동원했나(1부)

최성호 기자 / 기사승인 : 2026-02-08 16:5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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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17개 법인 누락 적발…“총수 일가 지배력·사익 위해 활용” 판단
▲가사도우미를 성폭행하고 비서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김준기 전 DB그룹(옛 동부그룹) 회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빠져나오고 있다./사진=자료

 

[토요경제 = 최성호 기자] DB그룹 김준기 창업회장이 공정거래위원회에 계열사 자료를 허위 제출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단순 누락이 아니라, 지분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법인 17개를 숨긴 채 재단을 활용해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유지해왔다는 판단이다. 공정위가 총수를 직접 형사 고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김 창업회장은 동곡사회복지재단과 산하 법인 등 재단 2곳과 회사 15곳을 DB 소속 법인에서 고의로 제외했다. 해당 재단회사들은 늦어도 2010년부터 총수 일가의 지배력 유지 및 사익을 위해 활용됐으며, 2016년에는 이를 관리하는 직위까지 설치해 사실상 통제 체계를 갖췄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핵심은 지배력 유지 구조다. DB그룹 내에서 제조서비스 계열사를 장악하는 고리로 작동한 곳은 DB아이엔씨였다. 또 비금융 계열사 중 재무 규모가 가장 큰 DB하이텍은 김 창업회장 측 지분율이 23.9%(자사주 제외)에 불과해 지배력이 절대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구조였다. 이런 취약한 지배 기반을 보완하기 위해 재단회사들이 동원됐다는 것이 공정위의 분석이다.

실제 재단회사들은 2010년 DB하이텍 재무 개선을 명목으로 계열 금융사로부터 거액을 차입해 불필요한 부동산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순환시켰다. 

 

더욱이 김 창업회장은 2021년 개인 자금 수요가 발생하자 재단회사 빌텍으로부터 220억원을 대여받았고, 중도상환을 번복하는 과정에서 수수료조차 부담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됐다.

문제는 은폐 의도다. 공정위는 DB 측이 내부적으로 ‘위장 계열사 리스크’를 분석하며 감시 회피를 우려한 정황까지 확인했다. 이는 단순 행정 착오가 아니라 규제 회피를 인지한 상태에서 구조를 유지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정거래법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 관련 자료를 허위 제출할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공정위가 허위 자료 제출을 이유로 총수를 고발한 것은 지난해 신동원 사례 이후 6개월 만이다.

이번 사건의 의미는 분명하다. 지분율만으로 포착되지 않는 ‘지배력 행사’도 계열 관계로 본다는 첫 사례라는 점이다. 

 

그동안 대기업 집단은 지분 희석, 재단 활용, 특수관계인 배치를 통해 규제 사각지대를 만들어왔다. 공정위가 거래 정황·인사 구조·자금 흐름을 종합해 계열성을 인정한 것은 총수 중심 지배 구조에 대한 경고로 읽힌다.

82세 고령의 창업주가 검찰 수사를 받게 된 것은 개인 문제를 넘어 그룹 전체의 신뢰 리스크로 직결된다. 특히 반도체 계열사인 DB하이텍이 글로벌 고객과 거래하는 상황에서 지배구조 논란은 기업가치에 직접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번 고발이 단순 처벌로 끝날지, 아니면 재단을 활용한 우회 지배 구조 전반에 대한 구조적 점검으로 이어질지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2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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