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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부 김은선 기자 |
이번 ‘생리대 가격 담합’ 의혹 조사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가 문제를 제기하자 공정위는 주요 생리대 제조업체들에 대한 현장 조사에 나섰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왜 항상 가격이 오른 뒤에야 움직이느냐”는 반응이 먼저 나온다.
문제는 가격 인상 자체가 아니다. 인상 과정에서의 담합 가능성조차 늘 사후적으로 들여다본다는 점이 반복되고 있다는 데 있다.
생리대는 여성에게 필수 소비재다. 특히 유기농·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가격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은 수년 전부터 이어져 왔다. 원가 상승이나 고급화 전략이라는 설명이 뒤따랐지만, 소비자가 체감하는 부담과의 간극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이 장면은 밀가루 가격을 둘러싼 최근 상황과도 겹친다. 검찰은 지난 11일 복수의 제분사 5곳을 압수수색했다. 제조업체가 사전 협의를 통해 수년 동안 출하 물량을 조정하며 가격을 저울질 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강제 수사가 시작됐지만, 체감 물가는 이미 한참 전에 뛰어오른 뒤였다.
설탕도 마찬가지다. 2020년부터 설탕 가격이 급등하면서 식재료가 올랐고 덩달아 음식 가격도 이에 편승했다. 검찰은 올해 9월 제당사들을 압수수색했고, 지난달에는 관련자들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밀가루와 설탕 모두 서민 생활과 직결된 품목이라는 점에서, 가격이 오른 뒤에야 수사가 시작되는 구조는 반복되고 있다.
실제 가격 인상 폭을 놓고 보면 체감 물가와의 괴리는 더 분명해진다. 검찰 수사 결과 2020~2024년 설탕 가격 인상률은 59.7%에 달했다. 반면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와 식료품·비주류 음료 물가 상승률은 각각 14.2%, 22.9% 수준이었다.
국내 밀가루값은 2021~2023년 내내 가파른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에 따르면 밀가루 소비자물가지수는 2021년 12월 108.47에서 2022년 12월 138.17로 뛰어, 단 1년 만에 약 29% 폭등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월 국무회의에서 물가 급등 배경으로 담합 가능성을 직접 언급하며 정부 부처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한 것도 이런 배경의 연장선에 있다. 다만 대통령의 문제 제기 이후에야 강제수사가 본격화되는 방식이 되풀이된다면, 가격 결정 과정에 대한 점검이 과연 선제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담합 여부에 대한 법적 판단은 결국 수사를 통해 가려질 사안이다. 그러나 서민 물가를 둘러싼 불신은 이미 구조적인 문제로 굳어졌다. 가격은 빠르게 오르는데, 시장 점검은 느리고 대응은 늘 사후적이라는 인식이다.
고물가 시대에 필요한 것은 압수수색이라는 강한 조치 그 자체가 아니다. 가격이 오르기 전부터 형성 과정과 구조를 점검하고, 인상 과정에서 경쟁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담합 가능성은 없었는지를 미리 들여다보는 사전 점검 체계다. 그렇지 않다면 생리대 다음 품목에서도 소비자들은 같은 질문을 되풀이하게 될 것이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가격이 오른 뒤 쫓아가는 대책이 아니라, 오르기 전부터 작동하는 점검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필수 소비재를 중심으로 가격 형성 구조와 인상 시점을 상시적으로 들여다보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추고, 일정 수준 이상의 동시 인상이나 출하 조정이 나타날 경우 즉각 점검에 들어가는 장치가 필요하다.
이 같은 체계가 현장에서 작동하도록 제도적·행정적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사후 압수수색이 아니라 사전 경고와 점검 및 심층적인 확인이 기본값이 돼야 한다는 의미다.
기업들의 설명을 받아 적는 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원가 구조와 가격 결정 과정이 경쟁 원리에 따라 움직였는지를 선제적으로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담합은 적발보다 예방이 훨씬 중요하다. 시장 참여자들이 ‘어차피 나중에 조사받는다’가 아니라 ‘애초에 들여다보고 있다’는 신호를 느끼게 해야 한다.
고물가 국면에서 정부의 역할은 가격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공정하게 작동하도록 원활한 토대를 깔아주어야 한다. 사전 시장 점검이 느리면 불신이 쌓이고, 불신이 쌓이면 물가 정책은 설득력을 잃는다.
생리대·밀가루·설탕이 남긴 교훈은 분명하다. 다음 품목에서도 같은 장면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시장 질서 유지를 위한 경쟁 환경 점검은 사후 대응이 아니라 일상적인 시스템이 돼야 한다.
토요경제 / 김은선 기자 kes@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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