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발사체에서 재사용 로켓으로, 사업 방향 전면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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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부 이강민 기자 |
[토요경제 = 이강민 기자] 2032년 한국은 자체 개발한 발사체로 달 착륙선을 발사할 계획이다. 약 2조원이 투입되는 ‘차세대 발사체 개발사업’은 누리호보다 세 배 이상 강력한 성능을 갖춘 발사체를 만들고, 정지궤도에 1톤급 위성을 올리는 것이 원래 목표였다. 그러나 올해 초, 정부는 갑작스럽게 이 사업의 방향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2025년 2월 25일 열린 제3회 국가우주위원회에서 우주청은 “차세대발사체 개발사업 개선 추진계획”을 상정해 차세대 발사체를 재사용 가능 발사체로 전환하는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기존의 일회용 발사체 방식에서 벗어나, 회수와 재점화가 가능한 재사용 로켓 개발로 전환한다는 내용이었다. 2조원 규모의 국책 사업이 사실상 이름만 유지한 채 다른 프로젝트가 되는 셈이다.
정부는 경제성 부족과 기술 환경 변화를 이유로 기존 개발 계획을 수정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해외 발사체 대비 낮은 경제성과 2032년 달 착륙선 임무 달성의 어려움 지적이 잇따른 데 따른 능동적 대응 판단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스페이스X의 팰컨9은 정지궤도 기준 kg당 약 7000달러의 발사 비용을 기록하고 있는 반면, 한국이 개발 중인 발사체는 그보다 약 8배 비싼 kg당 8만6000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는 이러한 비용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재사용 기술의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정부는 메탄 연료를 기반으로 한 재사용 엔진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연료 교체가 아니다. 케로신에서 메탄으로, 일회용에서 재사용으로 바뀌면 추진체 설계, 내열소재, 복귀 시스템, 비행제어, 연소 재점화 기술 등 모든 항목이 달라진다. 사실상 다른 프로젝트다.
그런데도 정부는 기존 예산 내에서, 그것도 15% 이내의 증액만으로 새로운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한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다시 받지 않기 위해 ‘틀은 그대로 두고 내용만 바꾼’ 것이다.
이는 기술적·재정적 타당성을 종합적으로 검증하기 위한 예비타당성조사의 근본 취지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방식이다. 사업 규모는 2조원을 넘어서고, 기술 구조는 처음부터 다시 짜야 하는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절차적 재검토 없이 사업의 틀만 유지한 채 내용을 전면 수정했다.
우주청은 내부적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혁신본부에 특정평가를 요청해 사업 변경의 타당성을 따로 검토받는 절차를 밟았다. 법적 절차상 허점은 없지만, 2조원 규모의 국가 우주개발 프로젝트가 이처럼 제한된 검토만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 결정의 공론성과 투명성은 충분히 담보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정부는 2032년 달 착륙선 발사 일정은 유지하겠다고 밝혔고, 필요시에는 재사용 기술이 아닌 일회용 방식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한다.
재사용 기술은 개발하되, 실제 달 탐사에는 적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요컨대 개발 방향은 바꾸되, 일정은 유지하고, 예산은 늘리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업계와 학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전략이 기술적 불확실성과 실행 리스크를 동시에 키우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메탄 연료를 기반으로 한 재사용 발사체 개발은 전 세계적으로도 고난도 기술로 평가된다. 현재까지 이 기술을 상용화한 사례는 미국의 스페이스X 한 곳뿐이다. 유럽우주국(ESA), 블루오리진, 중국도 여전히 시험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한국은 이제 막 메탄 엔진 개발에 착수하겠다고 발표한 단계다.
2조원이 넘는 국가 우주개발 사업이라면, 그에 걸맞은 기술적 검토, 정책적 공론화, 그리고 절차적 정당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트렌드 변화”라는 이름 아래 사실상 새로운 사업을 ‘예타를 우회한 방식’으로 추진한다면, 향후 유사한 방식의 변경이 반복되는 선례로 남을 수 있다.
명칭은 같지만 내용은 완전히 바뀐 이 프로젝트가 기존의 사업 틀과 일정, 예산을 유지한 채로 계속 추진되는 것이 과연 타당할지 의문이 남는다.
토요경제 / 이강민 기자 lgm@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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