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어려운 서민경제 고려…경제위기 극복에 방점" 설명
경제단체들 일제히 환영 입장...야권 "법치 유린" 비판 제기
| ▲ 한덕수 국무총리(맨오른쪽)가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광복절 특사 의결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정부가 15일 광복절을 맞아 대대적인 경제인 특별사면복권을 단행했다. 작년 광복절에 이어 또다시 경제인 대 사면복권이다. 대상에 정치인을 최소화하고 경제인사들에 집중한 것은 경제활성화에 방점을 둔 전략적 선택으로 읽힌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4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 안건을 의결했다.
한 총리는 "이번 광복절특사는 어려운 대내외 여건 속에서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서민과 우리 사회 약자들의 재기를 도모하는데 그 취지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치인보다 경제인을 우대한 상황 속에서 문재인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감찰 무마 의혹을 폭로한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이 대상에 포함된 것에 대해 민주당이 법치주의 유린이라며 즉각 정치공방에 나섰다.
■ 경제활성화 명분 경제인 대거 사면...경영복귀 예고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세 번째 특사인 이번 광복절특사 명단을 보면 작년에 이어 재계 인사들이 대거 포함됐다. 정부는 지난해 광복절 특사에 형집행을 종료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을 복권시킨 것을 비롯해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동국제강 장세주 회장, STX 강덕수 전 회장 등을 사면복권시킨 바 있다.
경제 활성화에 사면의 방점이 찍히면서 기업인들이 대거 경영 현장에 복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총 2176명이 포함된 사면 명단에는 이중근 부영그룹 창업주를 필두로 경제인 12명이 포함됐다.
정부는 주로 기업 운영 관련 범죄로 집행유예가 확정되거나, 고령 또는 피해회복 등 참작할 사정이 충분하다고 판단된 경우에 한해 사면대상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8.15 광복절 특별사면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우선 이중근 부영 창업주가 눈에띈다. 이 창업주는 수 백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2020년 8월 징역 2년6개월을 확정받아 복역하다 이듬해 광복절에 가석방됐다. 형기는 만료됐지만 특별경제범죄 가중처벌법에 따라 5년간 취업이 제한됐으나 이번에 복권돼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가능해졌다.
대규모 배임 혐의로 2018년12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명예회장과 롯데그룹의 경영비리 사건으로 2019년10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이 확정된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형 선고 실효 및 복권 대상으로 선정됐다.
횡령·배임과 법인세 포탈 등 혐의로 2018년 구속, 징역 3년을 확정받아 2021년 10월 만기 출소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도 복권돼 경영일선 복귀의 길이 열렸다.
운전기사 상습 갑질 혐의로 2019년 11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된 이장한 종근당 회장, 거액의 회사자금 횡령과 병·의원 리베이트 제공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의 형기를 마치고 2020년 9월 출소한 강정석 전 동아쏘시오홀딩스 회장도 각각 복권됐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도 이번 특사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 주요 경제단체들 "경제활성화에 이바지" 한목소리
이번 사면복권에 포함된 경제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지속적인 투자와 청년 일자리 창출로 국가 발전에 힘을 보태고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 국민과 정부의 기대에 보답하겠다고 화답했다.
경제단체들도 일제히 이번 광복절 특사에 대상에 경제인을 대거 포함시킨 것을 환영한다는 입장문을 내며 앞으로 경제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임을 다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대내외 경제환경의 급변으로 저성장 기로에 놓인 한국경제의 활로를 개척하고, 도전과 혁신의 기업가 정신으로 신성장 동력 창출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번 사면복권은 어려움에 처한 우리 경제에 활력을 높이고, 나아가 미래를 대비해 기업인으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는 의미로 받아들인다"며 "앞으로 국가 경제 발전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데 재계가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는 "당사자는 물론 경영계는 경제 활력 회복과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 노력할 뿐 아니라 준법 경영에 힘쓰고 양질의 일자리 늘리기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국무역협회는 "경영 현장으로 복귀하게 된 기업인들은 과거에 쌓아온 지식과 경험을 활용해 우리 경제 활력 회복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다시 현장에 복귀한 경제인들은 물론 기업계 전체가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 등 본연의 소명을 다할 수 있도록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특사명단을 발표하며 "서민 경제가 어려운 점을 고려해 경제 살리기에 중점을 뒀다"면서 "국가 경제 전반의 활력을 회복해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정치·사회적 갈등을 해소해 국가적 화합을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 ▲ 한덕수 국무총리가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4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국무회의에선 광복절 특사 안건을 의결했다. <사진=연합뉴스> |
정부는 이날 주요 경제인 외에 민생 경제의 회복을 지원한다는 취지 아래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을 사면 대상에 대거 포함했다. 소프트웨어업, 정보통신공사업, 여객·화물 운송업, 생계형 어업인, 운전면허 등 행정제재 대상자들을 포함됐다. 대상자는 총 81만1978명에 이른다. 한 총리는 이와 관련,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들에게 정상적 생업 활동의 기회와 희망을 드리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 야권 "명분없는 재벌 민원처리 사면" 맹렬 비판
코로나19 종식에 따른 일상의 완전한 회복을 위해 경미한 방역수칙 위반 사범들을 전면 사면조치했다. 팬데믹으로 인한 일시적 자금 사정 악화 등으로 처벌받은 중소기업·소상공인도 대상에 포함됐다. 그런가하면 사회적 약자 배려 차원에서 고령자, 서민생계형 형사범, 간병살인 사범 등도 사면 명단에 올랐다.
그러나 정부의 경제활성화란 대의명분속에 이루어진 이번 광복절 특사에 대해 시민단체들과 야권에선 비난이 토해내고 있어 적지않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시민단체들은 특히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대상에 포함된 것에 대해 반발하는 분위기다.
| ▲광복절 특사 대상에 포함돼 시민단체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제공> |
앞서 지난 9일 금융정의연대와 민주노총, 태광그룹혁신연대, 태광그룹바로잡기공동투쟁본부 등 5개 사회단체는 이 전 회장에 대한 특별사면복권을 반대하는 공동성명을 내기도 했다.
이들 단체는 성명문에서 “이 전 회장이 희대의 황제보석으로 사법체계를 형해화하고, 복권을 노린 투자약속에도 공장폐쇄와 직원감축으로 오히려 경제살리기에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노동시민사회단체들도 "횡령배임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재계 총수들까지 특사로 면죄부를 주는 것은 시장경제 질서의 원칙을 무너뜨리는 것으로 명분이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중대한 경제범죄를 저지르고도 비교적 가벼운 처벌을 받는다는 지적도 많다.
특히 정치인 사면이 극히 제한된 상태에서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감찰 무마 의혹을 폭로한 김태우 전 서울 강서구청장이 대법원 유죄 확정 석 달 만에 사면된 것을 놓고 여야간의 공방도 뜨겁다.
김 전 구청장은 2018년말 특감반 관련 의혹들을 폭로하는 과정에서 공무상 비밀을 언론 등에 누설한 혐의로 기소돼 올해 5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 구청장직을 상실했다.
여권에선 이에 대해 "김 전 구청장이 전 정권의 비리 사실을 알린 공익제보자인 만큼 사면이 마땅하다"는 입장이지만, 야권에선 사면권의 남용과 법치주의 유린이라고 날을 세웠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사법부에 대한 대통령의 정면 도전", "재벌 민원처리 사면"이란 극단적인 표현을 써가며 정부를 맹렬히 비판하고 나서 이번 광복절 특사를 둘러싼 정치공방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토요경제 / 장연정 기자 toy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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